예년에 비해 많은 응모작이 접수되어 반가웠다. 시니어들의 동화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뜨겁다는 것이 느껴졌다. 누군가는 늦은 나이라고 말하겠지만, 문학에는 나이가 없다. 오히려 나이가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연륜에서 오는 삶의 깊이가 그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그것은 독이 되기도 한다. 드러내놓고 교훈을 주려 하거나, 회상에 젖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응모작 중에는 그런 독에 갇힌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띄고, 새로운 형식이나 제재를 시도하는 작품은 드물어 아쉬웠다. 그럼에도 몇몇 작품들은 빛나는 동화 감각을 선보여 손쉽게 당선작들을 뽑
문학을 통해 서정적으로 자신의 아픔과 사회적 병리를 치유하고자 하는 예비 작가들의 창작열 뜨겁고 치열했으며 우수했다. 이중에서 5편의 작품들을 선정하기가 어려웠던 이유다.최종 선정 작품은 안인숙 「비」, 김계월 「운주전자」, 전성희 「비탈에 선 바람코지」, 정옥조 「아름다운 헤어짐」, 박창표 「나의 겨울」 총 5편이다.안인숙의 수필 「비」는 어머니의 죽음을 비를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과거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이 치밀하고 정갈하다. 특히 “빗방울이 수면에서 높이 뛰어올라 여러 갈래로 퍼져 왕관 모양을 만들었다. 떨어지는
공모한 소설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흥분하면서 기대를 품었다. 올해는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본 독특한 소재들이 많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에서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본심에 오른 모든 소설이 매우 안정적인 호흡으로 결론에 이르렀다. 그중에서 4편의 당선작을 정하는 데에는 많은 고심을 했다. 우선, 한자가 많이 쓰인 소설이나 예스러운 분위기를 가진 소설을 제외했다. 그리고 불필요한 장면묘사로 독서를 방해하거나 조사와 부사 등의 위치가 잘 못 쓰인 소설도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산문의 기본은, 문장이다. 그 기본이 이야기의 뼈대에 살을
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노래를 잘 하지만 이름을 크게 얻지 못한 가수들이 경연을 펼친다. 그걸 볼 때마다 우리 한국인이 노래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는 걸 절감한다. 올해 글로벌경제신문 시니어 신춘문예에 응모한 시 작품들을 읽을 때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나라 시니어들은 어쩌면 이렇게 시를 잘 쓰는가. 아마 살아온 시간의 길이와 더불어 우리말을 부려온 공력의 깊이와 넓이가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심사위원들과 대상 후보로 거론된 작품들을 점검하였으나, 올해 응모요강에서 제시한 미등단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합의한 결
글로벌경제신문이 주최하고 BNK금융그룹이 후원하는 『제3회 글로벌경제신문 시니어 신춘문예』가 코로나 여파에도 시니어 예비작가들의 뜨거운 관심속에 1500여 편에 달하는 작품이 접수되었습니다.수준 높은 작품들을 공모해주신 모든 시니어 예비작가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당선자들의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앞으로도 등단 작가로서 왕성한 문학 활동 기대하고, 글로벌경제신문 시니어 신춘문예의 전통을 이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아울러 『제3회 글로벌경제신문 시니어 신춘문예』의 당선 결과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이번 시니어 신춘문예에서
진눈깨비 날리는 날 마감 시간이 다 되어 우체국에 들렀습니다.시는 생활의 경험이며 내게 모든 것이 성찰로 다가옵니다.아침 출근 길 기다리던 당선 소식에 기쁨도 잠시 두려움이 앞섭니다.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졌습니다.첫 번째로 알린 소식에 남편이 저보다 더 기뻐합니다. 주위 사람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시를 쓴다며 몇 년새벽마다 시를 끌어안고 끙끙거렸습니다.쓰지 않고는 살 수 없을 것 같던 날들이 계속 되었습니다. 시를 쓰고 있는 동안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었습니다.가운뎃손가락이 움푹 패었습니다.시 쓰는 것이 힘들어 그만두고 싶을 때
입춘입니다봄소식이 완행열차에 올라 상행길에 들어섰네요성질 급한 매화는 피었고요이른 비 늦은 비 맞으며 하나 둘 꽃망울을 맺겠지요하늘은 나날이 푸르고 더 높아지겠네요 자연은 이렇듯 시나브로 조화로움을 노래하는데 당신의 청춘은 어떠신가요?취업난으로 어두운 그늘, 나날이 늘어나는 빈 점포들, 매스컴에서는 연일 사건사고가 단골이 되어버린 잿빛 겨울이 전파를 타고 떠돌아다닙니다우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거 같은 코로나 19의 엄중한 현실에서 한 발자국만 비켜서면 어떨까요? 오늘도 산부인과에서는 새 생명이 태어나고 서리 내린 담장에도 여전
입춘의 새벽 반달과 눈맞춤하고, 별빛으로 하루를 빚어보리라 마음먹으며 어둠속으로 발을 담그곤 합니다. 글로벌 경제 신춘문예- 시니어들의 잔치에 초대받은 것은 문학청년인 제게 크나큰 영광이며 축복이라 생각합니다. 현대시 1천 편을 필사하면 훌륭한 시인이 된다고 해서, 그때부터 필사를 시작했었답니다. 시 한 편을 20번 이상 읽고 필사를 했는데, 3천 편 이상의 시를 필사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무리하게 필사를 한 탓에 손가락에 이상이 생겨서 그만두었습니다. 짜릿한 시의 후유증이라 하겠습니다. 필사 덕분에 많은 시를 접하게 되었고 많은
스틱을 짚은 구름이 무학재를 오릅니다. 헐벗은 상수리나무와 가녀린 새 소리를 공짜로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털점퍼 입은 등은 후끈한데 스틱 쥔 두 손이 시려 목장갑을 덧낍니다한겨울에도 소임 다하는 나무들에게 나는 할말을 잃었지요. 맨발의 견인주의자처럼 비가 오면 비 맞고 눈이 오면 눈 맞는 감태나무는 내게 거울 입니다. 부름켜 속에서 나를 들볶는, 시 또한 그렇습니다손톱처럼 잘려 나간 세월도 보입니다. 그렇다고 늦었다 서두르거나 질책하면 감태나무도 시도 오래 품을 수 없을 것 같아 이참에 겸손해 지려 합니다. 서녘 하늘에 까치놀
눈 덮인 보리밭 위로 희미하게나마 초록이 살짝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엄동설한에도 보리는 살아 뿌리를 뻗고 있는 것이지요. 꽁꽁 얼어붙은 주천강의 얼음 밑에서도 물고기는 헤엄을 칩니다. 한파 속 모두가 몸을 움츠리고 있지만 생명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 겨울이 자연에겐 틀림없이 시련의 시기일 겁니다. 하지만 이 고난을 극복하는 것 또한 자연의 몫이겠지요. 머지않아 찾아올 봄, 눈 속에서 피어오르는 노란 빛깔의 복수초가 그리워지고, 대지를 뚫고 올라오는 삼나물이라 불리는 눈개승마가 보고 싶은 날입니다.오늘따라 유난히 귓
도봉산의 삼각 봉우리가 훤히 보이는 곳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번잡한 도심을 벗어난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데 산이 눈앞에 있고 그 산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우이천이 길게 뻗어 있네요. 철학자 칸트는 일정한 시간에 어김없이 산책을 한 것으로 유명하지요. 이곳으로 이사온 후 저는 칸트 선생의 흉내를 내느라 일정한 시간의 산책을 시작했습니다. 동네 뒷산도 좋았고 세 개의 봉우리가 한눈에 드는 천변길도 좋았습니다. 규칙적인 생활에서 해방된 후라 시간이 널널한데도 굳이 대 철학자의 흉내 운운한 것은 운동을 싫어하는 스스로를 채근하기 위함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이 유달리 마음을 끈다.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고민하다가 글쓰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미루고 미루다가 시작하고 나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가 즐겁고 보람도 느껴진다. 모든 일은 시작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 든 결과물을 만들게 된다. 수필 쓰기가 그랬다.나이를 먹으면서 쉼 없이 밀려오는 어휘는 마무리라는 단어다. 이 세상에 와서 소풍 마치고 돌아가는 날, 무엇을 내려놓고 갈까 고민해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돈이다. 큰돈을 벌어보지는 못했지만 돈은 필요의 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설이 날리는 창밖을 봅니다. 주인 없는 운동장이 홀로 눈발을 반깁니다. 하얀 운동장에 발자국 하나 내보고픈 유혹이 고개를 내밉니다. 햇살에 흔적도 없이 사라질 눈, 세상은 분석하거나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견디며 살아내는 것, 그 중심에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자연이나, 환경, 생명들이 존재의 의미를 부여받았으므로. 삶은 절망과 무의미, 불가능, 그것들을 단념할 수 없는 운명 또한 삶이기에 목마름과 허기에 허덕이며 거스를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시간 속에 포위되었습니다. 이게 아닌데, 이것도 아니야. 나를 살린 것이 글쓰기
글공부를 시작한 지 15년이 지났습니다.한 동안은 신년 해돋이를 보며 신춘문예 당선을 기도했습니다.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 더 이상 신춘문예 당선을 기도하지도 않습니다.때로는 소설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안 쓴다고 결심도 했죠. 그러다 돌아보면 다시 소설을 쓰고 있는 제가 있었습니다.소설이 너무 힘들어 수필, 희곡 곁눈질도 했습니다.수필은 문학상 대상 ,희곡은 작품상, 희곡상 인정을 받았습니다.그런데 소설만큼은 쉽지 않더군요.나만의 문체를 찾고자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썼습니다.문예창작 대학원도 다녔습니다.노력한 결과인지, 몇 년
퇴직 이후의 삶을 생각했고 2014년도부터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자 했습니다. 퇴직을 하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에 잠기면서, 좋아하는 일들이 하나씩 손에 잡혔습니다. 그중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 제 머릿속의 제일 앞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때부터 시간이 나면 읽고 썼습니다. 집 근처의 도서관을 제 집 드나들 듯 했고 휴대폰 메모장과 노트북 한글에는 글이 저장되어갔습니다. 가끔 쓴 글을 읽어보면 허접하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습니다. 스승을 두고 배운 글쓰기도 아니었고 정식 커리큘럼을 찾아 배운 적도 없는 글쓰기였
시는 결국 간절함이다1월 11일 무표정이 창밖에 붙어 있을 때 당선 메시지를 받았다. 이제 떠난 사람을 그만 놓아주고 정신 차리라는 듯, 구름이 저물녘을 훔쳐 주고 있었다. 그의 암투병과 사망신고를 마치기까지 슬픔은 내내 나를 통과했다. 눈을 뜨고 감는 그 순간마다 산기슭에서 아련히 나를 응원하는 그를 느낀다. 오늘 밤도 시를 들고 당신이 나를 찾아줬으면 좋겠다. 아픔과 슬픔을 데리고 가는 길목에서 이제 더 이상 길을 잃지 말아야겠다. 소중한 손을 들어주시고 힘을 실어주신 글로벌의 여러 관계자님과 장재선 심사위원님, 글을 올려주신
한국문학의 미래와 문단의 발전을 견인할 역량있는 시니어 작가들을 발굴하는 ‘2021 제2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 시상식이 24일 오전 남산 한국의 집 취선관에서 개최됐다.글로벌경제신문이 주최하고 글로리서울안과가 후원한 이번 공모의 시상식에는 최종천 글로벌경제신문 대표이사, 박진구 글로리서울안과 원장, 류원근 글로벌경제신문 편집국장, 이석종 글로리서울안과 이사를 비롯한 내외빈과 당선자들이 참석했다.이번 공모를 통해 시, 단편소설, 수필 등 3개 부문에서 한국을 대표할 시니어 작가들이 대거 발굴됐다.영예의 대상에는 시 부문에 응모한
‘제2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에 참여해 주신 시니어 문인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공모에는 시, 단편소설, 수필, 동화 등 4개 부문에 약 800여 편의 작품이 접수되었습니다. 본사는 작년 12월 31일까지 응모작 접수를 마감하고 2021년 1월 1일부터 10일까지 심사위원회를 통해 당선작 선정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1월 11일(월) 오전 시, 단편소설, 수필 부문의 당선작을 ‘글로벌경제신문’ 홈페이지에 게재하였습니다.이후 1월 14일 소설 부문에 당선된 손창현 씨의 ‘꿈’이라는 작품이 남의 작품을 도용
다시, 빗속으로 비가 내린다. 정적을 깨고 소란스레 지붕과 마당 그리고 숲을 깨운다. 화음도 제멋대로, 음률도 무시한 불협화음이다. 하지만 가만히 귀 기울이면 솔바람 소리 들리고 사열하는 의장대의 발놀림처럼 장쾌함이 있다. 처마 밑을 두드리는 낙수까지 거들면 절묘한 하모니로 인생 드라마 주제곡을 들려주듯 심금을 깨운다. 가뭄 끝자락에 단비가 산천을 적신다. 메트로놈을 매단 듯, 피아니시모로 시작하더니 포르테로 흐르고, 포르티시모로 바뀌더니 비바체로 빠르게 흐른다. 비 내리는 들녘에 서면 나는 음률을 조율하는 지휘자가 된다. 어린 시
아린(芽鱗) 초겨울, 나무의 뼈가 앙상하다. 푸른 하늘을 몸 안에 들인 채 여백으로 완성된 나무가 새로운 풍경으로 서 있다. 얼마나 버리고 지웠으면 저토록 홀가분해질 수 있을까. 한때는 연두와 초록, 노랑과 주홍으로 치장하기 바빴던 나무다. 잎으로 풍성하게 채워져 있었을 때는 그저 아름답거나 창창하다는 표현이 어울렸던 나무다. 그러나 색이 빠지고 드러난 본모습에는 경외감이 서려 있다. 빈 가지 사이로는 바람이 드나들고 햇살이 머물며 달빛이 쉬어간다. 앙상한 가운데에서도 나무는 의연하다. 거리낌 없이 온 세상에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