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30일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정부기구(NGO)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2023년 세계 부패인식지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공직사회와 정치권 등 공공부문이 ‘얼마나 부패했다고 인식하는지’를 점수화한 것인데, 점수가 높을수록 청렴하며 점수가 낮을수록 부패가 심하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3년 세계의 부패인식지수 결과는 조사 대상 180개국 가운데 가장 청렴한 국가는 덴마크(90점
3월 6일 오후 2시경, 호류지 서쪽의 삼경당과 서실을 지나서 계단을 올라가니 불당이 하나 나온다. 불당 왼편엔 약사(藥師), 오른편엔 서원당(西円堂)이라고 써진 현판이 있다. 불당 왼편에는 일본어와 영어로 된 '서원당· 약사여래상' 안내판이 있다. 이를 자세히 읽었다. 먼저 서원당이다. “서원당 (가마쿠라(鎌倉)시대(1192-1333) 국보) 서원당은 광명왕후의 어머니인 나치바나 부인의 발원에 의해 교키(행기行基) 보살(668~749)이 718년에 지었다. 현재의 불당은 1270년에 다시 지어졌다. 서원당 중앙에는 일본 최대의 건
그것은 무엇보다 이 일그러지고 추한, 알아볼 수 없는 얼굴이라네.살갗 대신 이 흉한 가죽, 처진 뺨, 원숭이 암컷이 긁어 대는 입가 주름 같은 주름들이라니.노인들은 모두 같은 모습이구나. 목소리는 떨리고, 몸도 떨리는구나.번질거리는 두개골에는 머리칼이 없고, 빵을 씹으려 하니 가련한 늙은이는 이 없이 잇몸만 있구나.2세기 초 유베날리스가 지은 풍자시의 한 구절이다. 노인을 지극히 가련하고 참담한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늙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일 뿐, 노년의 진정한 모습을 나타낸 것은 아닐 것이다
따뜻한 봄 햇살이 서해 여기저기에 몸을 던지고 있었다. 바다의 몸을 덥혀주고 있었다. 20도 가까운 기온이라면, 바다와 봄 햇살이 합궁하여 옥동자라도 낳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3월 하순의 어느 날에 ‘간월암’을 찾았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의 틀을 다진 무학대사가 달을 보다가(看月) 도를 깨우쳤다는 뜻을 지닌 간월암은 간조 시에는 육지와 연결되고 만조 시에는 섬이 되는 신비로움을 지닌 곳. 서울에서 출발할 때 겨울 외투를 준비하고 간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꾸짖고 가는 봄바람도 잔잔한 미소로 떠다
일본의 노사임금협상 춘투(春鬪)는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 連合)가 ''렌고백서'를 내면서부터 시작된다. 올해는 만액회답(滿額回答)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들려온다. 노조가 내놓은 임금인상 요구안을 회사가 100%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협상이랄 게 따로 없이 싱겁기 짝이 없고 싸울 투(鬪) 자를 붙이는 게 이상할 정도다.춘투의 모든 과정은 렌고백서에서 제시된 일본 경제를 보는 시각에 기본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 경제의 장단점, 미래를 위해 고려해야 하는 사안 등을 망라해 국가정책백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심지어는 근로자를 대상
다이어트는 음식 조절을 뜻하는 명사지만, 체중을 줄이거나 건강의 증진을 위해 제한된 식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급되는 음식을 제한하거나, 운동을 통해 축적량보다 더 소비하게 해야 한다.이론적으로 공급량은 줄이고 소비량을 늘리면 체중이 줄어들게 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쉬운 일이 아님을 누구나 알고 있다.음식의 공급이 줄면 당연히 살은 빠지지만, 건강 악화에 이어 생명의 위협까지 이르게 된다. 그래서 무작정 굶을 수도 없는 일이다. 또 식사량을 제한하면서 운동을 하게 되면 몸은 다시 영양소를 요구하게 되고 '운
“결국 죽는 것은 의사들이 아니다. 의사들은 이 땅에서든 타국에서든 살길을 찾아갈 것이다. 죽어가는 것은 국민들이다. 그래서 의사들이 애통해하는 마음만 버린다면 슬퍼할 일이 아니다.”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20일 SNS에 올린 글 한 대목이다. 진료를 않겠다면 면허 반납해야 “정부는 의사를 이기지 못 한다”고 하더니 이제는 ‘국민의 죽음’을 말한다. 그러니까 의사들은 의대 정원 증원에 저항하며 벌이는 동업자들의 집단 파업 행위로 국민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아니 죽어 가리라는 것을 잘 안다는 뜻이다. 결과를 충분히 예
3월6일 오후 2시경에 호류지 중문에서 금강역사상을 보고나서 왼편으로 가니 호류지 표석이 있다. 거기엔 “일본최초 세계문화유산 법륭사”라고 한자로 적혀 있다. 그런데 ‘세계’ 글자가 너무 희미하다. 이어서 ‘서가람, 5중탑, 대강당 티켓 오피스’라고 써진 안내판을 보았다. 티켓 오피스 앞에 가니 관람료가 1인당 1500엔(우리나라 돈으로 1만5000원)이다. 오사카 성 천수각은 600엔이었는데 너무 비싸다. 그래서 우선에 입장료 안 내는 가람부터 보기로 하고 왼편으로 걸어갔다. 조금 가니 ‘삼경원과 서실’이 나온다. 건물이 꽤나 기
인디언 서머(indian summer), 이 말은 미국 북동부의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인디언들이 좋은 날씨를 활용하여 겨울철 식량을 더 많이 비축할 수 있었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늦가을로 접어드는 기간의 건조하고 온화한 날씨를 가리키며, 주로 첫서리가 내린 다음에 나타난다. 유럽에서는 이런 기후현상을 ‘물총새의 날’ 또는 ‘노부인의 여름’이라 부르기도 한다.인디언들이 신의 선물로 감사히 여기는 늦가을 초입의 사냥하기 좋은 따듯한 날씨처럼, 인생에서도 늦은 시기에 새로운 상승국면을 맞게 되는 때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텐리
민주주의가 민주주의를 비틀어 상처를 입히고 마침내 무너뜨리고 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자유의 과잉, 권리의 과잉이 빚어내는 민주정치의 자해현상에 대다수 국민은 속수무책이다. 일부의 국민은 스스로 이성적이고 능동적인 활동가로 자처하면서 민주정치를 훼손‧파괴하는 행위에 에너지를 채워주고 있다. 제 새끼를 살해한 뻐꾸기 새끼를 혼신의 힘을 다해 키워내는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의 처지인데 그런 자각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정치인 타락시키는 무조건적 지지뻐꾸기는 제 집을 짓지 않고 뱁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탁란(托卵)이라고 한다.
3월5일부터 8일까지 3박4일간 일본 오사카·교토·나라 여행을 다녀왔다. 고등학교 동창 4명이 함께 한 패키지 여행이었는데 3월 6일 하루는 자유여행이었다. 자유여행은 오전에는 오사카성 천수각, 오후는 나라현 호류지를 답사했다. 6일 오전 8시반 호텔에서 출발하여 오사카성까지 9시 20분에 오사카성 천수각(입장료 600엔)에 입장하였다. 이번이 세 번째 관람이다. 8층 전망대부터 구경하면서 아래로 내려왔다. 7층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생애를 자세히 보고 4층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생애’ 책자를 1,300엔에 구입하였다. 3층에
우리나라는 2018년에 이미 전체인구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14%를 넘어서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40년대가 되면 국민 3명중 1명이 노인일 거라고 전망한다. 이대로라면 ‘노인국’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낮은 출산율은 회복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우리사회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그런데 좀 이상하다. 늙어야 노인 아닌가? 아직 멀쩡한데 잉여물품 내놓듯이 함부로 노인들을 쏟아내고 있다. 건강한 6070세대를 노인으로 취급하면서 ‘노인이 넘쳐나는 세상’이라고 하니 어이없다. 우리 사회는 한창 일할
아침에 일어나 쇠로 된 문고리를 열어젖히면 눈이 내리고 있었다. 밤새 잠자는 동안, 마당과 지붕에 소복소복 쌓이던 눈은 집 아래 도랑으로도 달려가, 얼어붙은 도랑에 귀를 대고 밑바닥에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있었다. 올산리의 겨울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탓에 눈의 나라였다. 겨울바람에 하얀 엽서를 주고받는 것, 그것이 산과 산이 서로 안부를 묻는 방식이었다. 마을 여기저기에 띄엄띄엄 흩어져 있던 몇 가구 안 되던 집들, 그들 굴뚝에서 퍼져나오는 연기도 허공에서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호롱불로 밤을 밝히며 큰마을에서, 새터
‘호찌민의 목민심서 애독설’ 논란에도 불구하고, 2017년 1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베트남 호치민 시에서 열린 '호치민-경주세계문화 엑스포 2017’ 개막 축하 영상 메시지에서 “베트남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호찌민 주석의 애독서가 조선 시대 유학자 정약용 선생이 쓴 목민심서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런데 2019년 4월 24일에 베트남 교민잡지사 ‘굿모닝베트남’이 ‘다산연구소’ 게시판에 질문을 올렸다.“목민심서를 호치민 주석이 탐독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박헌영이 목민심서를 호
전공의들의 집단파업이 18일째를 맞고 있는 지금까지도, 왜 이런 사태가 빚어졌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의사가 아니라서 그렇다고 하겠는가? 의사의 신세를 져야 할 날이 점점 많아질 일개 시민이니까 더 이해할 수가 없다는 거다. 의사 선생님들, 질병의 치유뿐만 아니라 생사를 의사들에게 맡겨야 하는 일반 국민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생각하시는가?밥그릇 줄어들까봐 아우성인가의대 정원을 늘리는 일은 국가 의료‧교육‧사회정책을 맡은 정부의 몫이다. 의사들이 나서서 이런 핑계 저런 이유를 대면서 정부와 맞장 뜨겠다고 할 일일 수가 없다.
60세를 조금 넘긴 때의 일이다. 갑자기 오른쪽 다리가 찢어질 듯 아팠다. 지독한 통증으로 잠을 잘 수 없었다. 근육통이겠거니 하고 며칠을 버텨보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흔히 디스크 파열이라는 ‘추간판 탈출증’으로 결국 수술을 받았다.그 일이 벌어지기 몇 달 전. 새벽에 산을 뛰어 오르다 종아리 근육이 찢어졌다. 갑자기 팔꿈치 부분의 혈관이 터져 팔이 온통 피멍으로 물들기도 했다. “어르신, 준비운동도 하고, 그리고 이제 좀 살살하세요.”라고 의사한테 충고를 들었다. “뭐라, 어르신이라고?” 자존심이 상했다. 그래서 엉덩이의 꽁지 뼈
안재성은 『박헌영 평전』에서 박헌영(朴憲永 1900-1956)과 호치민이 같이 찍은 사진 한 장을 책 앞부분(P 4)에 수록하고, ‘1929년 모스크바 국제 레닌학교 재학 중,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김단야, 박헌영, 양명이 나란히 앉아 있다. 뒷줄 맨 왼쪽은 베트남의 호치민, 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주세죽이다.’라는 설명을 붙여 놓았다. 이 사진의 출처는 2004년에 임경석 교수가 출간한 『이정 박헌영 일대기』에 실린 사진인데, 임경석 교수는 이 사진에 ‘주세죽(박헌영의 아내)의 유품에서 - 박비비안나(박헌영의 딸)
그렇게 많고 격렬하던 '문빠'들은 다 어디 갔을까? 팬덤정치가 본격적으로 그 양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도전 때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노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이름을 가진 온·오프라인의 팬 집단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대엔 '문빠', '대깨문(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 급속히 덩치와 목소리를 키우며 등장했다. 그 열렬하던 '노빠', '노사모'는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 있었다.위세 대단하던 '대깨문'은 어디로문 전 대통령의 팬덤은 노 전 대통령의 그것에 비해 더 격렬하고
최근 산림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분위기다. 국토의 63%가 숲인 한국으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경기도 포천의 국립수목원을 찾는 사람만 연간 40만여명이나 된다. 숲은 우리가 가장 쉽게 가까이할 수 있는 치유공간이기 때문이다.국립수목원은 정원치유 등 숲을 이용한 연구개발 작업도 진행하고 있어 치유산업발전에 잘 활용되는 중요한 국가기관이다.국립수목원의 업무와 산림치유 등 향후 국립수목원의 역할과 전망을 임영석 원장으로부터 들어보았다. ▶국립수목원에 대한 소개와 역할에 대해 설명한다면.-국립수목원은 경기도 포천 광릉숲에 위치하고
“당신도 노년의 문지방에 들어섰군요.”“나는 아냐! 아직 한창인데 …”“그래도 소용없어요. 사회가 당신을 노인으로 판정해 버렸잖아요.”곧 대중교통의 경로석이 사라질 것이다. 죄다 노인인데 누구를 위해 특별석을 마련할까. 노인들이 집단의 기억이자 그 기억을 계승하는 지속성의 상징으로서 특권을 누렸던 시대는 지나갔다. 노인의 사회적 역할은 줄어들고 관심대상에서도 노인이 멀어지고 있다. 이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국가는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몇 가지 방책과 보장으로 ‘노인 떼어놓기’를 하고 있다. 계속 일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