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나뭇잎이 바람을 타고 흩날리면 가을이 온 것을 느낀다. 우리 집 옥상 꽃밭에도 얼마 전부터 가을이 찾아왔다. 나뭇잎은 붉게 물들어 떨어지고, 오직 국화만이 여기저기 꽃을 피우고 있다. 곧 70세가 되는 나에게는 계절의 가을과 인생의 가을이 겹쳐 마음이 어수선하다.이 나이쯤 되면 나는 제법 현명한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이런저런 걱정거리도 없어지고, 이리 저리 흔들리는 마음도 안개 사라지듯 걷힐 줄 알았다. 후회도, 안타까움도, 두려움도, 고집도 거의 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젊었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것 없이 모든 것
3월 6일 오후 2시, 호류지 한글판 팜플렛을 챙기고 서원 가람으로 들어갔다. 거기엔 왼편에 오층탑(일본은 오중탑으로 부른다) 오른편에 금당(金堂 부처를 모신 법당), 가운데에 대강당이 있다. 금당에서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렸다는 벽화(壁畵)를 볼 생각에 설렌다. 금당과 오층탑을 연거푸 사진 찍고서 광주에서 온 고교 동창과 같이 금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입구엔 촬영금지란 표시가 있다. 금당을 들어가니 직원이 지키고 있어, 몰래 촬영도 할 수 없다. 한 번 휘익 둘러보았는데 호류지 역에서 본 벽화를 찾을 수 없다. 아차하면서 다
직장인의 꿈은 CEO가 되는 것이다. 차선책은 임원(任員)이 되는 게 목표다. H사 직원 3,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어떨 때 임원이 존경스러웠는지를 설문 조사했다. 그 조사 결과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할 때(28%), 신상필벌이 적절할 때(26%), 개인적인 고민을 들어줄 때(19%), 업무추진 과정에서 생긴 타 부서와의 갈등을 해결해줄 때(14%), 미래지향적인 업무개발에 앞장설 때(13%)였다.반대로 어떤 임원(任員)과 일하는 것이 힘드냐는 설문에 대한 직원들의 답이다. 윗사람에게는 아부하
1980년대 중반,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삼성 반도체 부천 공장을 방문했다. 애로사항을 건의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삼성 김광호 부회장은 일본에서 수입되는 “프로젝션 얼라이너(Projection Aligner)”라는 반도체 장비에 부과되는 50%의 관세를 낮춰달라고 했다. 전 대통령은 "일본을 이기려면 그렇게 해야지"라며 해결해 주겠다고 했는데 실제 한 달 후 프로젝션 얼라이너에 붙던 관세가 없어졌다. 대통령의 약속이었지만 설마 했던 김광호 부회장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뿌리를 내린 것은 전두환 대통령의 공이 크
한의학의 질병이름은 현대의 그것과 비슷하게 부위와 증상에 맞게 되어 있다. 그래서 귀에 소리가 나면 이명(耳鳴)을 동의보감에서 찾아보면 된다.그런데, 병의 원인과 병리적인 부분을 알아가다 보면 현대의학의 그것과는 매우 다른 용어들을 접하게 된다. 크게 부족증을 말하는 허증(虛證)과 염증이나 노폐물이 과한 것을 실증(實證)이라고 한다. 허증에는 대개 보약을 써야 한다. 그래서 한의원에서 진맥을 받아보면 어디어디가, 또는 무엇이 허하다는 진단에 이어 보약 투약을 권고 받는다.이번에는 허증보다는 실증, 즉 염증이나 노폐물의 과다한 상태
우선, 이 계절에 어울리는 시 한 편 「중얼중얼」을 읽으면서 이 글을 시작할까 한다. 절대 박정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나치게 사랑받았던 기억은/ 오히려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며// 온종일/ 가랑비가/ 벚꽃에게// 중/ 얼/ 중/ 얼 -「중얼중얼」 전문 (오석륜, 『사선은 둥근 생각을 품고 있다』 (천년의 시작, 2021))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대표적인 꽃의 하나인 벚꽃은 봄이 되면 상춘객으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는 꽃이다. 벚꽃의 생명력은 그야말로 열흘 전후. 인용한 시에서 벚꽃을 떨어뜨리는 존재는 봄비다. 그것도 가랑비
제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더할 수 없는 참패를 당했다. 가장 심각한 곤경에 처할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에는 주인이 없다. 당원 누구라도 주인행세를 할 수 있지만 당원 누구든 굳이 책임을 떠안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정당이다. 그렇지만 윤 대통령은 패배의 충격과 패널티를 직격으로,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작정하고 덤비면 식물 대통령의 처지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동분서주에도 반응 차가운 까닭은▲취임 2년 만에 총선이 치러진다는 것은 법으로 정해진 일정이었다. 대비할 기간이 2년이나 되었다는 뜻
2025 APEC 정상회의는 미·일·러·중 세계 4강을 비롯해 아․태지역 21개국 정상·각료·언론인 등 2만여 명 이상이 한국을 방문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다. 2005년 부산 개최 후 20년 만에 열리는 국제회의로 단순회의가 아닌 5천년 유구한 우리의 역사문화와 한국의 경제발전상을 세계만방에 알려 국격 상승과 국가 자긍심을 고취하는 국제회의다. 시는 경북도와 함께 2021. 7월에 APEC 유치의향을 공식표명 하고 APEC 준비된 도시 경주가 최적이라는 당위성을 가지고 260만시·도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유치에 올인 하고 있다.APE
영국의 축구코치 린 홀은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게 아니다. 보다 자기다워지는 것이다.”라고 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모습이야말로 자기 자신의 온전한 모습이다. 젊었을 때에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어 나만의 색깔을 띠기 어렵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기만의 성격과 가치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은 보다 자기다워질 때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될 수 있다.예전의 인기 걸 그룹 ‘핑클’이 어느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어린 나이에 만나 최고 스타로서 삶을 살다가 서로 헤어진 후 무려 14년 만에
‘습여성성(習與性成)’이란 ‘습관이 몸에 배면 천성(天性)이 된다’는 말이다. 같은 행동을 무한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 습관은 다시 타고난 성품처럼 변한다. 습관(習慣)의 ‘습(習)’ 자는 어린 새가 날개(羽)를 퍼덕거려 스스로(自) 날기를 연습한다는 뜻에서 나온 글자다. ‘관(慣)’ 자는 마음에 새겨져 능통하다는 뜻이다. 즉, 습관이란 ‘어린 새가 날갯짓을 연습하듯 매일 반복하여 마음에 새겨진 듯 익숙해진 것‘이다. 특정한 자극이나 행동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자동으로 나타나는 행동을 뜻한다. 하면 “식사 후 3분 이
봄이 생기 가득 머금고 화사함 축제의 나들이 계절이다. 그렇지만 저명한 시인 황무지 작가인 T.S 엘리엇이 말했듯이 잔인한 달 4월이다.백세시대 우리 인간의 삶에도 계절이 있다고 정신의학자이며 인생 계절론 학자인 레빈슨이 말했다. 봄은 청소년기요, 여름은 중년기이며, 장년의 나이는 가을이라고 하고, 노년은 겨울이다고하였다.청소년기는 전문학을 배우는 학업기요, 중년의 시기는 태양보다 강렬한 승리욕으로 일터에서 죽어라 일했고, 그 중년층이 일선에서 은퇴하면 인생 2막이란 시기인 장년층으로 온다. 문제는 중년과 장년의 연령층이다. 중년은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또 참패했다. 21대 총선의 그 참담했던 상황에 버금가는 패배를 되풀이 한 것이다. 그 때는 그래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변명할 수나 있었다. 당 출신의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절반이 넘는 의원들이 탄핵에 앞장서거나 뒤따른 후폭풍이 당을 덮쳤었다. 당내 탄핵파 가운데 많은 수가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어 나갔다. 집권당의 위상을 잃은 정도가 아니라 분열된 야당으로서 존립자체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었다.그러나 당의 지도부, 당 소속의원들은 자기 쇄신의 의지를 입증해 보이지 않았다. 대선에서 참패하고 나서도 현실
피로스는 그리스 북서부 산골마을 에페이로스의 왕이었지만, 강대국 마케도니아를 물리치고 로마 본토까지 쳐들어갔다. 출정을 앞두고 참모 키네아스가 피로스 왕에게 물었다.“전하, 이번 로마에 출정해서 승리를 거두면 그 다음엔 뭘 하실 건가요?”피로스가 신이 나서 말했다.“그 다음엔 이탈리아 정복이지!”키네아스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다시 물었다.“이탈리아도 정복하면요?”“그 다음엔 시칠리아가 기다리고 있지.”“그럼 시칠리아까지 정복하고 나면 전쟁은 끝나겠네요?”“아니지, 그 다음엔 지중해를 건너서 카르타고로 가야지.”이 말을 들은 키네아스
사람의 얼굴에는 위에서 아래로 두 개의 눈, 두 개의 귀, 콧구멍 두 개의 코, 한 개의 입으로 배치되어 있다. “왜 그럴까?” “두 번 이상 보고, 두 번 이상 듣고, 두 번 이상 숨 쉬고 비로소 한마디 말을 하라“는 조물주(造物主)의 가르침이 담겨져 있지 싶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門)”이란 뜻의 “구시화문(口是禍門)”이란 말이 있다. 사람 얼굴에서 입을 아래에 둔 것은 말을 줄이고 신중(愼重)하라는 뜻이지 싶다. 불교 경전인 천수경(千手慶) 처음 구절이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다. ‘입으로 지은 죄업(罪業)을 깨끗
감기는 바이러스에 의해 코와 목 부분을 포함한 상부 호흡기계의 감염 증상으로, 사람에게 나타나는 가장 흔한 급성 질환 중 하나이다. 성인은 일 년에 2~4회, 소아는 6~10회 정도 감기에 걸린다. 재채기, 코막힘, 콧물, 인후통, 기침, 미열, 두통 및 근육통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감기를 완벽히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하지만 불편함과 통증의 강도를 낮추고, 기간은 줄게 하는 방법이 있다면 활용해야 한다.이번에는 치료기간이 절반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 4가지를 소개하니 기억하였다가 감기 걸렸을 때 적용해 보길 바
4월 초의 어느 날 저녁, 벚꽃, 매화, 진달래, 개나리, 목련 등 도시 여기저기에 핀 봄꽃들의 향기를 가득 안고 세 명의 고교 동창생이 모였다. 저녁 식사 겸 술자리를 가졌다. 한 명은 한의사, 한 명은 올 초 명예퇴직한 전직 지리교사, 이 글을 쓰는 또 한 명은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사람. 세 사람 모두 환력(還曆)이다. 식탁에는 삼겹살, 막걸리와 더불어 오랜 서울 생활에도 꼿꼿하게 생명력을 잃지 않은 경상도 사투리가 차려졌다. 고기를 굽는 화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함께 우리의 대화도 무르익어갔다. 우선, 서울 공립 중고교
우리나라 정치인중 최고의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를 뽑는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을 따라갈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인 2017년 한 송년회자리에서 “표가 된다면 뭔 짓도 한다”고 밝힐 정도로 포퓰리스트를 자임했다. 그의 포퓰리즘 본능은 선거철마다 유감없이 발휘돼 왔다. 이번 총선 역시 그의 ‘매표행위’는 선거현장을 덮고 있다. 이 대표는 민생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 4인 가구 평균 100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원을 제안했다. 그는 여기에 필요한 재정이 13조1000억 원인데 이 정도
3월 6일 오후 2시, 호류지 서원당 안내문을 읽은 다음에 약사여래상 안내문을 읽었다. “약사여래상 (나라시대 국보)본존의 약사여래상(의약과 치유의 부처)은 나라 시대(710-794)에 건조된 국보이다. 이 약사여래상은 ‘봉(峯)의 약사’으로 불릴 만큼 일본에서 가장 큰 장육(丈六)의 건칠(乾漆)상 중 하나이다. 약사여래는 왼손에 작은 약 단지(藥壺 Jar)를 들고 있는데 약단지에는 의약품과 신비한 치료제가 들어 있다. (일본) 사람들은 약사여래가 기적적인 치유를 해주고 있다고 믿고 있으며,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치유를 희망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는 그 자신에게 절체절명의 과제일 법하다.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사법 리스크는 계속 따라다닌다. 정치인으로 살아남으려면 당의 철통같은 방탄 태세가 필요하다. 무난히 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옹립되기 위해서도 친명 일색의 의원단 구성은 필수적이다. 이를 전제로 할 때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을 공천 제1요건으로 요구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장래의 유력한 경쟁자가 될 만한 사람들이 배제된 이유도 다를 바 없다.이 대표의 구상대로 공천자는 결정됐다. 그들이 앞으로 국회 안에서, 또 정치권에서 이 대표의 이익 대변
“인사(人事)는 만사(萬事)가 아니다. 인사(人事)는 천사(天事)다“는 게 필자 주장이다. ”사람을 섬기는 일을 하늘 섬기 듯 하라“는 말이다. 이때의 사(事)자는 ‘일 사(事)’字가 아닌 ‘섬길 사(事)’字로 쓴다.삼성(三星)그룹 경영방침은 사업보국(事業報國)과 인재제일(人材第一)이다. 또한 삼성그룹의 인사방침은 중국의 사서(史書) 송사(宋史)에 나오는 “의인불용(疑人不用) 용인불의(用人不疑)”다. “애당초 의심(疑心)이가는 사람은 쓰지를 않으며 일단 한번 쓰고 나면 절대로 의심(疑心)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2024년 4월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