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당선자 시상식에 참석한 최종천 글로벌경제신문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있다.글로벌경제신문이 주최하고 글로리서울안과병원이후원한 '2020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당선자 시상식 15일 스위스그랜드호텔 화이트헤론홀에서 개최되었다.이날 행사에는 최종천 글로벌경제신문 사장,구오섭 글로리서울안과 원장,이석종 글로리서울안과 이사.심사위원장인 김경식 수필가, 심사위원 장재선 시인,심사위원 한지수 소설가,류원근 글로벌경제신문 편집국장,수상자와 관계자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 되었다.'2020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는 50세 이상의 시니어 문학인을 대상으로 공모 되었으며,전국에서 1,000여편이 넘는 우
'2020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당선자 시상식에 참석한 수상자와 관계자들이 수상기념 단체 기념촬영을하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글로벌경제신문이 주최하고 글로리서울안과병원이 후원한 '2020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당선자 시상식 15일 스위스그랜드호텔 화이트헤론홀에서 개최되었다.이날 행사에는 최종천 글로벌경제신문 사장,구오섭 글로리서울안과 원장,이석종 글로리서울안과 이사.심사위원장인 김경식 수필가, 심사위원 장재선 시인, 심사위원 한지수 소설가, 류원근 글로벌경제신문 편집국장, 수상자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 되었다.'2020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는 50세 이상의 시니어 문학인을 대상으로 공모 되었으며
1 그리고 1.11초는 짧지 않다. 우사인 볼트는 십 미터를 갈 수 있고, 벌은 이 백회 이상 날갯짓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남의 주머니에서 지갑을 빼내기에도 충분하고, 시험장에서 닫히는 교문 사이를 통과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기에도 넉넉하고 앞차와의 충돌음을 내는 데도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사람 발에 밟힌 지렁이가 꿈틀하는 시간이고, 졸던 동자승 어깨에 죽비를 내리치는 데도 충분한 시간이다. 또한, 희비가 교차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고귀한 생명이 탄생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현자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의 1초는 더욱더 빛나는 시간이다. 1초는 절정의 순간에 빛을 발한다. 1.1초는
요양원짙어가는 가을향기는 무작정 나를 밖으로 이끌었다. 하늘의 새털구름은 에메랄드 빛 바다 위, 물고기가 유영하는 듯하다. 바람 한 점 없는 날, 공기는 소리 없는 무성세계를 유유히 떠다니는 듯하다. 스치는 풍경 속에 예쁜 카페와 고급스런 식당 건물들이 그림 속에서 불쑥 튀어 나온 것 같다. 그 사이로 드문드문 밋밋한 무채색 건물이 시야를 빠르게 훑고 지나친다. 예전이라면 깊은 산속에 있을 법한 건물들이 만추의 공기만큼 쓸쓸히 자리하고 있다. 늘어난 기대수명으로 조금만 시가지를 벗어나도 요양원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회색건물은 인연의 끝자락을 암시하는 것 같아 가슴 한 구석에 찬바람이 인다. 나뭇가지의 마지막 잎새
가을의 공기감나무 잎이 반짝인다. 산들바람에 밀린 물결처럼 맑고, 투명하고, 경쾌하게 반짝인다. 그러나 그 빛은 예전의 빛이 아니다. 울긋불긋 번진 버짐에 세월의 인고가 묻어있다. 문득 애잔한 기분이 든다. 참고 견뎌온 세월이 왜 슬픈 일인지 모르겠다. 인생의 끝은 결국 회한인가? 그냥 스치는 감정이고 싶다. 감나무 잎 너머로 푸른빛인가, 노란빛인가? 어쩐지 연둣빛 같기도 한 들판이 외딴 섬의 철 지난 모래밭처럼 고요하다. 빈 조각배처럼 흐르는 실구름에 하늘은 강이 되어 파란 물결을 살랑거린다. 하늘에 높이 나르는 잠자리들이 호수 속 피라미 떼들의 해맑은 유희처럼 경쾌하게 움직인다. 하늘이 호수인가 호수가 하늘인
숲의 배웅하늘이 잔뜩 어깨를 웅크리고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그 하늘의 발끝이 가 닿은 이천변 물살 위로, 늦여름 후텁지근한 바람이 성밖숲길로 접어들었다. 구름에 잠긴 햇살은 어느새 붉은 입술을 터트리며 노쇠한 왕 버드나무 가지마다 이별 인사를 전했다. 나는 천천히 그 인사를 배웅하러 다가섰다. 55-36. 왕버드나무. 500년의 세월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그 가벼운 이름표가 이상하게 묵직한 존재감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발아래 막 여물기 시작한 맥문동 보랏빛 꽃잎들이 손을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덧붙였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오래 오래 놓지 못했다. 그녀의 첫 인상이 꼭 그랬다. 또래보다 한 뼘 이상 큰 키는,
마중물윤슬에 일렁이는 호수가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저수지 건너편 미루나무 우듬지가 햇살의 형형함을 껴안았다. 참새 떼들이 물가에 앉아 수런거리다 포르르 날아간다.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간 친구 집에 들렀다. 예쁜 카페처럼 운치가 있었다. 물가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하늘이 반영된 호수의 물이 연한 옥빛으로 물들었다. 솜사탕처럼 엉켜 있는 뭉게구름도 오롯이 물의 표면에 앉았다. 한가로운 여유에 소소한 행복이 스며든다. 청정한 공기에 이끌려 느긋하게 걸었다. 한참을 가다 보니 마을 한가운데 밤나무 두 그루가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그 옆에는 우물이 우뚝 서 있고, 둥근 빨랫돌이 망부석처럼 웅그리
죽순과 가죽한창 발전하는 남쪽지방 소도시에서 간판재료를 판매하셨던 아버지는 사업수완이 좋아 가게를 알차게 일구셨다. 하지만 지리산 자락의 산골 출신인 당신은 항상 산을 그리워하시다가 지천명이 되시던 해에 야트막한 산을 하나 마련하셨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그 산등성이에는 향기로운 복숭아밭이 있었고, 산 아래에는 청량한 대숲을 두른 아담한 시골집과 풍성한 텃밭이 딸려있었다. 가게와 산을 오가시느라 아버지는 정신없이 바쁘셨지만, 그 시절 당신의 얼굴에 피던 웃음은 햇살처럼 밝았다. 자식들이 모두 슬하를 떠난 뒤, 아예 시골집으로 거처를 옮기신 부모님은 산에서 나오는 먹거리를 거두는 낙으로 여생을 보내셨다.
접이식 의자“헉, 헉!” 백 번도 넘게 다닌 오르막길이지만 정진이는 여전히 힘이 듭니다. 신발 바닥에 닿는 시멘트 길이 오늘따라 더 까칠하게 느껴집니다. “뚱땡이 녀석! 내가 왜 거지야?” 정진이는 혼잣말을 하다말고 입술을 꼭 깨물었습니다. 다음 말을 하려니 목에 걸려 나오지 않았습니다. ‘엄마도 없는 녀석이 까불고 있어.’ 혁수의 말이 계속 정진이의 머릿속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정진이는 지난가을 교통사고로 엄마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가 계신 언덕빼기 집으로 왔습니다. 아빠는 먼 곳으로 일하러 가고 할머니랑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정진이는 ‘거지’라고 놀리는 것은 참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없는’
귀신은 마음속에눈을 비비고 일어났을 때는 햇살이 문풍지를 뚫고 있었다. 소쩍새의 울음이 햇살처럼 길다. 노란 햇살은 정말 길었다. 문풍지를 통과한 햇살은 긴 대나무처럼 맞은편 벽에 걸쳤다. 기지개를 켜는 나의 손바닥에도 햇살이 박혔다. “나무 실으러 가는데 같이 갈래?” 나는 그 소리에 후다닥 일어나 눈을 비볐다. 눈곱이 눈 주위에서 떨어지기 싫은가 보다. “세수는 해야지.” 삼촌의 서두르는 목소리에 밖으로 뛰쳐나갔다. 찬물에 눈까풀을 문지르며 고양이 세수를 했다. 삼촌은 마차를 손보고 있었다. 바퀴를 살펴보고 조청보다 더 끈끈한 검은 기름을 바퀴의 축에 발랐다. “밥 밥 밥.” 서두르는 나에게 고모는 씽끗
할머니는 오바보문구점 옆 풀빵가게가 시끌벅적해요. 가게라고 하기에는 너무 허름했어요. 문구점과 옆 건물 사이 한 평 쯤 되는 곳에 천막을 치고 풀빵과 어묵을 팔고 있어요.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면 풀빵과 어묵을 사먹었어요. “얼마야?”무성이는 풀빵 여섯 개를 먹고 할머니에게 물어보았어요. 할머니는 대답도 없이 씩 웃기만 했어요. “얼마냐고?”무성이가 큰소리로 말을 하자 할머니는 오백 원짜리 동전을 들어 보였어요. “오백 원?” 무성이는 오백 원짜리 동전을 할머니 옆에 있는 소쿠리에 던졌어요. 할머니는 오백 원짜리를 얼른 주워 빨간 돼지저금통에 쏙 밀어 넣었어요.“오바보 멍청이. 메롱.”무성이는 검지손가락으로 입술
등받이 친구나는 대봉이를 만나기 전까지는 늘 혼자였어요. 다른 아이보다 키도 작은 데다 팔다리가 짧아요. 그리고 크고 뭉텅한 내 코가 피에로를 닮았다고 친구들이 놀려요. 반 친구 중에 특히 쌍둥이 형제는 둘이 힘을 합쳐 나를 잠시도 가만두지 않아요. 그 애들은 같은 반이 된 후로 줄곧 나한테만 심술을 부렸어요. “삐에로! 삐에로의 코는 마술코!” “삐에로는 화가 나면 코가 빨갛게 변한대요.” 나를 화나게 하면 할수록 내 코끝은 더 빨개져요. 나는 쌍둥이들을 째려보며 소리쳤어요. “그만해! 그만하라고!” 하지만 내가 반응을 할수록 쌍둥이들은 재밌다는 듯이 나를 더 놀렸어요. “삐에로! 재주 한 번 넘어봐! 큭큭큭.”
아버지의 거짓말못난이 나무에 노란 산수유꽃이 피었다. 꽃잎도 없이 뾰족뾰족 수술만 나왔다. 쌩쌩 바람이 부는 데도 봄이니까 따뜻한지 엿보려고 나왔나 보다. 벌써 4학년이 되었다. 교실도 선생님도 모두 낯설다. 왠지 눈치를 보게 된다. 새로 만난 선생님은 안경을 썼고 잘 웃으신다. 장난을 치는 것처럼 기다란 몽둥이를 흔들면서 재밌어한다.빨리 집에 가고 싶은데 종례가 끝나질 않는다. 선생님은 설명을 마치고 중요한 종이를 나눠 주셨다. 바로 가정환경 조사서다. 자기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고 종이를 받으러 나가야 한다. 이름을 부를 때마다 잘못한 것도 없이 가슴이 콩닥거렸다. “한순옥.”내 이름이다. “네.”큰소리로 대답했는데
고양이활처럼 웅크린 고양이를 깨우는 건 바람을 타고 오는 저녁의 냄새이다 음식물 통을 흔드는 앞발이 가지는 경건함 흔드는 일이란 얼마나 집중을 요하는 일인지 기울어진 음식물 수거함 빠져나온 생선의 잘린 머리 토막을 덥석 물고 노려보는 빛나는 두 눈 생애 처음처럼 낯선 이를 경계하는 일은 타고난 태생이다 기다리는 새끼들에게 가는 그의 어깨가 무겁다 떠났다고 믿는 순간 기척도 없이 돌아왔다 당연하듯이 밤의 한귀퉁이를 흔드는 일이다
뼈의 힘마른 나뭇잎 등뼈를 밟으면 바람에 잔뼈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 가을 저물녘 오솔길에서 나는 마감된 한 생의 끝을 추측해요 목뼈에서 꼬리뼈까지 얼마나 많은 빗줄기가 흘러갔는지를 씨족마을 시량리 오촌 아재는 도박판에서 가산 탕진하고 한 때 공장에서 우유병을 닦았다네요 명색이 가문 있는 집 장남인데 더는 이렇게 살 수 없다며 우유회사에 던진 사표를 회사대표가 받아 읽다가 써내려간 문장이 출중하여 반려된 이후 회사의 간부가 되었다는 그런 숨겨진 뼈대의 힘이 내게도 있을까요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우찔끈! 내려앉는 저 잎들의 문장 내 살 속에 숨은 구부러진 등뼈의 강도를 느껴요 힘없는
만근 이야기우리 식구 모두 두레반상에 둘러앉아고기를 먹는다문풍지 떨리는 단칸방 불빛이 한 참 밝다이 달엔 만근을 했다고오랜만에 아버지 얼굴이 불콰하다막장 속 적막한 노동이 총총이 적힌 봉투를아버지는 자꾸만 불빛에 비춰본다어머니 외상값 갚으러 가는 길검둥이도 꼬리를 흔들며 앞질러 간다애경상회 할머니 찌뿌린 눈썹이 반달로 떴다거스름 돈을 줄 때 쥐어 준 딸기젤리가입 안 가득 황홀해서나는 검둥이와 한바탕 뜀박질을 했다몇 군데 더 돌며 외상값을 갚고잔돈을 쥐고 집 앞에서 서성이는 어머니초겨울 회초리 바람이 치마폭을 휘감았다아버지는 벽을 향해 구부리고 잠들어 있었다등뒤에서 그림자가 흘러나와어둑하게 우리를 올
바람의 길반신마비로 절룩대며 겨우 걷는 그는종종 산책길에서 마주치는 이웃이다잘 나가는 사업가였는데 이른 나이에 풍을 맞았다고 동네 어른들이 혀를 차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얼마나 세차게 그를 통과했는지머리에서 발끝까지 흔들리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허공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왜곡된 몸의 깃대를 부여잡고 오늘도 그는 걷고 있다중심으로 간곡하게 그를 몰아가고 있다 한때는 그도 바람을 몰고 다녔을 것이다더 센 바람을 일으켜 가벼운 것들을 튕겨내기도 했을 것이다안으로 불어 닥친 바람의 무게 이기지 못하고 가볍게 여긴 쪽으로 몸이 쏠리고 만 것이다 이제 그에겐 그 어떤 것도 가볍지 않다한 발을 내딛어 한 걸음
적막딸들의 울음소리 들린다.신음소리가 주인인 양 떠나지 않는 중환자실 얼마나 가까우면 방금 전까지 말하던 자식들 이름입술에 채 마르지도 않은 채 저 할머니는 저승에 도착한 것일까?열정 불사른 해가 진 후어둠이 밀려오는 들판처럼 쌓여만 가는 침묵불빛도 숙연하다.고개를 드는 불안에시간도 걸음을 떼지 않는다.문이 열릴 때마다 그쪽으로 눈을 돌렸던 사람들이곳에서 바람처럼 일어나고 싶어오락가락하는 정신 줄이라도 꽉 붙잡고 있었을 것이다.저 어둠의 그림자에 들키지 않으려 파수병 같은 알코올냄새 무럭무럭 피우며숨소리마저 목안으로 꾹꾹 밀어 넣는다. 점점 무거워져깨뜨릴 수 없을
사블레204호는 항상 잠들어있었다. 깨어 있는 시간은 하루 중 식사를 할 때와 화장실을 이용할 때, 그리고 간식으로 사블레를 먹을 때뿐이었다. 가끔은 눈을 뜨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기도 했지만 그럴 때도 꿈결인 것처럼 보였다. 나는 매번 식사시간이 되면 204호를 깨워 밥을 먹였고 약을 챙겨 주었다. 이틀에 한 번은 샤워를 시켜주고, 체조 시간이면 휠체어를 밀며 복도를 거닐었다. 그리고 가끔은 함께 정원에서 볕을 쬐기도 했다. 일요일이면 시설 안에 있는 예배당에 갔다. 204호의 핏기 없는 얇은 입술에 발그레한 립글로스를 발라주고 단정한 외출복을 입혀 예배당 안으로 휠체어를 들여 주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고개를 숙이고 잠이 들
증거그가 오늘 죽었다. 그의 부음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통쾌감보다 허무감을 느꼈다. 그가 막상 죽으니 뒤끝이 영 개운치 않았다. 철구는 카페에서 그의 죽음을 내게 전하며 이제 그만 과거로부터 자유로울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조언했다. 하지만 나는 철구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철구가 전하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의 죽음엔 석연치 않은 데가 있었다. 내가 철구에게 그의 죽음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했을 때, 철구는 오히려 혀를 끌끌거리며 나를 타박했다. 망자의 죽음을 산 사람의 잣대로 저울질하는 것은 죽은 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는 철구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 같아 언짢았다. “그놈이 죽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