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허브=김동호 기자] 위에선 청년 창업을 독려하고 아래에선 갖가지 규제로 창업자의 발목을 잡는 정부의 갈지(之)자 행보가 비난을 받고 있다. 또한 정부 부처간, 정부와 국회간의 일관된 정책 추진과 공조가 절실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헤이딜러' 폐업 사태다. 헤이딜러는 서울대학교 재학생들이 뭉쳐 창업한 온라인 중고자동차 경매업체다.
▲ 헤이딜러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지. 출처: 헤이딜러

지난해 500억원 규모의 중고차 거래를 성사시킨 헤이딜러는 작년말 개정된 자동차관리법이 올해 초 발효되면서 폐업을 선언했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오프라인 매매업체 중심의 기준을 설정하면서 헤이딜러의 사업이 불법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28일 국회는 '오프라인 자동차 경매장을 보유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경매하는 사업자'에 대한 벌칙조항이 신설된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헤이딜러가 개정된 자동차 관리법에 따라 합법적인 영업을 하려면 3300㎡ 이상의 주차장과 200㎡ 이상의 경매장, 성능검사설비, 성능검사 인력의 자격요건 등 기준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는 청년창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 취임 초기부터 창조경제를 강조해 온 박 대통령은 최근 청년 창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보여 왔다.
박 대통령은 12일 개최된 '2016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청년 창업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긴밀히 협력해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인재들이 창업에 도전하고 기업을 키워가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좋은 기술이 개발됐는데도 규제에 막혀 시장 선점의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지역 전략산업 관련 핵심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는 '규제 프리존'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박 대통령의 말과는 달리 헤이딜러는 정부 규제의 신설로 인해 잘 나가던 사업을 접었다. 또한 최근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던 심야 콜버스업체 '콜버스랩'도 위법성 논란에 휩싸이며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2월 영업을 시작한 심야 콜버스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콜버스앱을 통해 자신의 목적지와 탑승시간을 입력하면 전세버스를 보내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야근이 잦은 직장인과 대중교통편이 불편한 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택시 사업자들이 위법성 문제를 제기하자 서울시가 국토부에 콜버스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일단 국토교통부는 콜버스랩 등 스타트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여러 교통 및 물류 관련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난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규제개혁에 적극 나설 방침임을 전했다.
강 장관은 "행정이 사회 혁신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행정이 세상의 눈부신 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행정의 속도와 사회 혁신의 속도 차이를 줄여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신기술이나 새로운 비즈니스들이 기존의 법률이나 규제와 부딪치고 갈등을 겪는 현상은 속도의 차이 때문"이라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자동차관리법을 예로 들었다.
강 장관은 "기존의 영업행태나 서비스 제공 방식을 전제로 한 사고에서 벗어나 청년창업·혁신·신산업 발굴 등을 저해할 여지가 있는지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며 규제개혁에 대한 의지를 재차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헤이딜러와 첫차옥션, 콜버스랩, 고고밴코리아, 우버코리아 등 여러 스타트업 대표 및 임원이 참석했다.
헤이딜러 박진우 대표는 "당장 온라인 중고차 경매가 불법이 된 상황"이라며 "국토부가 어떤 보완책을 내놓는가에 사업재개 여부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콜버스랩 박병종 대표 역시 "(우리와 같은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정책지원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