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쿠팡의 미국 뉴욕증시 상장 이후 국내 이커머스업계는 격변기를 거치고 있다.

쿠팡은 상장을 통해 확보한 5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국내 시장에 투입해 점유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 네이버는 CJ·신세계와 손을 잡고 시장을 내주지 않을 전략을 논의 중이다.

온라인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밀리는 것으로 평가되는 롯데·홈플러스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의 판세를 뒤집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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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 점유율을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의 아마존이 시장 점유율 30%를 넘어서면서 급성장한만큼 국내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17.4%(연간거래액 약 28조원) △쿠팡 13.7%(22조원) △이베이코리아 12.4%(20조원) △11번가 6.2%(10조원) △롯데온 4.3%(7조원) △SSG닷컴 2.5%(4조원) 이 외 기타 업체들이다.

업계 1·2위 사업자인 네이버와 쿠팡의 시장 점유율이 아직 10% 중반에 머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쿠팡이 시장 점유율을 가장 빠르게 늘릴 것으로 전망한다. 사업의 흐름이 아마존과 매우 흡사하고, 무엇보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5조원이라는 실탄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기준 약 100여개의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는 쿠팡은 5조원 중 상당 비중을 물류인프라 확장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쿠팡은 지난달 26일 전북지역 신규 물류센터 설립을 위해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경남권에 물류센터 3개소를 세우기 위해 약 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협약을 맺었다.

또 쿠팡은 풀필먼트센터 7개소를 세워 판매자들에게도 더욱 편하고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물류 기술과 관련된 투자를 강화해 물류센터의 효율성을 끌러올리는 작업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물류 인프라 강화 이외에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배달 앱 '쿠팡이츠' △온라인 서점사업 등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처럼 다방면에서 막대한 투자를 실시해 단순한 온라인 유통업체가 아닌 플랫폼 사업체로 변화하고, 제공되는 각종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잡아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최대한 이끌어 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네이버 역시 쿠팡을 견제하기 위해 이커머스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CJ와의 지분 교환을 통해 물류·콘텐츠 분야를 강화한 데 이어 지난달 신세계와도 지분 교환을 진행했다. 현재 네이버는 신세계와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처럼 네이버는 쿠팡의 경우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대신 각 분야 강자들과 협업해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방식으로 오는 2025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물류부분에서 CJ대한통운과의 협업을 통해 생필품을 중심으로 당일·익일배송 등 빠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마트 역시 전국 점포를 물류센터처럼 활용하는 방식으로 힘을 보탠다. 아울러 점포 인근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3시간 내 배송을 완료하는 시간 단위 빠른 배송 서비스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커머스 상품군도 강화한다. 신세계와 협업해 최근 MZ세대가 주목하는 '명품'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신세계·SKT·MBK파트너스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도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나아가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에서 5조원이라는 부담스러운 몸값을 책정한 상황임에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의 열기는 뜨겁다.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거래액이 20조원으로 네이버와 쿠팡에 이어 규모면에서 3위에 달하는 사업자인 만큼 이베이코리아를 차지하면 이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확실하게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예비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롯데·신세계·SKT·MBK파트너스 등이며, 이 중 유력 후보는 롯데와 MBK파트너스다. 양사가 다른 두 기업에 비해 온라인 사업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롯데가 3조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 지난해 4월 선보인 롯데온은 출시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그나마 연간거래액은 7조원에 달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네이버·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특히 롯데는 유통 계열사 이 외에도 다양한 계열사가 있어 오픈마켓인 이베이코리아와 궁합도 잘 맞는다는 평가다.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도 사모펀드로서 기업 가치를 높여 다시 매각해야 하는 입장인 만큼 대형마트 부진으로 홈플러스의 가치가 떨어진 현 상황에서 유일한 타개책은 온라인 사업 강화뿐이 없다.

다만 이들 업체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더라도 네이버와 쿠팡 양강 체제가 자리잡은 이커머스 업계의 판도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만으로는 네이버-쿠팡의 체제를 무너뜨리기 어렵다"며 "단순 쇼핑이 아닌 콘텐츠, 라이프 등 다방면에서 차별점을 내놓을 수 있는 업체만이 양강 구도를 깨뜨리고 이들의 점유율을 가져오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