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뭉크가 좋아한 해변 마을 노르웨이 오스고쉬틀란드를 배경으로 하는 그림 중에는 1892년에 그린 <멜랑콜리>라는 그림이 있다. <절규> 왼편에 있는 그림이다.

몽크관에 전시된 멜랑콜리. 가운데 여자관객 오른쪽 뒤에 보이는 그림이다. 사진=김세곤 제공
몽크관에 전시된 멜랑콜리. 가운데 여자관객 오른쪽 뒤에 보이는 그림이다. 사진=김세곤 제공

 

그림의 배경은 해변가이다. 한 남자가 왼손을 얼굴에 대고 우두커니 앉아 있다. 그림 제목 <멜랑콜리(melancholy)>에서 알 수 있듯이 남자는 우울하다. 뭉크는 친구 닐센이 실연한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이 그림을 그렸다. 문필가인 닐센은 크리스티안 크로그의 아내와 내연관계에 있다가 실연을 당했다. 닐센은 오스코쉬트란드에서 지내면서 실연의 상처를 달랬단다.

다음으로 보는 그림은 <인생의 춤> 오른편에 있는 <재 ashes> 이다.

멜랑콜리. 사진=김세곤 제공
멜랑콜리. 사진=김세곤 제공

그림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멜랑콜리> 그림에 나오는 남자와 닮은 검은 옷의 남자는 우울에 빠져있고, 흰옷과 빨간 브라우스의 입은 여자는 두 손을 머리에 올리고 있는데 머리칼은 헝클어져 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재처럼 완전히 타버렸나 보다. 밀회, 끝나버린 사랑이다. 멀리 나무 몇 그루가 그려져 있다. 노르웨이의 숲이다.

뭉크관에서 마지막으로 본 그림은 전시실 입구에 있는 <병실에서의 죽음>이다. 1893년에 그렸는데, 안내문을 보니 이 그림은 노르웨이 그림 수집상 올라프 수(Olaf Schou)가 1910년에 ‘절규’와 함께 오슬로 국립미술관에 기증했다.

병실에서의 죽음. 사진=김세곤 제공
병실에서의 죽음. 사진=김세곤 제공

뭉크는 파리 유학 시절인 1889년 11월에 부친이 별세했다. 갑작스런 부고 소식에 뭉크는 실의에 빠졌다. 어머니와 누이에 이어 아버지의 죽음까지 경험하면서 뭉크는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고, 남겨진 가족들의 슬픔에 대해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은 병실의 가족들 6명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런데 이들의 모습은 각기 다르다.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 서 있는 여자, 등을 돌리고 있는 남자, 뒤쪽의 여자와 늙은이, 그리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남자. 모두 침묵하고 있다.

이 시기에 뭉크는 〈생의 프리즈-삶, 사랑, 죽음에 관한 시〉의 연작 스케치를 시작했다. 사랑의 씨앗, 피었다 사라지는 사랑, 삶의 불안, 그리고 죽음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뭉크는 이 그림들을 통해 삶 전체를 되돌아보려 한 듯하다.

뭉크는 1902년 봄에 베를린 분리파 전시회에서 <생의 프리즈> 16점의 그림과 다수의 판화를 선보였다. 이후 뭉크는 연작의 매력과 효과에 심취하여 연작 시리즈를 계속 출품했고, 덕분에 유명해지고 그림도 잘 팔렸다. 뭉크가 1919년에 만든 소책자 <생의 프리즈>에는 <절규>, <마돈나>, <병실에서의 죽음>과 같은 뭉크의 대표작이 등장한다.

미술평론가들은 오슬로 국립미술관 19관 뭉크 전시실에 있는 대부분의 그림들이 1902년 베를린 분리파 전시회에서 처음 선보인 그림들이라고 말한다.

한편 뭉크(1863∽1944)는 알코올 중독, 불안과 환각 증세로 1908년에 코펜하겐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7개월간 치료를 받는 등 평생 죽음의 공포가 따라다녔지만 오래 살아서 81세인 1944년에 별세했다.

그가 1943년에 그린 <시계와 침대사이의 자화상>은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시계(삶)와 침대(죽음)사이에 뭉크가 서 있다.

이제 미술관을 나온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그림 세 점을 보았다. 하나는 뭉크가 1889년에 그린 <봄>, 또 다른 그림은 크리스티안 크로그(Christian Krohg 1852~1925)가 1893년에 그린 <에릭슨 아메리카를 발견하다.>와 1889년에 그린 <생존을 위한 투쟁>이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아메리카를 최초로 발견한 사람은 콜럼버스가 아니라 바이킹의 후예 에릭슨이라고 주장한다.

봄. 사진=김세곤 제공
봄. 사진=김세곤 제공
'봄'과 '에릭슨 아메리카를 발견하다' 안내문. 사진=김세곤 제공
'봄'과 '에릭슨 아메리카를 발견하다' 안내문. 사진=김세곤 제공
에릭슨 아메리카를 발견하다. 사진=김세곤 제공
에릭슨 아메리카를 발견하다. 사진=김세곤 제공
생존을 위한 투쟁. 사진=김세곤 제공
생존을 위한 투쟁. 사진=김세곤 제공

< 참고문헌 >

o 유성혜 지음, 뭉크, ㈜ 북이십일 아르테, 2019

o 수 프리도 지음 · 윤세진 옮김, 에드바르 뭉크 : 세기말 영혼의 초상,

을유문화사, 2008

o 김광우 지음, 뭉크, 쉴레, 클림트 - 표현주의의 대가들, 미술문화, 2016

o 이리스 뮐러 베스테르만 지음 · 홍주연 옮김, 뭉크, 추방된 영혼의 기록, 예경,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