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뒷마당'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전략이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23일 취임 후 처음으로 동남아 국가 순방에 나서 중국 견제와 동맹 강화의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은 해리스 부통령의 이번 동남아 순방은 대중 포위전략에 대한 동맹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한편, 특히 미군 철군으로 야기된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과 이에 따른 동맹국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의도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중앙 앞쪽)이 2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이스타나 궁에서 리셴룽(중앙 뒤쪽) 싱가포르 총리와 함께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부터 26일까지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돌며 양국 지도자와 회담할 예정이다[AP=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중앙 앞쪽)이 2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이스타나 궁에서 리셴룽(중앙 뒤쪽) 싱가포르 총리와 함께 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부터 26일까지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돌며 양국 지도자와 회담할 예정이다[AP=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은 첫 순방국인 싱가포르에 도착, 이날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 리셴룽 총리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이어 미 해군 연안전투함 털사(PG-22)함상에서 한 연설에서 "인도태평양은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중요하다"며 "21세기의 역사는 바로 이곳에서 쓰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또 "남중국해에서 국제질서와 항행 자유에 기초한 규칙에 대해 파트너 및 동맹국과 협력할 것"이라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태평양 지역이 필요하다"고 재확인했다.

    외신은 이런 발언이 모두 중국을 겨냥한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싱가포르는 우선 P-8 포세이돈 대잠초계기와 전투함의 싱가포르 순환배치 등을 재확인하는 등 안보합의를 도출하고, 금융과 군사의 사이버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미국의 우선순위 중 하나인 반도체 칩 등 공급망 구축에서 양국 간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아프간 사태도 순방 기간 화두로 떠올랐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자국 이익에 따라 동맹을 저버릴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심어줬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어 동맹의 우려 불식이 과제로 대두된 상황이다.

칸다하르를 순찰 중인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EPA=연합뉴스]
칸다하르를 순찰 중인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 탈레반[EPA=연합뉴스]

 

    리셴룽 총리는 "우리는 TV 스크린으로 아프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고 있다"며 "미국의 결의와 약속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일을 진행할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리 총리는 싱가포르가 아프간 대피를 돕기 위해 수송기를 제공했다고 협력 의사를 밝히면서도 "우리는 아프간이 다시는 테러의 진원지기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미국과 교역이 활발하지만, 미중 관계가 악화하자 중국과 강한 유대 관계를 맺고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남중국해서 훈련 중인 중국 해군 함정들[연합뉴스 자료 사진]
남중국해서 훈련 중인 중국 해군 함정들[연합뉴스 자료 사진]

 

    로이터통신은 해리스 부통령은 동남아 국가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굳건하며 아프간과 비교할 대상이 아님을 확신시키는 것이 이번 순방의 임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4일까지 싱가포르 방문 일정을 끝내고 25~26일에는 베트남을 찾는다. 미 부통령의 베트남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이번 순방에서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고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남중국해의 항행의 자유와 같은 명확한 원칙을 옹호하는 것이지, 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중 갈등 고조 속에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가 오는 26일부터 괌 인근 해역에서 합동군사훈련 '말라바르 21'을 진행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인도 해군 대변인은 현지 언론에 쿼드 4개국이 26일부터 나흘간 펼치는 훈련이 "실탄 발사와 대함·대공·대잠 전투 훈련, 합동작전과 전술연습을 포함한 종합적인 작전을 특징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1일 괌에 도착한 두 척의 인도 해군 전함이 "훈련에 참가한 해군들의 장거리 해상초계기와 헬리콥터, 잠수함, 구축함, 초계함 등이 펼치는 신속한 작전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팬데믹 기간에 합동 훈련을 펼치는 것 자체가 '시너지의 증거'라고 강조했다.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말라바르는 1992년 인도와 미국 해군 간 군사훈련으로 시작됐다

   해리스 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에 맞서 중국은 23일 베트남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제공했다고 중국 관연 글로벌타임스가 전했다.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국방부는 전날 베트남의 요청에 따라 베트남군에 백신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베트남에 제공한 시노팜 백신[글로벌타임스=연합뉴스] 

 

    중국은 베트남에 지원한 백신의 종류와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중국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 속 백신은 시노팜이다.

    베트남은 중국군이 백신을 제공한 24개 이상 국가 중 하나라고 중국 국방부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