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자원봉사센터 소도리 공론장 홍보포스터.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제주시자원봉사센터 소도리 공론장 홍보포스터.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코로나19 상황에서 묵묵히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활동과 성과에 대한 높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경제신문은 한국중앙자원봉사센터와 함께 전국자원봉사센터가 추진 중에 있는 핵심 사업에 대한 소개와 성과를 재조명 한다. 특히, 자원봉사센터의 중점 사업인 안녕 캠페인과 관련해 모범적이고 혁신적인 성과를 도출한 지역 자원봉사센터 사업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이를 통해 시민이 주도하는 지역현안 문제 해결의 기반을 조성하는 기회와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해의 편의를 위해 기사는 질의와 답변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문}제주시자원봉사센터와 센터 추진사업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2000년 제주시자원봉사센터 설립 이래 제주시의 자원봉사활동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제주시자원봉사센터는 시민들이 자원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유관기관들 간의 협력을 강화하여 모두의 성장과 행복이 담긴 새로운 자원봉사 이야기를 써내려가려 합니다.

문)지역맞춤형 안녕캠페인 사업에 대한 기획배경이 궁금합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위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공기관·교육기관·복지시설 등의 운영이 중단됨에 따라 취약계층의 삶은 더욱 팍팍해져가고 있습니다. 감염병 재난은 자원봉사 현장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대면 서비스 제공의 중단으로 기존 자원봉사 수요처에서 활동일감을 등록하는 수가 줄어듦에 따라, 봉사자들의 활동영역 역시 좁아지게 되었습니다. 봉사자들은 일부 영역(코로나19 대응 방역봉사 등)에서의 봉사활동만 진행하게 된 것이죠. 코로나19 이전에는 자원봉사센터와 활동 수요처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게 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획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형태의 활동은 더 이상 진행하기 힘들어진 상황이었습니다.

 

제주시 소도리공론장.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제주시 소도리공론장.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지난해 발간한 제주시의 사회지표 조사내용 중 공동체 의식에 대한 지표가 있어 눈여겨 보게 되었습니다. “마을의 각종 행사와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라는 질문에그렇지 않다60프로 이상 나온 결과를 보며 공동체 의식이 낮아진 원인 중 하나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마을 행사와 소모임 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에서 공동체 활동으로 진행해왔던 자원봉사활동이 감소하면서, 공동체 의식이 많이 낮아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되었죠, 제주도 지역 자원봉사활동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제주시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자원봉사센터와 수요처에서 기획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에 시민이 참여하는 형태를 더 이상 고수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시민이 직접 제안하고 공감하는 지역 현안을 주제로 하는 자원봉사활동,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자원봉사활동을 기획해보고자 했습니다.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자원봉사활동, 그 첫걸음을 위해 저희는 지역맞춤형 안녕캠페인의 일환으로 시민 공론장인소도리 공론장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제주시 소도리 온라인 공론장.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제주시 소도리 온라인 공론장.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소도리 공론장은 자원봉사자 주도로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한 토의와 해결방식까지를 기획하는 자원봉사 일감도출 리빙랩입니다. 소도리 : 제주어로 말을 전달한다, 고자질한다는 뜻이 있지만 여기서는 지역의 문제를 전달해준다는 긍정의 의미로 사용

문)참여자 모집·발굴, 협력 기관 연계 등 구체적 사업 진행은 어떻게 이뤄졌나요?

공론장은 최대한 많은 인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야 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기존에 센터와 연을 맺고 있던 자원봉사단체와 수요처 등을 대상으로 공론장 개최 소식을 알렸습니다.

또한, 자원봉사센터와 기존에 관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제주 지역의 현안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유관기관이나 단체 등을 찾아다니며 어떤 방식으로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공론장의 운영방식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 위해 공론장과 시민회의를 꾸준히 진행해온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만나 어떤 방식으로 시민의 의견을 반영해야할지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제주시자원봉사센터 청소년 소도리.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제주시자원봉사센터 청소년 소도리.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참여자를 모집하고, 협력기관이나 단체를 발굴하여 연계하는 것에서의 가장 중요한 것은 기관의 고민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기관의 힘만으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도움과 조언을 요청하는 것에서부터 협력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사업 추진과 관련된 좀 더 자세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주민이 당면한 문제 혹은 공공의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하여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지역사회의 의제와 관련한 수요처, 단체, 봉사자 간 대화를 진행하고 자원봉사 일감을 공동으로 기획함으로써 지역사회 문제해결 공동체를 형성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제공하였습니다.

소도리 공론장을 운영하기에 앞서 사전 공론장을 운영했습니다. 자원봉사센터의 직원별로 구축된 수요처 담당자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도 하였고,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대응 활동 관련 역량강화 교육을 진행하고 실천활동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또한, 소도리 공론장 운영을 위해 제주시의 현안과 관심있는 자원봉사활동, 코로나19 대응 활동, 소도리 공론장 참여의사 여부 등을 50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시행함으로써 공론장 운영에 대한 사전 욕구를 파악했습니다.

이러한 사전 공론장 운영을 통해 제주시민이 해결하고 싶은 지역 현안의 우선순위를 도출하고 순위별로 제주도에서 추진하는 정책을 제언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온라인 공론장을 오픈한 후에는 사전설문을 통해 선정된 3가지 의제(환경, 교통, 돌봄·노인)을 바탕으로 참여자 간 의견을 나누고, 의제별로 소그룹 토의를 진행하였으며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부 실천과제 도출을 위해 퍼실리테이터(사전적의미는 조력자로 어떤 일을 용이하게 하는 역할을 뜻함) 의 역할을 할 사람이 필요하여 자원봉사자와 자원봉사센터 직원을 대상으로 퍼실리테이터 교육을 진행한 후 이들이 직접 그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의제별 소그룹이 구성된 후에는 제주도의 정책과 연계한 실제 문제해결 활동을 위한 온·오프라인 회의를 진행하였으며, 자원봉사 일감 개발을 위한 워크북을 제작하고 차년도 실행을 위해 추진방식을 수록하기도 하였습니다.

문)사업 추진 중에 주요하게 생각했던 원칙은 무엇인가요?

소도리 공론장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졌던 제1원칙은자원봉사센터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였습니다. 공론장을 운영함에 있어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시민들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야 할지부터 시작해서, 지역의 전문가를 어떻게 섭외하고, 파트너십을 부여할지 등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큰 변화를 만들려고 노력하기보다, 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론장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향후 자원봉사센터와 함께 고민해 줄 분들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이를 통해 다소 느리지만 지역사회를 보는 눈을 넓히는데 조금 더 많은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문)추진과정 중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있었다면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공론장 운영이 처음이다 보니 초기에 방향을 설정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자원봉사센터에서 왜 지역사회문제의 현안을 알려고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찾는 것부터, 시민들에게 참여방법을 쉽게 설명하고 참여를 유도하게 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까지 갈피를 잡지 못해 많은 시행착오로 겪었습니다. 특히 지방정부 등 지역행정과는 차별화를 두고 싶었기에, 홍보포스터에 담을 단어 하나에도 신중을 기했습니다.

 

제주시자원봉사센터 온라인 소도리 공론장.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제주시자원봉사센터 온라인 소도리 공론장.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저희 센터에서는 소도리 공론장을 운영함으로써 시민의 의견이 곧 자원봉사활동이 된다는 기대감을 전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해나가고자 했습니다. 이때 사용했던 가장 좋은 방법은 협력 파트너를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유관기관이나 단체를 만나 지역사회 내에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를 묻기도 하고,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만나 공론장 운영방식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포스터 제작을 위해 제주에서 활동 중인 시인이나 활동가 등을 만나 단어에 담긴 뜻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초기에 공론장은 오프라인 대면방식으로 기획하여 문제없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됨에 따라 오프라인 회의가 불가능해지면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이에 센터에서는 온라인 zoom 화상회의 툴을 이용한 온라인 공론장 방식으로 틀을 변경했고, 추진방식이 온라인으로 변경되면서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더 많이 늘어났습니다. 비록 온라인 회의였지만 참여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고, 효율적으로 의견을 수용하려면 소규모 인원으로 대화가 진행되어야 했습니다. 오프라인이였다면 5~10명으로 테이블을 나눴으면 됐겠지만, 그동안 온라인상으로 소회의실 운영을 해본 경험이 적어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각 그룹별로 참여하여 회의를 이끌어줄 퍼실리테이터의 수가 현저히 부족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이에 센터에서는 자원봉사자와 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퍼실리테이터 교육을 실시했고, 이들이 직접 소그룹 회의에 참여해 공론장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문)사업 진행 후 지역사회와 참여자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관심 의제별로 10명 내외의 인원을 그룹화하여 무엇이 문제인가, 왜 문제이며 어떤 점이 생활 문제로 발생하는가, 각자가 실천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토의함으로써 시민들이 지역사회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시민이 지역사회문제 해결과 변화의 주체라는 인식을 그들 스스로 갖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공론장을 운영하면서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실시간 기록과 동시 공유를 진행함으로써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는 향후 시민참여형 사업운영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센터와 수요처 중심의 사업기획에서는 시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론장 운영 이후 이러한 수준을 넘어서서 자원봉사자들을 협력 파트너로서 바라보고 그들과 함께 문제를 발굴하고 정의하며, 해결방안을 함께 도출해내는 변화를 이루어 냈습니다.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자료/제주시자원봉사센터

 

이 밖에 사전 설문조사와 공론장 운영을 통해 발굴한 문제를 제주도에서 시행하는 주요한 정책과 연계하여 관련 제언을 진행하고 실제 사업을 추진하는 등의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안녕캠페인 사업 도입 후 자원봉사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사업진행 후 자원봉사센터는 활동참여를 희망하는 자원봉사자를 수요처에 배치하는 기존 역할에서 벗어나, 자원봉사자와 수요처, 지역의 전문가가 모여 실현 가능한 문제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자원봉사 일감을 공동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중간다리 역할로 그 책임과 역할이 변환하고 있습니다.

공론장 운영에 참여한 봉사자 역시 직접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정의하며, 해결하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자기효능감의 향상과 함께 지속적인 활동동기를 부여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