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짊어진 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한 중국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부동산 중심인 기존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전기차 위주로의 향후 사업 재편계획을 밝혔다. 

   유동성 부족으로 이자 지급에도 허득이며 연명하는 헝다로서는 주택 가격 안정을 위해 부동산산업 억제정책을 강력하게 펼치는 중국 정부에 호응하는 모양세다. 

   중국 관영 증권시보는 22일 쉬자인(許家印) 헝다 회장이 회사 내부 회의에서 부동산 사업 축소를 골자로 한 회사 사업 재편 방향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상하이의 헝다센터 건물. 사진=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의 헝다센터 건물. 사진=연합뉴스

 

    쉬 회장은 부동산 사업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면서 작년 7000억 위안(약 129조원)이던 부동산 사업 매출이 10년 이내에 2000억 위안(약 36조9000억원) 수준으로 7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향후 10년 안에 헝다를 전기차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언론 매체들은 헝다가 전기차 사업을 갓 시작한 샤오미(小米)에 헝다차를 파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쉬 회장의 이번 발언은 헝다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자회사인 헝다차를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시사한 것이서 결과가 주목된다. 

   2019년 설립된 헝다차는 작년 말까지 474억 위안(약 8조8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아직 단 한 대의 자동차도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2021 상하이 모터쇼의 헝다자동차 전시관[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021 상하이 모터쇼의 헝다자동차 전시관[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헝다의 류융줘(劉永灼) 총재는 최근 행사에서 내년 초부터 톈진(天津) 공장에서 처음으로 전기차를 출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한편 쉬 회장은 향후 완공된 부동산 상품만을 파는 후분양 방식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부동산 업계는 대체로 한국처럼 완공하기 전에 먼저 고객들에게 주택 등 상품을 분양해 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중국 광둥성 선전의 헝다 공사 현장[EPA=연합뉴스]
중국 광둥성 선전의 헝다 공사 현장[EPA=연합뉴스]

 

    헝다가 자금 회전에 불리한 후분양으로 사업 방식을 전환하기로 한 것은 파산 위기가 불거진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헝다의 선분양 주택을 사려고 하는 고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헝다는 23일 지급 유예기간 종료를 앞둔 21일 8350만 달러(약 985억원)의 달러화 채권 이자를 가까스로 상환하면서 일단 공식 디폴트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자금난으로 헝다의 대부분 건설 사업이 중단된 상황에서 갚아야 할 빚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어서 헝다의 유동성 위기는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