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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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서 은행권 내 ‘희망퇴직’이 잇따르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디지털·비대면 거래 증가 추세 속 은행들은 올해도 조직 슬림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특히 은행들이 희망퇴직 보상 수준은 높이고 신청 대상 연령은 낮추고 있는 만큼 전체 퇴직 규모가 예년보다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 연말 대규모 희망퇴직 시즌 돌입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은행은 이달 30일까지 1급∼7급 직원 중 2022년 1월 1일 기준 10년 이상 근무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받는다.

지난해의 경우 1980년 이상 출생자로 제한을 뒀던 반면 올해는 해당 제한이 사라지면서 사실상이라면 직급과 연령에 관계없이 10년 이상 근무자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게 됐다. 30대 초중반 직원도 희망퇴직 신청이 가능한 셈이다.

부산은행은 이번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특별퇴직금 수준도 종전보다 높였다. 이에 지난해 희망퇴직 규모인 101명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노조와 협의를 통해 도출된 조건”이라며 “희망퇴직을 원하는 직원들의 신청 기회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연령 등의 제한을 없애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3일 접수를 종료한 NH농협은행의 희망퇴직에는 452명의 직원이 퇴직 의사를 밝혔다. 임금피크제에 들어간 만 56세(1965년생) 직원이 주요 대상이었으나,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 중 만 40세 이상(1966~1981년생)의 신청도 56명이나 됐다. 농협은행은 심사를 통해 최종 퇴직 인원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외 이달 11일 소매금융(소비자금융) 철수를 앞두고 한국씨티은행이 실시한 희망퇴직에는 2300여명이 지원했다. 이는 전체 대상자 중 70%에 해당하는 것으로, 씨티은행의 목표치를 넘어서는 규모로 알려진다. 특별퇴직금을 1인당 최대 7억원까지 지급하는 파격 조건을 내건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은행권 내 가장 먼저 희망퇴직을 단행한 SC제일은행의 경우 이미 약 500명 직원이 짐을 싸서 은행을 떠났다.

하나은행의 경우 다음달 중 준정년 특별퇴직을 진행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2019년부터 연 2회 정례화를 택한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 7월말 한 차례 단행한 준정년 특별퇴직을 통해 총 16명의 직원을 떠나보냈다.

올해 이례적으로 7월 희망퇴직을 진행해 130명의 직원을 내보낸 신한은행은 연말 한 차례 더 희망퇴직을 실시할지는 미정이라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연말 희망퇴직 일정 및 대상자·조건 등 대해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들은 통상 매년 연말부터 연초에 거쳐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해 왔던 만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을 포함한 올해 은행권 희망퇴직 규모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연초의 경우 KB국민은행에서는 800명, 신한은행은 220명, 우리은행은 468명의 직원들이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나갔다.

■ ‘디지털 전환·조직 슬림화’ 사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19개 국내 은행들이 거둬들인 당기순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5000억원) 대비 31.4% 늘었다. 이에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규모는 15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동기(10조3000억원)보다 50.5% 늘어난 규모다.

코로나19 영향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도 대출자산 증가에 따른 이자이익 급증하면서 소매금융 철수를 선언한 외국계은행 씨티은행을 제외하고 올해 은행권은 전반적으로 역대급 실적 잔치에 웃고 있다.

이같은 호실적에도 예년보다 희망퇴직 연령을 낮추고 보상 수준을 높여 희망퇴직 인원을 늘리려는 추세를 보이는 건 비대면 금융 확산으로 영업점 필수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속도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5년 사이 은행 점포는 1000곳 넘게 문을 닫았으며, 올해에도 222곳의 은행 점포가 사라질 예정이다.

특히 카카오·네이버 등 빅테크와 혈전이 예고되는 가운데 생존과 직결되는 요소인 디지털 전환에 은행들은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은행들은 오히려 여유가 있을 때 선제적으로 은행권 난제 중 하나인 항아리형 인력구조 문제를 개선하고 몸집도 최대한 가볍게 만들려 애쓰는 모양새다.

은행들은 신입사원 채용에 있어서도 이전처럼 정기적인 대규모 공채는 자제하고 IT·디지털 부문 중심으로 필요에 따라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수시채용을 늘려가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 대상 연령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희망퇴직자 전체 규모가 좌우된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데다 퇴직 이후의 삶이 막막하다 보니 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예년보다 더 좋아진 퇴직 조건 때문인지 오히려 많은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