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기자
김은주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여파 속 은행들이 빠르게 금리를 올리면서 연 최고 6%대 주택담보대출, 5%대 신용대출 상품의 등장이 곧 현실화될 예정이다. 특히 전세자금대출 금리까지 연 5% 돌파를 눈앞 두고 있어, 무주택 서민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깐깐한 심사 기준으로 대출받기는 나날이 어려워지고 대출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안 그래도 막막한 대출 수요자들 앞에 시장 질서에 벗어난 금리 왜곡 현상은 또 다른 문제로 다가온다.

1금융권인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제2금융권인 상호금융의 금리보다 높은가 하면, 시중은행 주담대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높아지는 등 ‘대출금리 역전’ 현상이 곳곳에서 속출하면서 대출자들의 혼란이 극심해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상호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31%로 은행권 주담대(3.51%)보다 0.20%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금융 주담대 금리가 한 달 새 0.25%포인트 오르는 동안 은행 주담대 금리는 0.92%포인트나 올라 앞서 지난해 10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2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은행과 상호금융의 주담대 금리가 역전된데 이어 격차도 커진 것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상호금융보다 은행 이자가 비싼진 지는 더욱 오래됐다. 지난해 2월 금리가 처음 뒤집힌 이후 지난해 11월 기준 상호금융과 은행 각각 4.17%, 5.16%로 약 1%포인트가량 차이가 벌어졌다.

금융권은 1금융권에서 밀려난 중·저신용자들이 주로 찾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더 높은 게 일반적이지만, 이 틀이 깨지는 일종의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상대적 규제도 덜하고 금리까지 저렴한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또한 원래대로면 은행을 찾았을 고신용 대출자들까지 몰리면서 오히려 상호금융의 높은 금리로라도 제도권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었던 저신용자들이 소외되는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고정금리를 선택하느냐 변동금리를 선택하느냐의 문제를 두고 셈법도 복잡해졌다. 통상 고정금리 상품은 시장금리를 즉각 반영하는 변동금리 상품보다 금리가 더 높은 편이다. 여기에 0%대 초저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변동금리 선호 현상이 더욱 뚜렷해지면서 변동금리 대출자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80%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대출시장 분위기는 좀 달라졌다.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최고금리가 고정형을 추월하는 대출금리 역전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상승기를 맞아 이자부담의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기존 변동금리 대출자 중 고정금리로 갈아탈지 말지를 고민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금리 상식이 깨지고 있는 건 이뿐만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은행 등에서는 고신용자와 중·저신용자의 금리 역전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신용도가 높고 담보가 탄탄한 고신용자일수록 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워지고 있는 데다 오히려 더 높은 이자를 내고 돈을 빌리게 되면서 ‘역차별’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부는 정부지원 대출을 받기 위해 신용도를 일부러 떨어뜨려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기막힌 일이지만, 현실이다.

이 같은 갖가지 대출 시장의 왜곡 현상은 가계대출 안정화 차원에서 대출 증가율을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맞추라는 금융당국의 총량규제 요구로 빚어진 결과물이다.

은행들은 총량관리를 이유로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거나 한도를 축소해 수요를 억제하는 한편, 우대금리를 폐지하고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방식 등을 통해 대출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고 정부의 중·저신용대출 확대 방침이 더해지면서 시장 왜곡 현상은 더 뚜렷해지는 효과를 낳고 있다.

반면 정부의 고강도 총량규제에 우는 소리를 하던 은행들은 오히려 이를 명분 삼아 눈치 보지 않고 대출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오히려 이자이익을 늘렸다. 그 결과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올해 기본급 300%에 달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는 모습은 어쩐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가계부채를 잠재우기 위한 의도였으나 정부의 섬세하지 못한 대출 규제가 결과적으로 금융 소비자들의 부담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은행들의 배만 불리도록 ‘판’을 깔아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