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서 유류세 면제 입법 촉구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
의회서 유류세 면제 입법 촉구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치솟는 유가 억제책의 하나로 '알래스카 유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월24일)으로 가속화된 고유가 사태로 41년 만에 최대의 물가상승으로 미국 경제가 휘청거리자 알래스카주 노스슬로프(North Slope) 유전지대의 석유 시추 프로젝트 승인 재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이는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에 어긋난다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또 다른 정치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내무부는 이날 석유회사 코노코필립스가 '윌로 석유ㆍ가스 프로젝트'(Willow oil and gas project)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인 유전 개발 계획에 대한 새로운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알래스카주 노스 슬로프 지역 유전개발 현장의 파이프라인[AP통신 캡처]
미국 알래스카주 노스 슬로프 지역 유전개발 현장의 파이프라인[AP통신 캡처]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승인된 이 프로젝트는 코노코필립스가 알래스카 국립석유보호구역(National Petroleum Reservoir, NPR) 내 유전을 개발해 60억달러(약 7조8000억원) 규모의 석유·가스를 생산한다는 개발 사업이다.

그러나 프로젝트는 지난해 알래스카 지방법원이 '딴지'를 걸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석유회사 코노코필립스 로고[회사 홈페이지 캡처]
미국 석유회사 코노코필립스 로고[회사 홈페이지 캡처]

 

코노코필립스가 기후 변화와 북극곰, 순록 등 현지 야생동물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할 것을 정부에 명령하면서 자칫 백지화 위기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터전 잃은 알래스카 북극곰[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지구온난화로 터전 잃은 알래스카 북극곰[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그러나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새 환경영향평가 결과 발표와 함께 재승인을 위한 중요한 단계를 밟으면서 청신호가 들어왔다고 NYT는 전했다. 

내무부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이 프로젝트가 최대한 개발 시 하루 석유 생산량 18만 배럴에다 향후 30년간 2억7800만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코노코필립스측은 북극곰과 순록 등 야생동물 서직지에 개발되는 이 프로젝트는 5곳의 시추지, 정제소 한 곳, 수백km의 파이프라인, 40마일(64.37km)의 자갈길, 교량 7곳, 활주로 한 곳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엑손 주유소의 기름값 안내 전광판[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국 엑손 주유소의 기름값 안내 전광판[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에 대해 환경보호단체들은 이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야생환경을 헤치는 것은 물론이고 위해한 새로운 온실가스층을 생성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거세자 내무부는 성명을 통해 환경영향평가에서 여러 개발 시나리오별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했다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내무부는 이어 앞으로 45일 동안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올 연말께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3개월간 연방가스세 동결을 촉구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 캡처]
3개월간 연방가스세 동결을 촉구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 캡처]

환경보호단체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환경영향평가를 발표한 것만으로도 이 프로젝트를 지지한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이 프로젝트를 지지해온 리사 머코프스키 상원의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에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 올 연말에 관련 작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코노코필립스측도 이 프로젝트가 지역 일자리 창출 기회와 함께 "향후 몇 년 동안 노스 슬로프 지역 사회는 물론이고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세수 증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뎁 할랜드 미국 내무장관[E&E 뉴스 캡처]
뎁 할랜드 미국 내무장관[E&E 뉴스 캡처]

민주당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의 에너지·환경 정책 수석부회장인 크리스티 골드퍼스는 트위터에 "내무부가 코노코필립스의 윌로 프로젝트 승인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에 분노한다"고 주장했다. 

NYT에 따르면 지난 60년간 알래스카의 온난화 속도는 미국의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해빙이 사라지고 동토가 녹으면서 해수면은 상승하고 북극 생태계도 교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래스카에서의 석유 시추 장면[ADN 캡처]
알래스카에서의 석유 시추 장면[ADN 캡처]

특히 영구 동토층까지 녹아 코노코필립스가 시추 장비를 고정하기 위해 땅속 온도를 낮추는 특수장비까지 투입하는 계획을 마련할 정도라고 NYT는 전했다.

지구에서 온난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 중인 알래스카에서 석유 개발 프로젝트를 재개한 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딜레마가 엿보인다고 NYT는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실제로 그는 취임 후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연방 보조금을 중단하고 연방 소유 토지에서 신규 시추를 허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강력한 친환경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사면초가 상태가 된 바이든 행정부는 탄소중립 공약을 뒤로 한 채 에너지 안보를 명분 삼아 화석연료 투자를 재개 중이다.

  국제유가는 경기침체 우려로 패닉상태가 이어지며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사진=로이터통신
  국제유가는 경기침체 우려로 패닉상태가 이어지며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사진=로이터통신

NYT는 이번 환경영향평가가 바이든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국내 원유 공급을 늘리려고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