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뉴델리 인근서 스마트폰 이용하는 모습(기사와 직접관련 없음)[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인도 뉴델리 인근서 스마트폰 이용하는 모습(기사와 직접관련 없음)[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인도 정부가 중국산 저가형 스마트폰 대량 유통으로 자국시장 붕괴 위협에 맞서 칼을 빼들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8일(현지시간) 인도가 1만2000루피(20만원) 미만의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인도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샤오미, 리얼미, 트랜션 등 그동안 빠르게 세계 2위 휴대폰 시장인 인도를 잠식해온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들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했다. 

샤오미 매장[연합뉴스 자료 사진]
샤오미 매장[연합뉴스 자료 사진]

중국 대형 스마트폰 메이커들의 영향력 축소를 통해 인도 메이커들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의도라고 소식통은 풀이했다. 

소식통은 샤오미를 포함한 중국 메이커들은 코로나19 봉쇄 등의 여파로 자국 시장 판매가 부진하자 인도 판매 비중을 확대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글로벌 휴대전화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터에 따르면 올 2분기 인도에서 20만원대 아래 저가 스마트폰이 차지한 비중은 33%가량이었으며, 이 가운데 중국산은 80%를 차지했다. 특히 샤오미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25%나 됐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인도 정부가 20만원 아래 중국산 저가폰 판매 금지 정책을 시행하면 샤오미의 경우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이 연간 11∼14%, 매출도 4∼5% 각각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인도 첸나이에 있는 대만계 애플 위탁생산업체 폭스콘 공장[로이터 캡처]
인도 첸나이에 있는 대만계 애플 위탁생산업체 폭스콘 공장[로이터 캡처]

샤오미로서는 최대 해외시장이 인도인 데다 전체 모델의 66%가 20만원 아래다. 

인도 정부의 이런 소식이 들리자 8일 홍콩 증시에서 샤오미 주가는 전장보다 3.6% 하락했다. 이에 따라 샤오미 주가는 올해 들어 35% 떨어진 상태다.

블룸버그는 그러나 대다수 모델의 출고가가 20만원대가 넘는 애플, 삼성전자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는 이 정책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인도 정부는 자국 시장에서 영업 중인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메이커들에 대한 강도높은 재무 조사를 벌여 세금을 추가 징수하기도 했다.

오포 파인드N(사진=오포 제공)
오포 파인드N(사진=오포 제공)

 앞서 인도 정부는 중국 업체 텐센트의 '위챗', 바이트댄스의 '틱톡' 등 스마트폰 앱 300개를 이미 금지했다. 이와 함께 화웨이, ZTE(중싱<中興>통신)의 통신장비 구입을 하지 않는 상태다.

인도 정부는 다른 한편으로는 인도에 공급·유통망 등을 위한 투자를 중국 업체에 요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인도 정부가 이번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전체 시장 점유율 2위의 삼성전자는 중·고급폰 시장에 주력하기 때문에 중국산이 갑자기 퇴출되면 저가 시장엔 사실상 제품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포의 인도 매장[AP=연합뉴스]
오포의 인도 매장[AP=연합뉴스]

소식통은 이어 "인도산 휴대전화도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상태"라며 "인도 내 반중 정서가 크다고 하지만 저소득층은 여전히 가성비가 높은 중국산을 선호하는 상황이라 인도 정부가 이번 정책을 실제로 도입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도는 2020년 6월 북부 카슈미르 동쪽의 접경지역 라다크에서 중국군과 충돌을 벌인 이후 중국 IT업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인도는 당시 충돌로 인도 병사 2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