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 식품에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유통기한은 식품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유통·판매가 허용된 기한이고, 소비기한은 보관 방법을 잘 지키면 섭취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이다. 통상 소비기한은 유통기한에 비해 20~50% 더 길다.

해외 대다수 나라에서 소비기한을 적용 중이고, 또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소비기한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소비자들이 유통기한과 별반 다르지 않게 생각할 것'이라며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16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 등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오는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기존 식품 유통기한 표시제를 소비기한 표시제로 변경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개정안에 대해 유통업계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소비기한이 유통기한에 비해 더 긴 만큼 판매 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제품을 직매입하는 입장에서 판매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재고 관리 차원에서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도 반품률 감소와 환경 보호 차원에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폐기물은 연간 548만톤에 달하며, 이 중 40%가 유통기한 경과로 발생한다.

식품업체 관계자는 "판매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반품률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며 "환경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도 소비기한으로 표시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미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오리온, SPC 등 주요 식품업체에선 일부 제품에 소비기한을 표시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제품의 소비기한은 제조사에서 자체 실험을 통해 정해야 한다. 연구개발 여력이 있는 식품 대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식품업체들의 경우 소비기한을 설정하기 위한 실험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기업도 당장 소비기한을 표시해야 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판매하는 각 제품마다 실험을 통해 새롭게 소비기한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영세한 식품업체들의 경우 이런 실험을 할 여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촉박한 시행 시기 등을 고려해 식품업체가 기존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그대로 설정하는 것을 허용하고, 유통기한이 표시된 기존 포장지 소진을 위해 2023년 12월 31일까지 1년간 계도 기간을 운영하지만 영세한 식품업체엔 결국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주장이다.

한편, 식품업계 일각에선 소비기한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제도를 도입하는 효과가 크지 않다며, 정부 차원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에 대해 차이를 구분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소비기한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소비자들도 많다"며 "실생활과 밀접한 제도인 만큼 정부가 대국민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