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추가 인상하면·서 향후 은행권 수신금리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연 5%를 넘는 정기예금 상품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금리 하단이 3%대까지 내려앉은 가운데 금융소비자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금금리가 다시 오를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전까지만 해도 기준금리가 오르면 즉각 큰 폭으로 수신금리를 올리던 시중은행들이 ‘과도한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경고성 메시지에 갇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사진제공=각사
사진제공=각사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연 3.25%에서 3.50%로 0.25%p 인상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은은 사상 첫 7회 연속 인상 기록도 세웠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지난 2021년 8·11월과 지난해 1·4·5·7·8·10·11월까지 총 9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25%까지 끌어올린 바 있다. 여기에 이달 추가로 베이비스텝, 즉 0.25%p 인상이 단행됨에 따라 불과 최근 1년 5개월 사이 기준금리가 0.5%에서 3.50%로 무려 3.0%p나 오르게 됐다.

다만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치솟았던 수신금리 흐름에는 지난해 말부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앞다퉈 큰 폭으로 정기예금과 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를 상향 조정하던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상에 대해 소극적 자세로 돌아선 영향이다.

실제 은행들은 지난해 11월 24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p 추가로 인상한 뒤 금리 인상 관련 검토에만 들어갔을 뿐 실제 인상분을 반영하지는 않았다. 이에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오르기는커녕 되려 뒷걸음쳐 연 5%대를 넘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최근 2개월 만에 3% 후반대까지 내려앉게 됐다.

이날 시장의 예상대로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됐지만 은행들은 수신금리 인상 여부를 쉽사리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 중 수신금리 인상 계획을 내놓은 곳은 한 곳도 없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오늘 있었던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분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신상품 금리의 인상 시기와 폭을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앞서 지난 4일에 적금 금리를 최고 연 0.8%까지 한차례 올렸다”며 “추가적은 수신금리 인상은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외 신한·하나·NH농협은행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일제히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한 수신금리 인상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나 금융권 안팎에선 직전 기준금리 인상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검토 뒤 실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지진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상을 주저하는 건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주문 때문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말 내려진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대출금리에 대해서도 인하 압박에 나서면서 수신금리를 올리기는 더 어려워진 분위기다. 수신금리가 오르면 결국 또 대출금리까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자제하던 은행채 발행이 두 달 만에 재개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인 은행들 입장에선 안 그래도 조심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굳이 무리하게 수신금리 인상 경쟁에 뛰어들 유인이 낮아지게 됐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수신금리를 올리면 결국 대출금리도 올라가는 구조”라며 “기준금리가 올랐으니 통상적으로 수신금리를 인상 여부를 검토를 한다는 것뿐이지 실제 수신금리를 올리긴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결국 중요한 건 금융당국의 스탠스”라며 “일부 금리가 낮은 상품이나 적금 상품 등의 금리를 올릴 수는 있겠지만 이전처럼 전체 예·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를 큰 폭으로 조정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은행권에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한 것이 곧 대출금리 인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들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예금금리 인하가 코픽스를 매개로 대출금리에 전달되는 데는 시차가 있다”며 “예금금리 인하로 인한 추세적 효과는 다음 코픽스 공시 이후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