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투기 의혹을 받는 토지 현장 사진
땅 투기 의혹을 받는 토지 현장 사진

전남 영암지역 단위농협장 부인과 군청 전 고위간부 부인, 부동산 브로커 등이 설립한 영농회사법인을 땅 투기 수단으로 악용해 농민들에게 수 억원의 피해를 입힌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영암 지역에서는 수년 년 전부터 “부동산 브로커가 단위농협 등과 결탁해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영농법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의혹이 돌면서 실제 피해사례가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25일 영암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영암A농협 조합장이 지난 2022년 11월 지역 농민으로부터 사법당국에 고발을 당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 경찰은 영암군으로부터 관련서류를 제출받고 고발인 조사를 마친 상태이며 조만간 피고발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고발장과 피해 토지주들에 의하면 A농협 조합장 부인은 남편이 조합장으로 당선됐던 지난 2015년 9월 23일 당시 영암군청 고위간부 부인을 대표이사로, 자신과 부동산 브로커 고모씨를 이사로 한 농업회사법인 ‘(유)세화’를 설립했다.

(유)세화는 12일 뒤인 10월 5일부터 19일 사이 영암읍 회문리 일대 토지(6억5000만 원, 7100만 원)와 진입로 부지(2억5100만 원) 등을 3회에 걸쳐 매입 후 실제 매매가 보다 약 3배가 많은 28억9655만원에 실거래가 신고를 했다.

이어 같은 달 28일 13억원의 설정과 함께 실제 매매가 보다 많은 10억 원을 대출 받았다. 이처럼 매수자 측이 상향계약서(이하 업계약서)를 작성한 원인은 향후 매도 시 토지시세 가격 형성의 기준으로 삼으려는 수단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유)세화’는 2019년 6월 모 농업법인에게 20억원에 매도함으로써 지방·양도세 면제와 함께 큰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급조한 영농법인이 빠른 시일에 실제 매매가 보다 많은 대출(감정가의 80%)을 받는다는 것은 일반 조합원에게는 불가능한 과다대출로 보인다.

당시 허위 업계약은 영암군청 고위간부의 요청에 따라 이뤄졌으며 매수인 측의 ‘양도차익 책임’의 각서 교부로 인해 성사됐음에도 이행하지 않아 매도인 B씨가 큰 피해를 입었다.

즉, B씨는 4억3000만원의 양도세 폭탄으로 2년에 걸친 소송 끝에 2억1000만 원의 중재결정을 받았지만 장기간의 소송에 많은 비용 지출됐다. 여기에 2억1000만 원마저 500만원, 1000만 원 등으로 나눠 변제 받은 탓에 푼돈으로 소진됐다.

이같은 소송이 진행되자 조합장 부인은 2016년 3월 31일 ‘(유)세화’이사에서 사임했다. 이와 함께 의무 토지보유 기간이 지난 2019년 1월 28일 이사 3명 모두의 퇴임과 함께 법인을 해산해 영농법인이 땅 투기 수단으로 이용됐음이 여실히 드러냈다.

이와 함께 B씨의 소송으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자 영암군청 전 고위간부는 퇴직을 6개월 남겨놓고 사직했다.

그나마 B씨의 경우 이중 매매계약서 체결 당시 매수인 측으로부터 각서를 받아 절반이라도 보상받을 수 있었지만 군서면에서 잔디농사를 짓고 있는 C씨의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C씨는 개신리 토지 2100여 평을 역시 고모 브로커의 요구에 따로 6억5000만 원에 매도하면서 매수자로부터 양도세를 책임진다는 확답을 받고 11억원의 이중 계약서를 작성해줬다.

C씨는 이 과정에서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5000만 원씩 1억 원을 2회에 걸쳐 수령 후 담보설정과 함께 5억5000만 원을 대출받아 이전을 완료했다.

하지만 정작 매수자는 개인이 아닌 영농회사법인 ‘미조’이었으며, 브로커 고모씨는 “양도세를 책임진다고 말한 사실이 없다”고 돌변했다.

이와 관련, 관할 나주세무서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1억4000만 원의 양도세를 부과, C씨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브로커의 “업계약서 작성 대가로 C씨에게 3000만 원을 지불했다”는 허위진술을 재판부가 받아들여 패소했다.

결국 C씨는 1억4000만 원의 양도세와 함께 과태료 2470만 원, 본인 변호사 비용과 상대 변호사 비용 등 2억 원의 피해를 당했다.

영암군은 1년여 후인 2016년 12월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내고 B씨와 C씨에게 총 424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에 피해자 C씨는 “장애인으로 피땀 흘려 마련한 땅을 사기꾼에게 빼앗긴 것 같아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면서 “지금도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고 지옥같은 시간이었다”고 분노했다.

영암읍에 사는 조합원 이모씨는 “수년 전부터 소문으로는 떠돌았지만 설마 했는데 조합장의 아내가 법인세, 취득세, 양도세 등을 감면 받을 수 있는 농업회사법인을 결성해 땅 투기를 했다니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