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로벌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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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차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9분기 연속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던 은행권 부실채권비율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대출 연체율에 이어 부실채권비율까지 꿈틀대는 모양새에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각종 금융지원 조치에 가려졌던 부실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진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0.40%로 전분기(0.38%)보다 0.02%포인트(p) 상승했다. 다만 전년 동월 말(0.51%) 대비해서는 0.10%p 하락했다.

부실채권비율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 돼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이 전체 여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전분기 대비 상승한 건 지난 2020년 3월 0.01%p 오른 0.78%를 기록한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이에 9개 분기 연속으로 갈아치워 온 역대 최저치 기록 경신 행진이 멈추게 됐다.

이는 부실채권 규모는 10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4000억원(4.5%) 증가한 반면에 총여신은 2532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말보다 8조7000억원 줄어든 영향이다. 특히 전체 부실채권 가운데 기업여신이 8조3000억원으로 대부분(82.3%)을 차지했으며 가계여신과 신용카드채권은 각각 1조7000억원, 1000억원이었다.

또한 지난해 4분기 중 신규로 발생한 부실채권 규모만 3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 대비 5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기업여신 신규부실이 2조2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000억원 증가했고 가계여신 신규부실은 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0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부실채권 정리규모는 2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000억원 줄었다.

자료출처=금융감독원
자료출처=금융감독원

부문별로 살펴보면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9월 말 0.50%에서 12월 말 0.52%로 0.02%p 상승했다. 대기업여신은 0.49%로 전분기 0.50%보다 0.01%p 떨어졌으나, 중소기업여신이 0.49%에서 0.04%p나 상승한 0.53%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여신 중 중소법인의 경우에는 부실채권비율이 0.71%를 기록하며 전분기 0.05%p 상승했고 개인사업자여신은 0.23%로 0.03%p 상승했다.

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18%로 전분기 말보다 0.01%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은 0.12%를 기록하며 전분기 대비 0.01% 상승했으며, 기타 신용대출은 0.31%에서 0.34%로 0.03%p 올랐다. 특히 신용카드채권 부실채권비율은 0.91%를 기록했다. 이는 전분비 대비 0.08%p 상승한 수준이다.

은행별로 보면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0.53%로 전분기 대비 0.14%p나 오른 점이 눈에 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부실채권비율은 전분기보다 0.19%p 오른 0.95%를 기록했으며 토스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전분기 대비 각각 0.07%p, 0.30%p 상승한 0.53%, 0.36%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중에선 씨티은행이 0.72%로 가장 높았다. 이는 전분기보다 0.08p 오른 수치다. 이어 신한은행(0.25%), 하나은행(0.21%), KB국민은행(0.20%), 우리은행(0.19%), SC제일은행(0.19%) 순이다. 이중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전분기보다 각각 0.02%p, 0.01%p 부실채권비율이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전분기보다 소폭 상승했으나 아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금감원 측의 진단이다.

신용손실에 대한 손실흡수능력을 나타내는 대손충당금 잔액이 꾸준히 늘면서 대손충당금적립률도 지속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지난 2020년과 지난해 말 각각 138.3%, 165.9%를 기록한 뒤 지난해 9월 말 181.6%, 6월 말 205.6%, 9월 말 223.9%, 지난해 12월 말 227.2%로 늘었다. 특히 4분기 중 충당금 적립이 증가하며 지난 분기에 이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그동안 지속 감소해온 부실채권 잔액이 증가세로 전환된데다 지난해 하반기 중 연체율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향후 기업・가계 취약 부문의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졌다.

국내은행의 지난 1월 말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로 전월보다 0.06%p 올랐다. 연체율이 0.3%대에 진입한 것은 2021년 5월(0.32%)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본연의 자금공급 기능을 원할히 수행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지속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