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차석용LG생활건강대표,서경배아모레퍼시픽대표
(왼쪽부터)차석용LG생활건강대표,서경배아모레퍼시픽대표

국내 내수시장의 침체와 중국 사드(THAD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K-뷰티 빅2'라 불리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올해 상반기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아모레퍼시픽(대표 서경배)은 지난해에 이어 역신장 했지만 LG생활건강(대표 차석용)은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하면서 화장품 업계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지난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해 상반기 영업익(연결기준)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증가한 5,509억원, 매출은 8.7% 늘어난 3조3,118억원으로 사상 최대 반기실적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화장품 사업이 상반기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설명했다. 화장품 부문의 상반기 매출은 1조9,011억원, 영업이익은 4,0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4%, 24.7% 증가했다. 궁중화장품 브랜드 후가 매년 급속도로 판매고를 올려 이 달에 이미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숨과 오휘도 고급라인을 중심으로 한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지속되는 내수경기 침체와 관광객 수 회복이 더딘 경영 환경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면서 "국내와 중국에서 화장품 시장으로진입하는 신규사업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장 환경에서도 상대적으로 진입이 쉽지 않은 고급 브랜드의 성공으로 국내외에서 흔들림 없이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생활용품 사업의 매출은 6% 줄어든 3,372억원, 영업이익은 27.9% 떨어진 273억원을 기록했다. 음료 사업 매출은 1.8% 증가한 3,620억원, 영업이익은 1.3% 늘어난 457억원이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상반기 영업익(연결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한 4,484억원, 매출은 1.5% 줄어든 3조2,179억원을 기록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으나, 지난해 3월부터 기저효과로 분기 영업익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매출이 전년비 12% 증가한 1조3,437억원, 영업이익은 44% 늘어난 1,458억원을 기록하면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분기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이니스프리도 매출은 4% 개선된 1,596억원, 영업이익은 21% 증가한 269억원을 기록하며 호조를 나타냈다.

반면 에뛰드와 에스쁘아는 각각 2분기 영업손실 61억원, 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지속했다. 에스트라는 영업익이 16% 줄어든 24억원, 아모스프로페셔널은 2% 감소항 43억으로 집계됐다.

LG생활건강은 후, 숨을 통해 중국 화장품 시장 내 진정한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후의 중국 매장수(1분기 기준)는 195개로 올해 220개 매장까지 입점하면 출점할 계획이다. 숨의 1분기 기준 중국 매장수는 71개로 올해 110개까지 늘린다.

2분기 매출도 부진하게 나타났던 생활용품 사업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프리미엄 생활용품 브랜드인 헤어케어 브랜드 닥터 그루트와 시트형 세제 브랜드 피지의 확장에 힘을 쏟겠다는 구상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 하반기 해외사업 확대 및 혁신 제품 출시, 고객 경험 강화를 통해 하반기 '턴어라운드'를 노린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뷰티 편집숍인 아리따움이 대대적인 리뉴얼을 추진한다. 하반기 중 오픈 예정인 '아리따움 강남 메가샵(가칭)'을 시작으로 기존의 로드숍이나 H&B스토어와는 차별화된 뷰티 전문 멀티 브랜드숍 플랫폼으로 전환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깊이 있는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수준 높은 뷰티 솔루션 및 서비스 제공, 새로운 구매 방식의 도입, 다양한 제품군 보강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즐거운 뷰티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중국 시장에 이어 지난해부터 가속화하고 있는 해외 신시장 개척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라네즈가 처음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하고 미쟝센과 려는 각각 중국과 홍콩 시장에 처음 진출해 아시아 사업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애너리스트는 "전세계적인 마이크로 소비 확산으로 스몰&인디 브랜드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신시장에서 새로운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반기 마케팅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요인이 잠재하지만 적극적인 해외 확장으로 외형 성장률 회복이 이어질 전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