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이슬기 기자] ‘유럽의 공장’으로 불리던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비세그라드 4개국이 스타트업의 요람으로 패러다임 전환 중이다.

8일 코트라 부다페스트무역관에 따르면 전 세계 비상장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 중인 스타트업 기업 매터마크의 조사 결과 동유럽 벤처캐피털(VC) 투자는 2011년 940만 달러에서 2016년 2억8320만 달러로 약 300.1%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동유럽 주요 도시로 유입되는 지속적인 VC 투자 수요와 더불어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 및 멘토링 프로그램, 업무공간 공유와 같은 인프라 확충 및 정부 지원정책에 힘입어 성장 동력을 계속 이어나갈 전망이다.

코트라 관계자는 “최근 동유럽으로 집중되는 VC 투자 수요는 동유럽 지역의 스타트업 및 신기술에 대한 일부 선진국 투자가들의 관심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로 생각되며, 이들 투자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보통신 전문매체인 벤처비트(VentureBeat)에 따르면 현재 동유럽에는 약 3만 개의 스타트업이 있으며 대부분 몇 가지 공통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유럽 스타트업의 특징 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시장 규모가 작은 자국이나 동유럽 지역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매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성공한 동유럽 스타트업 기업들의 주요 매출은 서유럽이나 미국 등 동유럽 지역 외에서 발생되고 있다.

동유럽 스타트업의 특징은 도시별 세부적인 전문분야 보유하고 있다.

벤처비트에 따르면 폴란드 크라쿠프의 경우 비콘(Beacon, 저전력 블루투스를 기반한 근거리 통신 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

체코 프라하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정보통신 보안(Cyber Security)에 강세를 보이고 있고 폴란드 바르샤바의 경우 자동화(Automation)에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예산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VC 및 엔젤투자분야 전문 조사기관인 CB 인사이트(CB Insight)에 따르면 동유럽 스타트업 중 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을 뜻하는 ‘유니콘(Unicorn)’ 기업은 단 3곳뿐이다.

인터넷 통신기술을 보유한 스카이프(Skype), 바이러스 백신을 만드는 아바스트(Avast), 인터넷 뱅킹 기술을 보유한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가 이에 해당한다.

동유럽 스타트업 기업들은 자본과 창의적인 인재가 집중되는 런던, 암스테르담, 스톡홀름, 베를린 등 서유럽의 주요 도시들의 위치한 기업들과 경쟁해야하는 상황이다.

다만 동유럽 국가들에서는 창업에 성공한 기업들이 GDP에 기여비율이 서유럽보다 월등히 높다는 사실 때문에 전략적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자 하는 기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공간이나 통신에 대한 인프라 지원이나 공공 VC를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유럽 디지털시티 인덱스(The European Digital City Index) 조사 결과 동유럽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및 스케일업 에코시스템을 잘 갖춘 도시 순위는 1위가 에스토니아, 2위 체코, 3위 헝가리 4위 폴란드 등이다.

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비세그라드 4개국 인구는 6400만 명에 달하며 4개국의 경제력을 합쳤을 경우 유럽 내 5위, 전 세계 12위권에 해당하는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리·문화적 공통점을 보유한 동시에 동유럽에서 상대적으로 발달한 환경에 있어 VC 투자가들의 접근이 용이하고 스타트업 및 스케일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해커랭크 프로그램 챌린지(Hacker Rank Programme Challenges)에 따르면, 국별 프로그래밍 능력을 겨루는 프로그래밍 올림픽에서 폴란드(3위), 헝가리(5위), 체코(9위)로 매우 높은 순위에 올랐다.

코트라 관계자는 “제조업과 ICT 기술이 만나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는 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동유럽 스타트업에 대한 VC 투자 및 기술협력을 통한 새로운 산업경쟁력 창출 노력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 및 우수한 기술력을 활용하기 위한 동유럽지역 R&D 센터 설립 혹은 동유럽 유망 스타트업과의 M&A를 통한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도 충분히 검토해볼만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지속되는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으로 인력유출(Brain Drain)로 인한 인력 수급문제, 언어 장벽, 업무 문화 차이 등에 대해서는 반드시 사전에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고 조언했다.

이슬기 기자 news@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