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세습에 중독된 한국 경제 (하)

건국대 최정표 교수 '소유와 경영 분리' 경제민주화 소고

2017-05-11 14:30:26
[글로벌경제신문 임경오 기자]
최정표 교수 칼럼 게재순서

끝이 안보이는 재벌의 세습경영
세습 경영에 중독된 한국경제 <상, 하>
세습하면 기업은 망하지 않을까
한국 재벌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미국 대기업은 어떻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었을까
일본의 대기업은 어떻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었을까
한국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기 위해서는


한국경제가 역동성을 잃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사례에서 보듯이 재벌총수는 감옥을 들락거리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방황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경기는 살아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와중인데도 재벌은 대대로 세습되고 재벌의 금고엔 수백조원의 현금이 잠자고 있다.

글로벌경제신문은 저자인 최정표 교수 감수 아래 “‘경영자혁명’의 핵심 내용을 재정리하여 시리즈로 게재함”으로써 한국경제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그 해결책으로 전문경영인 시대의 필요성을 역설해 보고자 한다. 그것은 한국재벌을 소유와 경영의 분리체제로 탈바꿈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재벌의 세습 실태와 재벌들의 엄청난 사내 유보금이 투자되지 않고 정경유착이 일어나는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경제 활성화, 세습경영으로는 불가능

경제 활성화는 어느 나라나 경제 정책의 최우선순위이다. 갖가지 부양책을 동원하여 성장률을 높여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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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혁명 저자 최정표 교수


경기침체에 빠져있는 일본도 그렇고, 그럴 가능성이 높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온갖 정책을 쏟아내 왔다.

그렇지만 모두가 핵심을 벗어나있었다. 실정에 전혀 맞지 않는 거꾸로 가는 정책이었다. 오히려 경기를 더 후퇴시킬 정책들만 동원하고 있었다.

박근혜 전대통령이 내세운 노동개혁도 친 재벌 정책이고 오히려 경기를 더 침체시킬 가능성이 높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난 후 오히려 종합주가지수는 계속 상승, 10일에는 장중 2,300선을 넘기는 등 역대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는 박근혜의 정책이 시장 친화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경기진작의 핵심은 돈을 돌리는 것이다. 돈을 돌려 소비와 투자를 촉진시키면 경기는 살아난다. 또는 정부가 직접 지출을 증가시켜도 경기가 살아난다. 모두가 돈이 필요한 정책이다. 돈이 있어야 이런 정책을 쓸 수 있다.

그런데 가계는 돈이 없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을 넘었다. 빚에 허덕이는 가계가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겠는가. 국가도 부채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돈이 있는 유일한 경제 주체는 재벌이다. 30대 재벌은 700조원이 넘는 사내 유보금을 가지고 있다.

돈을 돌릴 능력이 있는 곳은 재벌뿐이다. 그런데 재벌은 투자를 하지 않고 계속 쌓아두기만 한다. 2,3세 경영자들은 기업가 정신도 없고 경영능력도 없다. 투자처를 찾지도 못하고 만들지도 못한다. 돈만 계속 쌓아둔다. 투자할 곳이 많아 항상 돈이 부족했던 창업자들과는 너무나 다르다. 세습 경영인은 탐욕 속에 안전만 추구하고 돈을 쌓아놓고 돈놀이만 한다.

이처럼 급소는 바로 재벌의 사내 유보금이다. 이 돈이 나와야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이 돈을 끌어내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도 낮춰주고 규제도 풀어주었다. 그러면 투자가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재벌은 혜택만 냉큼 받아먹고 투자는커녕 돈만 더 벌어 챙겼다. 그리고 회사에 더 많이 쌓아두기만 한다. 그리고 경제는 더 멍들어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도 재벌들에게 돈을 더 쌓아주는 정책이다. 쉬운 해고제나 임금 피크제로 임금 지출을 절약시켜주면 그 돈은 고용이나 투자로 가지 않고 다시 기업에 쌓일 것이 뻔하다. 사내 유보금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는데 이번이라고 달라질 리 있겠는가. 경기는 더 가라앉을 것이 뻔하다.

재벌은 혜택을 주면 혜택만 날름날름 받아먹는다. 고용을 늘릴 것처럼 립 서비스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고용을 늘릴 이유가 없다. 고용을 늘리는 것이 돈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못하던 투자를 이번이라고 할리 있겠는가. 그리고 그동안 없었던 고용이 이번이라고 달라질까. 재벌에 다시 돈만 쌓아주고 경기는 더 침체될 것이다.

세습경영과 오너 경영체제에서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이미 모든 것을 가진 그들은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 돈만 쌓아두면 언제나 안전하게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고 편하게 살 수 있다.

만약 이들이 전문 경영인이라면 이런 전략으로는 그 자리를 지킬 수 없다. 모험을 하고 성과를 내야만 전문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전문 경영인은 돈을 풀 것이다. 쌓아두는 것만으로는 그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재벌이 돈을 풀면 흘러나온 돈은 두 가지 방향으로 갈 것이다. 하나는 중소 하청업체로 돌고 또 하나는 임금으로 돌 것이다.

재벌 돈이 흘러나와 하도급시장이 정상화되면 중소기업들은 제값을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의 70%가 대기업에 대한 매출인데 이 거래가 정상화되어 중소기업에 돈이 돌면 중소기업은 투자도 증가시키고 임금도 올릴 것이다.

돈이 돌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임금소득이 증가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도 줄어든다. 이들은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한계소비성향이 높다. 이들의 소득이 증가하면 소비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고 곧 경기가 살아날 것이다.

경기가 살아나면 결국 기업에도 혜택이 된다.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고 전문 경영인 시대가 도래 해야 이런 선순환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 기업에 돈만 쌓아두는 세습 경영체제에서는 결코 이런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없다.

정경유착은 오너 경영의 필연적인 산물

먹이사슬은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자연법칙이다.

그런데 정치인과 기업인 사이의 먹이사슬은 나라를 망치는 흉기가 되고 있다. 그들 사이에는 야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 야합은 법과 국가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독이다. 기업인과 정치인의 불법유착이 나라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한국에서 기업인과 정치인이 야합한 역사는 박정희 시절의 정경유착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치인은 기업인으로부터 부정한 정치자금을 제공받고 기업인은 그 대가로 각종특혜를 부여받는다. 이런 정경유착은 그동안 그 실체가 수없이 드러났다.

재벌은 이런 정경유착의 산물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로 인정되고 있다.

정경유착에 성공한 기업인은 재벌의 성을 쌓았고 정경유착에 실패한 기업인은 한때의 영화를 뒤로 한 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정경유착은 정직한 기업인과 모든 국민에게 많은 피해를 안겨주었다.

정직한 기업인은 패배자의 운명이 되고 국민들은 정경유착 비용의 최종 부담자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을 4%나 가지고 있는 삼성물산을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제일모직과 1대0.35라는 불합리한 조건으로 합병시키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부탁, 국민연금에 찬성표를 던지게 해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3,500억 원의 금전적 손실을 끼치게 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민연금의 자산은 국민들로부터 갹출한, 그야말로 국민들의 피 같은 돈인데 정경유착으로 날아가 버리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과거의 정경유착은 서로 주고받는 호혜적인 관계의 정경유착이었다. 정치인은 돈을 받고 기업인은 특혜를 받는 관계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 양상이 달라졌다. 민주화가 진전된 오늘날은 정치인이 기업인에게 제공할 특혜가 별로 없다. 있어도 은밀히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인은 이제 보험적 성격에서 정치인에게 돈을 바친다. 정치인은 기업을 해코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도와줄 수는 없어도 기업을 해코지할 수는 있다. 그런 해코지를 당하지 않기 위해 기업인은 정치인과 유착하려고 한다. 때로는 호가호위하기 위해 정치 권력자와 유착한다. 정치인은 기업인의 이런 심리와 상황을 교묘히 이용한다. 그래서 기업인은 정치인에게 돈을 갖다 바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정치 후원금이나 출판기념회 등을 교묘히 이용해 기업인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비밀리에 불법자금을 받는다.

기업인이 직접 정치에 진출하려고 할 때는 그 관계가 더욱 복잡해지고 유착의 밀도는 아주 진해진다. 기업인이 국회의원을 하려고 하면 정당과도 유착해야 하고 권력자와도 유착해야 한다. 그 수단은 바로 돈이다.

정경유착에 동원되는 돈은 개인 돈이 아니고 회사 돈이다. 비자금등 불법자금일수 밖에 없다. 결국 불법이 저질러지는 것이다. 양쪽 모두가 불법 속에서 생존해가는 범법자이다. 들통 나면 감옥으로 가고, 들통 나지 않으면 국가가 망가진다. 어느 쪽이 잘못인지 따질 이유도 없다. 나라에 피해를 주면 모두 죄인이 아닐 수 없다. 양쪽 모두 죄인이다.

기업인과 정치인의 검은 돈 거래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오너 경영과 세습경영이 큰 몫을 한다. 정경유착은 오너 경영의 필연적 산물이다. 오너는 막강한 힘을 가지기 때문에 경영권을 유지하고 세습하기 위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치권력을 이용하려고 한다.

창업 오너는 국가로부터 특혜를 받기 위해 권력과 유착했고 능력이 부족한 세습 오너는 자기를 지키기 위해 권력과 영합한다. 세습과정에서 권력의 보호를 받기위해 또는 권력으로부터 핍박을 받지 않기 위해 권력과 유착한다. 세습이 계속되는 한 정경유착은 지속될 것이다. 삼성과 박근혜의 유착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야 정경유착이 사라질 수 있다. 전문 경영인은 그런 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어차피 세습은 불가능하고 자신의 자리도 영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정표 교수 약력


뉴욕주립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성균관대학교 경제학 학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
한국산업조직학회 회장
건국대학교 상경대학 학장
일본 동경대학 경제학부 객원교수

현 건국대 상경대 교수
현 검찰미래발전위원회 위원




임경오 기자 ceo@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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