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 교수 내정…재벌개혁 후퇴하나

2017-05-17 17:13:11
[글로벌경제신문 임경오 기자]
경제 검찰인 공정거래위원장에 한성대 김상조 교수가 내정됐다.

김 교수는 흔히들 '재벌 저격수'로 알려져왔는데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참모로 변신, 이번에 입각이 점쳐졌었다.

김 교수는 과연 어떤 정책과 제도들을 펼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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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보기엔 김상조 교수가 최근 주장해온 발언들을 정리해보면 '재벌 저격수'라는 칭호를 붙이기엔 색깔이 많이 옅어진 감이 없지 않다.

김 교수는 지난 12일 중앙일보 나현철 기자와의 블로그 인터뷰에서“성장 둔화와 재벌 내 양극화로 개혁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며 “정부의 사전 규제보다 시장의 힘을 키우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즉 법개정이나 제도개정 보다는 현행 정책 아래에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사를 내 비친 것이다.

김 교수는 이날“시대가 달라졌으며 돈을 버는 재벌도 소수이고 덩치 차이도 크게 벌어졌다"면서 "상위 4대 그룹 자산이 30대 그룹 자산의 절반으로 10대 그룹 아래는 버티기 급급하거나 부실 징후까지 보이는 상황에서 규제를 통해 억지로 성장의 과실을 나누게 한다고 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재벌 저격수라는 자신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라는 말도 불사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소액주주 운동, 외국인 주주, 국민연금이 등장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법으로 규제하는 것으로만 재벌개혁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면서 "시장의 힘을 존중해야 한다. 억지로 규제법을 만들어도 기준이 어중간해질 수밖에 없으며 상위 재벌엔 효과가 없고, 하위 재벌엔 과잉 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다시한번 규제 위주 정책에 대해 회의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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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내정자
김 교수는 이런 변화된 사고 때문에 "대통령에게 4대 재벌이나 10대 재벌에 집중하겠다고 말했으며 대통령도 당시 바로 받아들였다"고 회고했다.

김 교수는 "재벌개혁 이슈 중 경제력 집중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면서 "경제력 집중은 몇 개 상위 재벌의 문제로 국민연금과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고 현행법을 엄정하게 적용하면 된다"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은 상장사 전체의 문제다. 경제와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상법을 일부 손보고 주주권행사모범규준(스튜어드십)을 도입하면 많이 좋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사전 규제에서 사후 규제로, 정부 주도에서 시장 주도로 중점이 옮겨지고 지난해 총선 때의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기존 순환출자 해소 공약이 이번엔 주요 공약에서 빠진 것도 이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총 관련해서도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도입’에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또는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바뀌었다. 둘 다 도입하면 상충할 여지가 있다"면서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한발 뺐다.

경제민주화가 후퇴할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김 교수는"그건 절대 아니다. 시대와 대상이 달라진 만큼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5년 내내, 그 이후에도 지속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김 교수는“얼마 전 경실련과 참여연대 토론회에 갔다가 각각 30여 가지 정책과제를 전달받았다. 그런데 하나하나가 다 법을 바꿔야 하는 사안"이라면서 "시간이 걸리고 현실성이 떨어지므로 현행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스스로 공정위의 완력만으로 대기업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상법 개정이나 금융위원회의 역할 등 다양한 방법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개별기업에 대한 규제보다는 자본주의 거래의 기본원칙(상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또 일각에서 거론되는 출자총액제 부활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이다. 김 교수는 “출총제가 매우 자의적이며 지속 가능하지 않은 규제 수단”이라고 최근 말한 바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10대 재벌 특히 4대재벌의 현 문제점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려다가 정경유착 등의 부작용이 벌어진 것을 감안하면 김 교수의 유연한 마인드에 대해서는 불안한 마음을 감출수 없다.

시대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재벌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익잉여금으로 자사주를 사서 주식을 줄이는 작전으로까지 돌아섰다. 피같은 이익금 수십조원(자사주 소각작전이 앞으로 계속된다면 100조원 이상 재원 필요 예상)이 투자나 고용에 쓰이기 보다는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일가 지분 상승을 위해서 주식을 태우는데 쓰이고 있는 것이다.

주식 소각, 잘만 하면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 이들 일가의 지분이 현재의 18%에서 30%까지 올리는 것도 어렵지 않으며 이럴 경우 다시 세습의 길로 쉽게 갈수 있는 것이다.

특히 출총제 도입 거부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지 않을수 없다.

사견으로는 대규모기업집단 또는 계열사가 자산의 일정범위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하지 않으면 계열사 간 과도한 출자로 대규모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왜곡을 억제하고 계열사 간 동반부실화 위험 등이 그대로 상존하게 돼 모처럼 맞은 경제민주화 호기가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실 새정부 취임초기야 말로 강력하게 제도를 시행하고 개혁나갈수 있다. 이런 골든타임에 현행법을 고수하다가 자칫 취임초기 강력한 정책을 펼칠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면 상당기간 재벌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참고로 지난 2008년 출총제 폐지법안이 국회에 상정됐을때 당시 김 교수는 “순환출자 금지 등 아무런 대안도 없이 출총제가 폐지된다면 대기업에 의한 경제력 집중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출총제 폐지 법안은 폐기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선 출총제를 거부하고 있다.

재벌개혁 후퇴 신호탄인가. 환경과 시대 변화에 따른 유연한 마인드인가.



임경오 기자 ceo@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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