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6.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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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정치학박사(전 국민일보 주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260석을 목표치로 내걸었다. 그는 17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원외 지역위원장 총회에서 “125명의 원외지역위원장이 모두 내년에 당선되면 240석이 되고 비례대표까지 합치면 260석쯤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이다. 87%쯤을 차지하겠다는 말이 된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둠으로써 지역기반이 좋아져 충분히 꿈꿔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외위원장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기 위한 덕담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의 호기(豪氣)는 과했다.

민주당 총선 목표는 260석

이 대표는 그간 더불어민주당 집권기간 욕심을 10년→20년→50년으로 늘려왔다. 그러다가 지난 2월 21일 ‘40·50특별위원회 출범식’ 축사에서 “대한민국은, 우리가 2020년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이를 기반으로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집권을 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는 앞으로의 100년이 전개되기 시작한다”는데 까지 나아갔다. 말하자면 100년 집권론이다.

정치인의 교만에는 대가가 요구된다. 당장 4·3 재보궐선거에서 그 값을 치러야 했다. 민주당은 국회의원 2석, 기초의회 의원 3석 가운데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전주의 기초의원 선거에서까지 민평당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유권자들이 보낸 신호를 제대로 수신하지 못했다. 알아채긴 했지만 넘치는 자신감을 제어할 수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스타일로 미루어 짐작하자면 그렇다.

그는 김대중 정부 때 교육부장관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무총리에 올랐다. 그냥 총리가 아니라 이른바 ‘실세총리’였다. 위세가 대단했다. 2004년 10월 18일 독일 베를린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그는 기세등등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용납할 수 있지만 조선·동아의 역사에 대한 반역죄는 용서하지 못한다.” “조선과 동아는 정권을 농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나나 끝까지 철저하게 싸울 것이다.” 그러다가 “조선·동아는 내 손아귀에서 논다”는 데까지 이르고 말았다.

상대의 경험에서 교훈 얻어야

정권 핵심 인사들의 그 같은 행태가 야당과 언론, 그리고 여론과의 끝없는 싸움을 초래했고, 마침내 17대 대선에서 당시의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겨주는 비운을 맞았다. 그 후 많은 수양을 했을 텐데, 정치하는 방식이나 스타일에는 별로 변화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때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목표 의석을 180석으로 제시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은 바 있다. 그 자신은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의석을 달라고, 국민에게 눈물로 호소하겠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복수불수(覆水不收),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었다. 이어 공천파동이 거세지자 국민의 실망은 더 커졌고, 새누리당은 보수우파 여당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진보좌파 야당에 제1당 자리를 빼앗기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지금 민주당 안팎의 분위기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들이 속속 당에 입당하거나 복귀하는 상황이다. 임기 후반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려면 ‘대통령의 사람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해야 한다는 논리가 머지않아 당을 공공연히 휘감을 법도 하다. 그 바람에 공천갈등이 격화되면 민주당은 참담한 지경에 놓일 수도 있다. 이 대표의 허풍이 그 전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당 대표의 과욕·교만 리스크가 민주당에서라고 재연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260석의 저주’를 부르지 않으려면 겸손 또 겸손할 일이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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