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9.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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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前 국민일보 주필
지난 25‧26일 이틀간의 국회 상황에 대해 일부 언론은 ‘동물국회’가 재연됐다고 비판했다. 2012년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성립된 이후 처음으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진 상황 자체를 묘사한다고 했을 수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전자 입안지원시스템을 통해 패스트트랙 4개 법안 발의를 마무리 지은 후 ”한국당이 불법, 폭력으로 국민들이 요구하는 법안을 끝까지 영원히 저지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아무리 국회를 불법, 폭력으로 물들인다고 하더라도 저희들은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권력의 본성은 야수와 닮은꼴

그런데 ‘국민들이 요구하는 법안’이라는 건 근거가 분명찮은 일방적 주장으로, 아전인수격 인식이라 할 수밖에 없다. 또 ‘국회를 불법, 폭력으로 물들인다’는 표현은 지나친 허풍이다. 과거 민주당이 대형 해머와 전기톱으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문을 뜯어낸 일을 잊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전 일은 불문에 붙여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한국당 사람들의 경우 흉기를 휘두르지는 않았다. 민주당 측이 다른 야3당과 합세해서 외돌톨이로 만든 제1야당을 언어적 헐리우드 액션으로 공격할 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권력의 본질은 유감스럽게도 탐욕과 폭력이다. 그 본얼굴은 야수의 그것과 닮았다. 누구에게 장악돼 있든, 권력 그 자체는 언제나 뛰쳐나갈 욕구에 추동되고 있다. 민주국가의 정치권력이라고 해도 속성은 다르지 않다. 그래서 법과 제도, 그리고 보편적 가치와 관행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코뚜레와 고삐가 필요한 것이다. 그 고삐를 놓쳐버리면 권력은 국민의 통제 밖으로 나가버린다. 정권측이 법을 바꾸자고 나설 경우, 항상 이 점을 조심해야 한다. 대개는 정권의 편의와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민심을 거스르면 만사휴의!

만약 집권 민주당과 그 뒤에 있는 청와대가 자유한국당의 이익과 영향력을 확대해주기 위해 다른 야당들을 힘들게 설득해서 그 법안들을 통과시키려는 것이라면 이야말로 청사에 길이 남을 ‘선정(善政)’의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는 않더라도 한국당 또한 이 법들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말 정도는 하고 싶지 않을까? 물론 양심상 하기 어려운 거짓말이겠지만…. 이런저런 정략적 의도를 배제하고 오직 고위공직자들의 권력형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일념에서 고안한 조직이며 제도라고 정말 믿기로 하자. 설령 그렇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힘깨나 쓰는 사람이면 누구든 대통령과 정권에 충성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제도로 전락하기 여반장이다.

연동형비례대표제도 이타적(利他的) 배려에서 비롯된 게 아님은 정부 여당 스스로 누구보다 잘 알 것이라고 생각된다. 민주당과 그 패스트트랙 동지 정당에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왔기 때문에 합의하지 않았겠는가. 민주당의 경우, 지금의 구도대로라면 크게 이익이 없을지 모르지만 야3당의 안정적 존립을 도와주는 대신 공수처법을 얻어낼 수 있다. 또 이들 정당과의 연대가 구축된다면 한국당을 법안 저지선인 120석은 물론, 개헌 저지선인 100석 아래로 떨어뜨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어느 모로 보든 남는 거래다.

그런데 이 계산에는 절대적 변수가 빠져 있다. 바로 민심이다. 아무리 정밀하게 계산한다 해도 국민의 눈 밖에 나면 만사휴의! 농단(壟斷)이라는 말을 많이 쓰던데, 정권까지 쓰러뜨린 증오의 표현이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꾸 ‘국정농단’이라고들 하는데,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는 ‘이익을 오로지 한다’는 말이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민심이 돌아선다. 집권 민주당은 이제부터라도 제1야당을 정치 파트너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그게 바로 상생의 묘(妙)일 것이다. 정치학 박사/前 국민일보 주필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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