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6.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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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밤 KBS와 가진 대담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며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그동안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정책으로 추진해온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자영업자 형편 등을 감안해 과도한 인상을 자제하겠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속도조절을 하면 무엇하나, 민생경제는 망가질대로 망가졌는데"라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나라살림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해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식때 시간당 6470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54% 인상)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공언해 최저임금 인상에 불을 당겼다. 실제로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 10.9% 등 2년간 29%나 올라 저임금근로자를 길거리로 내몰고 기업인들의 경영활동에 큰 타격을 줬다. 최저임금인상으로 고통을 당하는 경영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문대통령은 2019년도의 최저임금 수준이 결정된 직후 인 2018년 7월에도 고개를 숙인적이 있다.

문대통령은 당시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속도조절을 밝힌 것이다. 문대통령은 이번에 또다시 속도조절론을 시사해 올해 최저임금 결정때는 과도한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생경제가 파탄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이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문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최저임금 1만원 2020년까지 달성'이란 공약(公約)을 들고 나왔을때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공약(空約)으로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엇보다 우리경제가 수용하기에는 너무 과도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문대통령도 대선 당시 최저임금이 왜 1만원인지, 그 근거를 대지는 못했다.

이날 대담에서도 문대통령은 “지난번 대선 과정에서 나를 비롯한 여러 후보들이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공약을 했고, 이런 것이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들이 제시하니까 나도 했다는 식으로 들린다.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할 말인가. 정말 우리나라의 정치수준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최저임금 1만원'의 근거로 경제성장을 위한 소비진작 또는 양극화해소 등 경제적 필요성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소득주도성장은 천덕꾸러기로 전락

소득주도성장은 J노믹스의 핵심정책이었지만 대통령 취임 2년이 지난 현재에는 많은 국민들이 ‘저주’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문대통령 취임 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자 당시 어수봉 최저임금위원장 조차 "급격한 최저임금인상으로 우리경제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는 경제학자이지만 대선 공약(최저임금 1만원)이 현실과 동떨어질 정도로 과하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뒤 “문대통령은 최저임금이 그렇게 높게 인상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밝혀 과도한 최저임금인상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벗겨주려는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문대통령은 이날 대담에서 경제지표를 왜곡하면서 까지 현재 우리경제가 잘나가고 있다고 했다. 문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고용 시장 안에 들어와 있는 분들의 급여 등은 굉장히 개선됐다. 저소득 노동자 비중은 역대 최고로 낮아졌고, 1분위와 5분위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역대 최고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통계수치와 다른 경제현실과 동떨어진 답변들이다.

문대통령이 경제지표와 다른 답변들을 늘어놓자 많은 언론과 인터넷 매체 등에는 "대통령이 국민을 바보로 아냐"는 비판이 줄을 이었다. 경제부처에서 발료하는 통계자료를 보면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의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자료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와 상위 20%(5분위)의 소득 격차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나쁜 경제지표를 좋다고 왜곡

1분위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23만82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7.7% 줄었다.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노동시장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의 2018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932만43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0.4%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하위 20% 대비 상위 20% 소득은 5.47배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여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며 정부가 최저임금을 과하게 인상했는데 시장이 반대로 작동한 것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폐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2018년 한해동안 폐업한 자영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1년간 개업대비 폐업수를 나타내는 자영업폐업률은 2016년 77.8%에서 2017년 87.9%로 높아졌고 2018년에는 다시 89.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도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일자리 증가수는 경기가 왠만큼 나쁘지 않는 한 매년 20만명은 넘어왔다. 실제로 2014년 59만8000명으로 정점을 찍은뒤 2015년 28만1000명, 2016년 23만1000명, 2017년 31만6000명 등을 기록했다.실업률 역시 17년만에 최고치인 3.8%를 기록했고. 실업자 역시 2000년 이후 가장 많은 107만3000명에 달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험으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민경경제가 타격을 받고 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은 당연하다. 생색 낼 것도 없다. 좌파경제정책을 고집하기 보다 국민전체가 잘살수 있는 보편적인 경제정책을 펼쳤으면 하는 바램이다. 경제학박사/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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