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9.1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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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前 국민일보 주필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쿠웨이트‧콜롬비아‧에콰도르를 공식 방문했다. 그건 좋은데 이 총리가 대통령 전용기로 다녀왔다는 사실이 영 마뜩잖다.

그는 이미 작년 7월 캐냐‧탄자니아‧오만 등을 순방하면서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한 바 있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어 지난 3월 몽골과 중국에도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방문했다. 대통령이 총리의 위신을 세워주고 싶어서 이용을 권했을 법하다.그렇지만 전용기라고 해서 대통령 사유재산은 아니다. 운항비용을 대통령이 대납해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게 다 국민 세금에서 나가는 돈일 텐데 대통령은 흔쾌히 선심을 썼다. 대통령이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고 있는 걸까?

전용기인지 공용기인지…

더 이해가 안 됐던 것이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경우다. 김 여사는 작년 11월 인도를 방문하면서 대통령 전용기(공군 2호기)를 이용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 휘장을 가리기라도 했다. 김 여사가 이용한 전용기에는 휘장이 선명했다. 당시 tv조선은 대통령 휘장은 대통령이 탑승하는 항공기 자동차 기차 함선 등에 사용한다는 대통령 공고 제7호를 소개했다.

김 여사와는 달리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여러 번 단독 해외순방을 했지만 그 때마다 민항기를 이용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도 단독 외국 방문 때 전용기를 이용하지 않았다. 역시 tv조선의 보도였다.

대통령은 왕이 아니고 국고는 그의 개인 금고가 아니다. 대통령이 인심 좋은 것이야 반길만한 것이지만 법을 벗어나는 선심은 ‘위법’이다. 법에 없는 방법으로 후덕함을 보여주려면 자신의 지갑에서 비용을 충당해야 옳다. 물론 그럴 경우도 전용기를 남에게 내 줘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각종 지시들을 쏟아냈다. 굵직한 지시가 나올 때마다 떠올랐던 게 영화 ‘십계’의 한 장면이었다. 람세스 2세의 아버지, 세티 1세 황제는 모든 지시 끝에 꼭 이렇게 말한다. “So let it be written. So let it be done. 그렇게 쓰이게 하고, 그렇게 행해지게 하라.”

대통령이 전용기의 용도 하나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느냐고 억울해 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의 준법정신은 치열하다할 정도로 투철해야 한다. 대통령의 법인식이 느슨하다고 여겨지면 적폐청산은커녕 신폐(新弊)조장의 분위기가 정‧관계에 만연하게 될 것이다. 더 위험한 것은 절약이란 가치의 퇴색이다.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정책목표를 위한 것이라면 비용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풍조가 확산된다고 생각해보라. 국가나 국민이나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결국은 국민 부담이 되는데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한국전력이 올해 1분기(1~3)월에 6,299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사상최악이다. 재작년까지 높은 흑자를 구가하던 한전은 작년부터 엄청난 적자로 돌아서더니 갈수록 그 증가세가 가파 르다. 정부와 한전 측은 부인하지만 탈 원전과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기료 인상 불가피’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한데도 대통령과 정부는 오불관언이다.

버스노조 문제도 그렇다. 15일로 예고됐던 전국적 파업은 면했지만 결국은 국민 주머니를 축내는 것으로 타협이 이뤄졌다. 버스인상이 불가피해졌고, 지자체의 버스회사 손실 보전금도 크게 늘어날 모양인데, 양측은 사이좋게 국민 주머니에다 그 부담을 떠넘긴 것이다.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 강행 의지를 관철시켰고….

문 대통령의 이상은 높고 국민의 현실은 고달프다. 거기에 문 대통령의 씀씀이 인식까지 느슨하다면 흔히 하는 말로 민생의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돈 쓰는 재미만큼 아끼는 재미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은데 정부의 귀가 열려있을지 그걸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어쨌든 물어보기라도 하자. 정부의 높은 분들, 그거 다 누구 돈인가요?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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