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7.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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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설 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전국 버스운전기사들의 임금협상이 파업 직전 타결됨으로써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주 52시간근로제 시행에 따른 운전기사들의 임금 감소분을 국민 세금으로 보전키로 함으로써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이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요 타결내용을 보면 경기도에선 오는 9월부터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요금이 각각 200원, 400원 오르고 서울 등은 버스기사 임금 인상과 함께 정년을 61세에서 63세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또 광역버스 준공영제도 확대된다. 준공영제는 정부가 버스회사의 노선을 결정하고 회사의 경영 적자를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국민의 혈세로 메꾸게 된다.

주 52시간 근로제에 따라 준공영제를 전국 버스에 모두 시행할 경우 1조3433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으로 한국교통연구원은 추산한다. 정부가 문제를 만들고 국민이 뒷 감당을 한 셈이다.

이번 사태는 주 52시간근로제 시행에 따른 임금감소분을 보전 받게 해달라는 운전기사들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300인 이상 버스업체 운전기사의 경우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된다. 이에따라 초과근로가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게 돼 20% 안팎의 임금삭감이 예상된다.

노선버스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는 특례업종이었다. 그런데 과로로 인한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자 국회가 노선버스를 특례업종에서 제외했고 시행 시기를 올 7월로 1년간 미룬 것이다.

근로시간 도입취지에는 공감

장시간근로를 줄여 저녁있는 삶을 보장해 준다는 정부의 도입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우리나라에서 장시간 근로를 줄여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근로시간을 갑작스럽게 줄일 정도로 근로시간단축이 절실한지는 재고해 볼 일이다. 사실 정부가 사전 준비없이 주당 근로시간의 한도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16시간이나 대폭 줄임으로써 많은 기업들이 혼선을 빚고 있고 임금이 줄어드는 근로자들도 많다.

저녁이 있는 삶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경쟁력이고 근로자의 생존권이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근로자와 달리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상당수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많은 근로자들은 당장 먹고살기 위한 빵이 필요하다. 휴식보다는 한푼이라도 더 벌기를 원한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이들에게 사치일 수 있다.

장시간근로는 우리경제에 효자노릇을 해왔다. 경기가 위축되면 근로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안정에 기여했고, 경기가 회복하면 신규 채용없이 연장 근로를 통해 생산 물량을 소화해 왔다. 그럼에도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것은 국민의 일자리와 기업의 생산성 보다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달콤한 명분에 현혹돼 만들어졌다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보다 경제강국인 일본의 근로시간정책은 꽤 탄력적이다. 일본은 기업의 경쟁력과 생산활동에 초점을 맞춰 근로시간정책을 관리해왔다.

근로시간단축은 생산성이 뒷받침 돼야

일본이 지난해 장시간근로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일하는 방식 개혁' 내용을 보면 연장근로 허용시간을 월 100시간으로 정했다. 그간 노사가 합의하면 무제한 가능했던 연장근로에 상한선을 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다는 여전히 길다. 우리나라의 연장근로허용시간은 주당 12시간으로, 월간으로 따지면 52시간이다.

일본이 우리나라 보다 2배가량 길게 허용한 것이다. 근로시간을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탄력적 근로제의 단위기간도 우리나라는 3개월인데 반해 일본은 6개월까지 허용하고 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 싱가포르, 홍콩은 우리나라보다 근로시간이 길고 대만은 비슷하다.

근로시간이 짧다고 선진국이 되는 게 아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생산성이 높아야 하고 그래야 근로시간도 줄어들 수 있다. 생산성이 뒷받침 되지 않은 근로시간 단축은 경제에 악영향만 미칠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주52시간제에 대한 보완책이 하루 빨리 마련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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