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9.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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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공화국’이 현실화 되는 것인가.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협약인 해고·실직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에 대한 비준 절차를 밟기로 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ILO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제87호)’ ‘단결권과 단체교섭 보장(제98호)’ 조항 등이 관련법과 제도로 도입되면 경영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대로 입법이 이뤄지면 해고·실직 노동자도 그 기업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되고 해직 교원 가입 문제로 법외노조 판정을 받은 전교조가 합법화된다. 또 불법 파업 등으로 해직된 강성노조원이 노조 간부가 돼 해당 기업의 노사교섭대표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노조의 강성화가 이뤄지고 노사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같은 산업내 여러개의 단위노조가 하나로 뭉친 산별노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들 나라의 노조사무실은 기업 외부에 있어 파업이 벌어져도 생산시설이 망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명분에 얽매여 추진하는 것 아닌지?

기업별 노조체제 중심의 우리나라는 노조사무실이 사업장 내에 있어 파업이 터지면 시설이 파손되거나 사람이 부상을 입기 일쑤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기업의 생산활동에 갖가지 피해를 입히고 있는 상황에서 단결권 확대 등 노동 편향적인 정책이 펼쳐질 경우 우리나라는 외국 자본가들이 투자를 꺼리는 국가로 낙인찍힐 수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노사관계 수준과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채 명분에 얽매여 추진하는 듯한 인상이 짙다.

정부는 유럽 등 선진국이 20년 이상 핵심협약을 비준하라고 우리 정부를 압박해왔기에 마지못해 비준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 세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노동권 보장 문제가 강조되는 추세고, 특히 유럽연합(EU)은 한-EU FTA에 근거해 우리의 ILO 핵심협약 비준노력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FTA 사상 최초로 분쟁해결절차를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ILO 분담금의 절반을 내는 미국 조차도 핵심 협약 8개 가운데 2개만 비준하는 등 각국은 자국 사정에 맞게 ILO 협약을 비준하고 있다. 일본도 8개 가운데 국내법과 충돌하지 않는 6개만 비준한 상황이다.

ILO는 그동안 체결한 189개 협약 가운데 최소한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회원국들이 가급적 비준해야 한다는 취지로 8개 핵심 협약을 정했다. 1991년 152번째로 ILO에 가입한 한국정부는 핵심협약 8개 가운데 4개를 비준한 상태다.

정부의 ILO협약 비준 결정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내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의 공익위원들이 단독으로 낸 권고안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공익위원안을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했지만 공익위원들 중 좌파성향이 많아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입맛에 맞게 공익위원안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대체근로허용 등 입법화 필요

지난해 7월 부터 비준 문제를 놓고 사회적 대화를 벌여온 위원회는 지난 20일 합의에 실패해 공익위원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안에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 경영계 핵심 요구사항은 빠진채 노동계 요구사항으로 채워졌다.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면 노동권이 강화되는 만큼 노사간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호소해 왔다. 실제로 ILO협약을 비준한 대부분의 나라가 노조 파업 때 대체 근로를 전면 허용하는데 우리만 금지를 한다. 미국·영국·일본은 대체근로 금지 규정 자체가 없다.

노조가 사용자를 압박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남용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형사 처벌에 대해서도 선진국에는 없는 제도이다. 미국 등에선 노조에도 동일하게 부당노동행위 제도를 운영하고 한다. 또한 노조가 사업장을 점거해 기물을 파손하고 영업을 방해하는 사업장 내 쟁의 행위는 선진국에선 금지한다. 2년으로 규정된 단체 협약 유효 기간도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3년에서 5년으로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

정부와 노동계는 ILO 핵심협약 비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노동관계법의 글로벌스탠더드화를 주장하지만 경영계의 국제기준 요구에 대해선 나몰라라 한다.

ILO 협약 비준은 장기적으로 가야 할 길이다. 투쟁중심의 강경노선이 지배하는 한국적 노동운동 현실에서 노조의 권리의식을 높이기 보다는 책임도 함께 질수 있는 틀을 만드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 경제학박사/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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