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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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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前 국민일보 주필
작년 4월부터 금년 4월까지 1년 간 한진그룹은 경찰, 검찰, 관세청, 법무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11개 정부 기관으로부터 동시 다발적인 수사를 받아 왔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 등 그룹계열사에 대해 총 18회에 걸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대한항공 고 조양호 회장, 부인, 3자녀는 14번이나 포토라인에 세워졌다.

지난 3월 26일 고 조 회장은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스튜어드십 코드 발동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조 회장은 공단에 의해 축출됐고 그 13일 후 타계했다. 결과론이지만 한진그룹과 고 조 회장일가에 대한 정부의 처사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가혹했다.

1년 3개월간 압수수색 19차례

삼성그룹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도 검찰의 수사는 집요하고 혹독하다. 작년 2월 8일부터 삼성전자 수원본사를 필두로 관련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계속됐다. 12월 13일부터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분식회계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다시 압수수색이 대대적으로 행해졌다. 지난 16일까지 1년 3개월간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무려 19회의 압수수색을 당해야 했다. ‘이 잡듯 뒤진다’는 게 바로 이 경우다. 그 동안 해당 회사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돼 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할 일이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표방하고 있다. 수사권이나 마찬가지로 기업 경영권, 방어권, 인권 역시 보호받아야 옳다. 법에 정한 대로 무죄추정 원칙, 수사내용 공표 금지의 원칙은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 그걸 어기면 검찰도 법적 책임을 져야 법치국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언론들이 수사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하듯 한다. 검찰이 발표하거나 흘리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내용들이 버젓이 보도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마녀 만들기를 하는 한편 해당 회사와 피의자들의 기를 꺾어놓는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수사기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삼바는 삼성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주자로서 2011년에 출범했다. 이듬해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됐다. 전자는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을 생산하고 후자는 이를 개발하는 기업들이다. 15년부터 에피스는 로직스의 종속법인이 아닌 관계회사로 변경됐다. 삼바는 이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송도 1공장 제조허가를 승인받음으로써 대도약기에 들어섰다. 나스닥으로 가려했다가 증권거래소 측의 간곡한 부탁으로 16년 11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이 과정에서 분식회계의 혐의가 있다고 해서 검찰이 작년 12월부터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이재용 물러날 때까지 수사하나

검찰은 분식회계 혐의만으로는 부족해 보이는지 이재용 그룹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과정을 다시 헤집는 한편 전 정권에 대한 뇌물공여 문제까지 또 끄집어낼 태세라고 전해진다. 요즘 검찰의 장기인 별건수사다. 삼성그룹의 전체 계열사와 이 부회장 전 생애에서 불법행위가 발견될 때까지 총체적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여겨진다. ‘기업을 희생시켜 법을 세운다’는 게 검찰의 의지인가.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어제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국민의 대표에게 드리는 검찰개혁 건의문’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보냈다.

“특수나 공안 사건 중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는 주요 사건에서 수사의 개시와 진행 및 종결에 대한 결정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대검의 사전 지휘를 받게 되어 있다. 그러한 사건에서 대검은 일선의 수사 상황을 법무부에게 보고하고, 법무부는 청와대의 민정수석실에 보고한다.”

삼성 이 부회장의 기반이 뿌리째 뽑혀 버릴 수도 있는 삼바 수사는 오직 서울중앙지검 수사팀만의 판단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가. 오로지 범법 행위 여부만 따질 뿐 다른 정치적 이념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믿어도 되는가. 이 부회장이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계속될 수사인가. 시절이 하 수상하여 온갖 상상을 다 하게 된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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