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9.16(월)
[글로벌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우리경제의 성장과 분배 이슈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혁신을 기반으로 경제성장과 복지확대를 함께 달성한 북유럽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원장 서영경)는 12일 '북유럽 복지모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북유럽은 OECD 국가중에서도 성장, 고용, 분배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국가들”이라며 “북유럽의 성공배경에는 혁신성장을 통한 복지확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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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대한상의


먼저 SGI는 유럽의 복지모델을 4가지 유형으로 분석하면서 북유럽 모델이 성장과 분배 측면에서 가장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유럽의 복지모델은 ▲성장 중시·보편적 복지의 ’북유럽형‘ ▲성장 중심·최저 생계 보호의 ’앵글로색슨형‘ ▲성장 강조·사회보험 중심 복지의 ’대륙형‘ ▲성장보다는 복지 중시 ’남유럽형‘ 등 4가지 유형이 있다.

이중 북유럽 국가들(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등)을 보면 1인당 GDP가 5~8만불에 달하며 고용률도 70%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사회복지지출 규모는 GDP대비 25~29%로 OECD 평균(20%)을 상회하며, 소득불평등도(지니계수)도 OECD국가 중 최하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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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대한상의


보고서는 북유럽이 선진 복지국가로 올라선 배경에 대해 “북유럽은 혁신, 성장, 복지의 선순환을 달성한 좋은 예”라며 “혁신으로 성장 동력과 복지 재원을 마련하고 일하는 복지를 기반으로 선제적인 복지 개혁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북유럽의 성공 배경은 첫째가 ‘혁신의 지원’이다. 북유럽은 창업지원시스템, 인력재배치 프로그램(핀란드, 노키아 브리지 인큐베이터), 혁신 클러스터(스웨덴, KISTA 사이언스시티) 등을 통해 양질의 창업생태계 만들었다. 특히 인구 1000만명인 스웨덴에는 한국(6개)보다 많은 11개의 유니콘 기업이 존재할 정도로 스타트업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핀란드 수출 20%를 차지하던 노키아의 몰락으로 핀란드는 2012년부터 4년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핀란드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대응하며,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 노키아 출신 인력의 창업을 지원하는 ‘노키아 브리지 인큐베이터’는 핀란드의 창업확산과 수많은 중소기업 탄생에 도움이 됐다. 노키아 출신 인력의 활발한 창업으로 핀란드에서는 2017년 기준 2370개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다.

또한 GDP 대비 R&D투자 비중은 스웨덴(3.3%), 핀란드(2.8%), 노르웨이(2.1%)는 한국(4.6%)보다 낮지만, 민간기업 중심으로 R&D투자의 질을 높였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전자, 정보통신, 에너지 등 제조업 강국이던 북유럽이 최근 지식집약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등 다양한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1856년 창업)은 1917년 설립한 16개의 발렌베리 공익재단을 통해 매년 약 2700억원을 연구개발 투자로 기부해왔다. 또한 인공지능, 자율시스템 등을 연구하는 스웨덴 최대 단일연구프로그램인 WASP(Wallenberg AI, Autonomous Systems and Software Program)에 약 4300억원을 출자하여 참여 중이다.

다음으로 ‘인적자본 확충’이다. 보고서는 북유럽은 교육에 대한 적극적 공공투자를 바탕으로 인적자본을 확충하고 있으며 실업급여, 직업훈련, 재취업 프로그램 등 강한 고용안전망을 통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경력단절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들 중에서 노르웨이 2위, 스웨덴 8위, 핀란드 13위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9위다. 북유럽의 성인역량과 인적자원 수준은 OECD중 최상위다. 북유럽 국가들의 여성 고용률은 70% 이상이며, 청년 고용률도 한국(26.2%)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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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대한상의


보고서는 “한국은 직업훈련, 기술인력 양성 등 통해 노동수요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교육투자를 단행할 필요가 있다”며 “강한 사회·고용안전망을 바탕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 특히 혁신과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강한 사회적 자본’도 강조됐다. 보고서는 임금인상 자제와 복지개혁 교환에 노사가 대타협을 이뤘던 스웨덴 살트세바덴협약(1938)을 예로 들며 “북유럽 국가들은 오랜 역사에 걸쳐 노사협의 및 합의문화, 위기갈등 해결 구조를 구축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극복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고서는 “투명한 정부행정·법제도를 바탕으로 강한 사회적 신뢰가 형성돼 있어 고복지·고부담 체계의 유지가 가능했다”면서 “한국에서도 사회적 자본을 구축할 수 있도록 협의와 합의, 신뢰를 통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핀란드 노사정은 1년간 치열한 협상 끝에 공공부문 임금 삭감, 추가 보상 없이 연 24시간 노동시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한 ‘경쟁력 협약(Competitiveness Pact)’을 2016년 체결했다. 노조는 기업들의 이익 재투자 및 고용확대 약속과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협약을 받아 들였다. 정부는 계획했던 정부지출 축소 계획을 철회하고 소득세 415만 유로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선제적 복지개혁’이다. 보고서는 북유럽 3국이 선제적 개혁을 통해 유연하고 지속가능한 복지제도를 구축하고 있는 최근 사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은 고령화 등으로 복지지출 규모가 2030년대 후반 OECD 평균 수준(GDP대비 21%)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복지체계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며, 우리나라의 여건에 맞게 합리적이고 유연한 복지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초 이후 금융·재정위기로 고복지 체계의 문제점이 부각되자 강력한 재정개혁을 추진해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한편, 복지지출 감축과 국민부담률 상승 억제를 통해 복지의 지속가능성을 높였다. 최근에는 고령화 진전, 성장세 둔화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성장친화적 복지로 유연하게 변화해 가고 있다.

스웨덴은 1991년 조세개혁(소득세·법인세 대폭 인하, 과세기반 확대, 간접세 인상)과 복지지출 축소(연금개혁, 사회보험 축소)를 단행했다. 또한 공공사회서비스 개혁의 일환으로 2006-2014년까지 기초보건 및 의료기관의 20%를 민영화했다. 이에 따라 스웨덴의 국민부담률과 국가채무 비율은 1996년 각각 47%, 70%에서 2017년 44%, 41%로 하락했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북유럽의 경험을 참고해 혁신성장 기반을 강화해 복지지출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재정·복지지출 고도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규제개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인적자본 투자 확대 등을 통해 혁신을 지원하는 적극적 산업정책과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성장친화적 복지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봉수 기자 bsk@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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