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6.20(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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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고(故) 이희호 여사의 빈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글로벌경제 이승원 기자]
지난 10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며 '정치적 동반자' 이희호 여사가 오랜 지병으로 별세헸다. 향연 97세이다. 이 여사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공식 조문 시간 이전인 11일 오전부터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계 인사 등의 조문 행렬이 잇따랐다.·

이날 노영민 대툥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김수현 정책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들이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노 실장은 조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여사는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우리시대의 큰 어른"이라며 "여성 운동의 선구자셨고 무엇보다 분단을 아파하신 분"이라고 평했다.

핀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문 대툥령도 이날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이희호 여사님께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만나러 가셨다. 조금더 미뤄도 좋았을 텐데 그리움이 깊으셨나 보다"라며 "평생 동지로 살아오신 두 분 사이의 그리움은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영면하시고 계신 분들이 정성을 다해 모셔달라"고 썼다.

이어 문희상 의장과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이 일찌감치 조문에 나섰다. 야당인 한국당 역시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나경원 등과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등이 이날 조문 했다. 이날 1000여 명이 넘는 각계각층의 추모 발걸음이 고인을 조문했다.

장례 이틀째인 12일에는 재계, 학계를 비롯한 일반인들의 조문이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5분 남짓 조문을 마친 뒤 장례식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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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특히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정치적 악연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가 조문에 나섰다. 이 씨는 고인의 영정 앞에 헌화하고 묵념한 뒤 김홍업 전 의원과 작은 목소리로 짧은 대화를 나누고 다른 유가족들과 악수 및 인사를 나눴다.

과거 김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의 관계는 정치적 악연으로 묶여 있었다. 지난 1980년 김 전 대통령을 정치적 위협으로 여겼던 전두환 신군부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해 김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언도했던 것이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장남 고(故) 김홍일 전 의원까지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다. 이 여사는 눈물을 삼키며 남편과 아들의 한복 수의를 만들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을 찾아가 사형 선고를 받은 남편의 석방을 직접 청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정치보복 대신 전 전 대통령을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사면복권했다.

이 여사도 김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부터 명절은 물론 전 전 대통령 내외의 생일에 빠짐없이 선물을 보냈다고 한다. 이에 이 씨는 자서전 '당신은 외롭지 않다'를 통해 고인에게 존경심과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이날 조문을 마친 이 씨는 빈소를 조용히 빠져 나왔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분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도 이 여사의 빈소를 찾았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빈소 조문 뒤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국무총리와 면담을 가졌다.

이 총리와의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난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하토야마 전 총리가)여사님의 비보에 대해 조의를 표하시고 여사님의 유언인 한반도에 평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국민들께서 여사님을 오랫동안 사랑했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조문에 대해 감사를 표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여사님께서는 가장 고난을 받았을 때 일본 국민과 재일동포들이 구명운동을 해주신 점을 생전에 고맙게 생각하셨다.

또 군사정부 시절 국내에서 계엄 등으로 언론이 심하게 제압 받았을 때 김 전 대통령의 동정이나 생각을 일본 언론이 보도해준 점을 고맙게 생각했다고 전해드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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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상주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조문한 이희호 여사. 사진제공=뉴시스
이런 가운데 이 여사가 생전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힘써온 만큼, 북한의 조문단 파견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돼 왔다. 하지만 기대하던 북한의 조문단 파견은 없었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조전과 조화만 보내기로 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통일부는 "이 여사 서거와 관련해 북측은 오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다.

북측은 이날 통지문에서 "우리 측에서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인 김여정 동지가 나갈 것"이라며 "12일 17시 판문점 통일각에서 귀측의 책임 있는 인사와 만날 것을 제의한다"고 했다.

정부 측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호 통일부 차관, 그리고 장례위원회를 대표해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이 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12일 온라인상에 이 여사의 폄훼 발언이 다수 발견돼 "추모 물결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란 비난이 들끊기도 했다.
대표적 사례로 수능 만점자로 알려진 서울대 학생이 페이스북에 이 여사의 여성운동 등 이력을 바탕으로 "XX대장"이라고 지칭하는 등 고인을 폄훼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글을 올려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밖에 "XXX의 대모", "여성운동 한다는 X이 친북질을 하나", "이희호 때문에 남녀갈등이 심화됐다" 등의 입에 담는 것 자체가 거북한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한편 이 여사의 발인은 오는 14일 오전이며 같은 날 오전 7시 서울 창청교회에서 장례예배가 열릴 예정이다.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이다.

이승원 기자 news@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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