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7.24(수)
center
이진곤 前 국민일보 주필
노조가 전면파업을 하고, 회사 측이 직장폐쇄를 하면 그 회사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복잡한 공식이 필요 없다. 그런 양상이 지속되면 되면 그 회사는 망한다. 아주 쉬운 전망이다. 너무 쉬워서 실감을 하는 사람은 아주 적다. “설마 그런 일이….” 상황이 파국에 이르면 살길이 열리게 마련이라고 내다보는 측이 아직은 훨씬 많다.

이제껏 그래왔기 때문이다. 버티면 결국 사측이 손을 든다. 파업기간의 임금은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되고 파업 참여자에겐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노사 양측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고소고발 문제 또한 없었던 일로 하고 만다. 지금까지 수십 년을 그렇게 학습해 왔다. 노조가 파업으로 시종하는 이유가 다른데 있는 게 아니다. 본 대로, 배운 대로 하는 것이다.

사용자 권익도 적절히 보호돼야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전면파업을 철회하고 다시 사측과 협상을 벌이기로 한 것은 새로운 학습의 시작일 수 있다. 노조 지도부가 결심을 잘 해서 파국을 면하고 조업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했다고는 농담으로도 말하고 싶지 않다. 조합 지도부가 아니라 조합원들의 ‘상식’을 신뢰할 줄 아는 지혜가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해야 정직하고 정확한 표현이 된다.

물론 노사는 동등한 인격 대 인격의 관계이고, 임금의 결정은 공정하고 정확한 계산 하에 이뤄져야 한다. 근로자의 인격권과 인간적인 삶이 최대한 존중되지 않으면 안 된다. 같은 맥락에서 복지후생에도 사측의 적극적인 노력과 기여가 요구된다. 이게 노사관계에서의 ‘정의’다.

그런데 또 하나의 조건이 있다. 사측 혹은 사용자측도 보호를 받아야 한다. 노조의 실력행사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권리와 수단의 보장이 그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사용자측 이익 보호에 인색하다. 법제와 정책 공히 그렇다. 민노총이 들고 일어나면 정권도 넘어간다는 시절이니 오죽하겠는가.

르노삼성 노조의 위원장은 민노총 산하인 금속노조지회 소속은 아니지만 거기서 투쟁력을 키운 그쪽 지회장 출신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지난 15년부터 17년까지 3년간 무분규 기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도부가 강성으로 대체된 후, 그러니까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62회의 부분파업이 벌어졌다. 그래도 사측이 물러서질 않으니까 지난 5일엔 전면파업을 선언했다.

새 노사관계의 전범 될 수 있기를

사측은 맞대응으로 나왔다. 그간 주‧야간 2교대로 운영해 오던 근무체제를 11일부터 주간 1교대제로 바꾸는 부분직장폐쇄를 단행한 것이다. 그런데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그 이전, 그러니까 전면파업 당일에 이미 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파업 당일 조합원들은 집행부의 결정에 반기를 들고, 조업현장에 나가 자동차를 만들어 냈다. 휴일인 6일에도 예정돼 있던 특근 근무자 대부분이 출근했고 7일엔 과반이 훨씬 넘는 조합원들이 조업에 참여했다.

분규가 계속되면 르노삼성 본사측이 물량배정을 줄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인 회사가 아니다. 노조가 압박을 가하고, 정부 당국이 눈을 부라리면 어쩔 수 없이 양보를 하곤 하는 국내 기업의 관행을 외국계 기업이 따르려 할 리가 없다. 냉정한 손익 계산만 있을 뿐이다.

조합원들은 현명했다. 상식을 의심하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분규가 장기화하고 조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일거리 자체가 없어진다는 뻔한 계산을 분명히 인식했다. 유사한 경우로 GM군산공장 폐쇄, 쌍용자동차의 혹독한 시련이 있었다. 그 경험에서 르노삼성 노조의 집행부는 못 배웠지만 조합원들은 배웠다.

답은 하나다. 노사가 짐을 나눠지면 함께 살 수 있다. 노조 측이 그걸 거부하면 사주측은 망하거나 떠나고 노동자들은 거리로 나앉는다. 옛날처럼 사측이 숨기고 속이고 할 여지가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잘못된 집행부의 결정을 거부하는 조합원들의 용기다. 그래야 함께 산다. 강성 집행부가 아니라 합리적·이성적인 조합원들이 노조와 기업을 살리는 한국적 신 노사관계의 출발점이 ‘르노삼성 노조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들의 항명’이었다고 기록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저작권자 © 글로벌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진곤의 '그게 말이지요'
최재식의 '놀고 쉬고 일하고'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이야기
윤기설 칼럼
한창호 글로벌경제연구소장의 '따뜻한 기업을 찾아서'
총수 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