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9.1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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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모델을 벤치마킹해 광주시에 자동차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하자 광주시민들은 뭔가 그럴듯한 생산공장이 만들어 지겠지 하는 기대감에 가득차 있다. 무엇보다 광주형이 벤치마킹한 폭스바겐 모델은 노사정대타협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도 살린 모범 교과서였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모델은 독일 경제가 극심한 불황을 겪던 1996년 노사정대타협을 통해 자회사인 ‘아우토5000’을 설립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실업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모범 사례이다. 이 회사는 신규채용인력 5000명 전원을 파견근로자로 채우고 임금수준은 정규직 임금의 80%로 지급하는 이중임금제를 채택했다.

이 모델의 성공 요인은 △신규 입사자에 대한 이중임금제 적용 △이중임금제에 대한 독일 금속노조의 수용 △그리고 제조업에 파견근로자 채용이 가능한 노동시장 유연성 △ 볼프스부르크시의 전폭적인 지원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또한 18.1%까지 치솟은 지역의 극심한 실업률과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려야 겠다는 위기의식도 노사정 대타협 타결을 이루는데 한 몫 했다.

민주노총 빠진 반값임금 합의 지속가능할까

동구권 진출을 노리던 국민기업 폭스바겐은 노사정이 한발짝씩 양보하고 협력한 덕분에 결국 공장이전 계획을 포기하고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시에 새로운 생산공장을 지었다.

그런데 폭스바겐모델을 벤치마킹한 광주형일자리 사업은 무늬만 폭스바겐이란 비판을 받는다.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임금수준은 완성차공장의 절반수준으로 낮추고 임단협을 5년 유예한다는 것이 광주형 모델의 핵심이다. 또한 취업 노동자들에게는 낮은 임금을 보상할 수 있는 주택, 의료,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광주형모델은 폭스바겐모델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내용을 좀더 뜯어보면 두 모델간에 차이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우토5000이 만들어질 때 볼프스부크크시 노사정대타협에 참여한 노동계 주체는 자동차산업노조가 소속돼 있는 독일 금속노조였다. 이중임금제에 대해서도 금속노조가 합의주체로 참여했기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광주지역 노사민정대타협에 참여한 노동계 대표는 자동차산업노조가 소속돼 있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아니라 한국노총이다. 투쟁노선을 걸어온 민주노총은 광주형모델에 반대해 왔다. 광주에 신규 자동차공장이 가동되면 공장내에 민주노총이 생길 게 불을 보듯 뻔하고 그렇게 되면 임금수준 등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기업 팔 비틀어 울며겨자먹기식 투자

광주시에 있는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의 평균연봉은 1억원에 가깝다. 기아자동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임금도 7000만~8000만원에 달한다. 광주형모델로 신규 설립될 자동차공장은 최신 설비로 갖추어질 예정이어서 생산성은 기존 울산공장이나 인근 기아자동차 보다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에 근무할 근로자는 모두 정규직이다. 아우토5000에 근무하는 근로자는 파견근로자였기에 이중임금제적용이 그나마 용이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차별이 어느정도 존재하기때문이다. 하지만 광주 자동차공장에는 전원 정규직이 채용될 예정이다. 이들에게 반값임금을 적용한다면 노조가 이를 수긍할 수 있을까.

현대차 회사측이 광주형모델을 꺼려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세계자동차시장이 좋지 않는데 뜬금없이 광주 지역에 자동차생산공장을 만들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내키지 않지만 노사정대타협을 이뤄낸 반값임금이나 임단협 5년 유예 합의 역시 지속되기 쉽지 않은 약속들이다.

현대차는 반값임금 합의에 조금은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신규공장에 강성 민주노총 노조가 만들어지는 순간 이 약속이 깨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30년 이상 노조의 파업과 압박에 시달려온 현대차는 누구보다 노조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팔을 비틀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만은 할 수 없는 입장이다. 더구나 광주형일자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투자를 약속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현대자동차 노조 등이 광주형일자리사업에 반대하자 언론,정치권,학계등은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노조의 집단이기주의 때문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운다. 고임금에 대한 기존노조의 기득권이 흔들리는 것을 우려해 반값 임금을 반대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대차노조는 반값임금보다는 일자리이동을 더 우려하고 있을 것이다. 반값임금은 투쟁을 통해 회복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기때문이다.

정부주도형 보다 경제원리 맞는 일자리창출을

광주 자동차공장의 반값 임금이 다른 완성차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신설기업 근로자의 저임금이 기존 완성차기업의 고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기 때문이다. 노조의 반대는 일자리문제가 크다. 광주형일자리사업은 울산에 있는 자동차생산공장의 일부를 광주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울산의 일자리가 광주로 이동하는 것은 현대차 근로자들의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미칠수 있어 노조가 반대를 주장하는 것이다.

구미와 밀양시에서도 제2, 제3의 광주형 모델과 같은 정부주도형 일자리사업이 추진중이어서 국민세금만 축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논리를 벗어난 정부의 투자 압박은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기업의 생산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정부 주도형 투자 보다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최적의 투자환경을 만드는게 바람직 할 것이다. 경제학 박사/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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