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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5(일)

보수적 기업문화 탈피... 순혈주의 깨, 역동적인 혁신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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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회장. 사진=㈜LG 제공
[글로벌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오는 29일 구광모 회장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는 LG가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LG는 구 회장 체제 출범 후 미래 산업을 위한 사업구조 개편, 투자, 기업 문화 개선 등을 추진해 왔다.

23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전세계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출하량과 매출액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최근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등을 디스플레이로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 졌고, IT 기술이 자동차에 적용되는 범위가 늘어날수록 정보를 전달해주는 디스플레이가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G는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중요성을 미리 파악하고 넓은 시야각을 제공해 주는 'IPS'(평면정렬 스위칭), 터치의 정확성을 높인 '인터치(in-TOUCH)' 등 독자 개발 기술로 경쟁력을 확보해 국내외 주요 완성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 '글로벌 LG'

LG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한국의 정치, 경제 등의 현안을 설명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기업이다. 'LG가 한국 기업이니 한국은 엄청난 부자 나라'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공화당 중간선거 지원유세에서 "우리가 엄청나게 부자인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10억달러가 드는 시스템을 배치하고 있다"면서 그 근거로 LG를 언급했고,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2015년 8월에는 "우리는 한국에 군대를 보내지만 한국은 왜 미국을 돕지 않는 것이냐"고 말하면서 LG 제품이 한국에서 들어오고 있으며 많이 돈을 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월 세탁기에 대한 긴급 수입제한 조치에 서명하는 자리에서도 LG가 언급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긴급수입제한조치가 미국 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LG와 S사가 미국에 세탁기 공장을 짓겠다고 한 약속을 완전히 이행하도록 하는 강한 자극이 될 것"이라고 했다. LG가 언급된 이유는 글로벌 시장 성과를 통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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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LG전자 첨단 가전제품들


LG는 전자와 화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가 38억7930만달러(약 4조4942억원)로 매출 기준 1위를 기록했다. 출하량 기준으로는 2위를 차지했다.

TV 시장에서는 전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시장조사업체 IHS마킷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금액 기준 LG전자는 2위를 달성했다. 판매량 기준으로도 2위에 올랐다. 또한 시장 조사 업체 트랙라인 발표에 따르면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에서 LG전자는 지난해 17.2%로 2위,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에선 27% 점유율로 경쟁사와 공동 1위를 기록했다.

LG화학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7월 미국화학학회(ACS)가 선정한 글로벌 화학기업 10위에 이름을 올리면서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10위안에 진입했다. 지난 2월에는 영국 글로벌 브랜드 평가 전문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가 발표한 '2019년 화학기업 10' 보고서에서 브랜드 가치 33억3800만달러(약 3조8838억원)로 전세계 화학업체 중 4위를 차지했다.

전기차 등에 쓰이는 LG화학의 배터리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5월 7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판매된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LG화학은 4위를 기록했고, 지난 14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자전거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은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LG는 지난 3월 10일 국제 기업평가 전문 컨설팅업체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RI)'가 발표한 '2019 글로벌 평판 100대 기업'에서 애플, 아마존, 파나소닉 등을 제치고 48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년 연속 50위권에 진입한 결과로, 평가 등급도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은 '우수(strong)'를 받았다.

◇ 구광모 회장. 혁신 통해 미래 준비

글로벌 기업 LG는 구광모 회장이 이끌고 있다. LG 지주회사인 ㈜LG는 지난해 6월 29일 임시 주주총회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구광모 당시 LG전자 상무를 ㈜LG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회장 선임 1년여 뒤인 지난 5월 1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LG그룹의 동일인(총수)을 구광모 회장으로 변경했다.

구 회장의 특징은 '안정과 쇄신'으로 요약할 수 있다. LG의 기존 전통을 계승하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한 결단을 통해 추진력을 높이고 있다. 대체로 보수적이고 온화하다고 평가되는 과거 기업문화에서 빠르고 전투적인 결정으로 미래를 위한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구 회장 취임 후 LG는 그간 보수적으로 진행해왔던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지난 2월 LG유플러스 이사회는 CJ헬로비전 주식 50%에 1주를 추가, 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의결했고, 지난 4월 LG화학은 미국 글로벌 화학기업 듀폰으로부터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플랫폼인 '솔루블 유기발광다이오드(Soluble OLED)'의 재료기술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인수 가격은 약 3000억원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LG전자가 자동차 전자장비 사업을 위해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업체 ZKW를 11억유로(약 1조44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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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사이언스파크. 사진제공=LG전자


미래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스타트업들의 기술 개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투자도 이어가고 있다. 분야는 자율주행, 인공지능, 로봇, 가상현실(VR), 바이오 등 다양하다. LG는 기업 벤처 캐피탈(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현재까지 미국 스타트업에 약 1900만달러(221억650만원)를 투자했다. 지난해 10월 모빌리티 공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라이드셀(Ridecell)'에 500만 달러를 투자했고, 5G 시대 콘텐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가상현실 플랫폼 서비스 스타트업인 '어메이즈브이알(AmazeVR)'에 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밖에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와 광학 필름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옵토닷', 요리법 제공 및 식재료 배달 서비스 플랫폼 업체 '사이드쉐프', 모바일 분야 등에 대한 벤처투자 회사 '노틸러스 벤처 파트너스' 등에도 투자를 진행했다. 또한 LG전자는 다양한 로봇 스타트업에도 투자하는 등 인공지능, 로봇 분야 등 미래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IT 기술에 관심이 많아 콘퍼런스나 포럼 등에 참석해 업계 동향을 파악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고객과 시장 등을 통해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고 시장을 선제적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고민하는 등 실질적인 실행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임 이후 처음 현장경영을 위해 찾은 곳도 LG의 미래로 불리는 마곡 LG사이언스파크였다. 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구 회장은 성장사업과 미래사업 분야의 융복합 연구개발 현황을 점검하면서 "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R&D 메카로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그 중요성이 계속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첫 대외행보 장소 역시 2월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테크 컨퍼런스'였다. 당시 구 회장은 "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한 LG의 R&D 공간에서 최고 인재들이 미래 기술을 선도하며, 꿈을 이루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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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사이언스파크 브이로그.


구 회장이 취임한 지 1년째 접어들면서 소통과 변화, 성장을 강조하는 새로운 조직 문화들이 임직원들의 일상에도 조금씩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1일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서울 서초R&D캠퍼스 1층에 '살롱 드 서초(Salon de Seocho)'를 열었다고 밝혔다. 역동적인 조직문화는 지속적인 고객가치 혁신을 위해 구성원들에게 자율과 주도성, 새로운 시도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것이라고 LG전자는 설명했다. 구원들은 이곳에서 소속과 직급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창의력을 높일 수 있고 TED, 문화공연, 기술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도 할 수 있다. 자율과 창의력 구현이라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구성원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공간과 제도가 마련된 셈이다.

이외에도 LG트윈타워 서관 33층에 소통공간 다락(多樂)을 만들어 경영진과의 오픈 커뮤니케이션, 소규모 행사, 동아리 활동, 재능기부 수업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선행기술을 연구하는 CTO부문은 '아이디어 발전소'라는 프로그램을, 임직원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하는 크라우드소싱(crowd sourcing) 플랫폼인 'LG 아이디어팟(LG IdeaPot)'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순차적으로 완전 복장 자율화를 시행해 글로벌 기업에 맞는 유연함을 갖추기 위한 제도도 진행되고 있다.

1978년생인 구광모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의 아들이자 구인회 LG 창업주의 증손자다.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하면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 뉴저지법인,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선행상품기획팀, HA(홈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 창원사업장, ㈜LG 경영전략팀 등을 거치면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지난 2015년 ㈜LG 상무로 승진한 이후에는 주력 및 미래사업을 탄탄히 하면서 계열사간 협업을 통한 시너지 제고를 지원했다. 2018년부터는 LG전자의 성장사업 중 한 축인 B2B사업본부의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으로 미국, 유럽, 중국, 싱가폴 등 글로벌 현장을 누비면서 글로벌 사업을 이끌었다.

구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요청할 만큼 권위가 아닌 실용을 우선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400여명이 참여해 분기별로 진행하던 임원세미나도 LG포럼으로 변경해 월별 100명 미만 모임으로 전환했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LG의 전통이었던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 인사를 적극 영입하는 것도 실용을 의미하는 부분이다. 구본무 회장에 이어 그룹의 경영을 맡은 지 1년째, 구광모 회장은 조용하면서 실용적이고 안정적이면서도 과감한 리더십으로 LG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78년생 ▲미국 로체스터 인스티튜트 공과대학 졸업 ▲LG전자 재경부문 대리 입사 ▲LG전자 재경부문 과장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 과장 ▲LG전자 미국 뉴저지법인 차장 ▲LG전자 HE사업본부 부장 ▲LG전자 HA사업본부 부장 ▲㈜LG 시너지팀 부장 ▲㈜LG 시너지팀 상무 ▲㈜LG 경영전략팀 상무 ▲LG전자 B2B사업본부 ID(Information Display)사업부장 상무

김봉수 기자 bsk@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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