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7.24(수)

미 의회에 이어 G7까지 규제 나서, 국제금융시스템 플랫폼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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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라 참여기업 ( 페이스북 백서)
[글로벌경제신문 이성구 전문위원]

페이스북이 내년에 발행키로 한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가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리브라 발행을 공식 발표한 지 불과 1주일도 안돼 미 의회는 물론 G7(선진 7개국)도 규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암호화폐 발행계획에 선진국 정부와 미 정계까지 이처럼 신속히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것이어서 앞으로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사용자(active user)만 24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이 가세하면 암호화폐의 흐름을 바꿀뿐만 아니라 기존 국제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리브라'가 뭐 길래 난리인가?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는 개인 정보 보호와 관련해 다음달 16일 청문회를 열겠다고 페이스북에 통보했다고 19일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 상원은 또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증언할 고위급 경영진이 출석할 것을 요청했다.

미 의회에 이어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도 리브라가 ‘최우선 규제 대상’이라고 밝혔다. 카니 총재는 “리브라와 같은 새로운 핀테크 기술에 개방적인 접근 자세를 가지되, 개인정보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 금융시스템 안정성 유지 등 다양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21일에는 G7이 나섰다. 브루노 르 메어 프랑스 재무 장관은 프랑스가 주도적으로 리브라(Libra) 문제를 전담할 태스크포스 구성에 나섰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로이터 보도를 보면, 프랑수아 빌르르와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돈세탁 문제를 비롯해 암호화폐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효과적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선진국 정부 및 미국 정계만 비판에 나선 것은 아니다. 이더리움 공동 설립자인 조셉 루빈(Joseph Lubin)이 23일 페이스북 리브라에 대해 “마치 탈중앙화 양의 탈을 쓴 중앙화된 늑대”라고 평가, 비판의 대열에 합류했다.

◆리브라는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통화?

페이스북이 발표한 백서를 보면 리브라는 우선 변동폭이 큰 기존 암호화폐와 달리 '스테이블 코인(안정된 코인)'이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 칼리브라(Calibra)라는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하고, 다수의 테크 공룡기업이 참여하는 독립 컨소시엄 리브라연합(Libra Association)을 만들어 암호화폐 개발에 관한 의사결정을 이끌어가게 하겠다는 내용이 백서에 담겼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리브라의 가치를 보장하는 보유금은 “안정되고 평판 좋은 중앙은행의 화폐로 된 은행예금과 국채”로 구성된다. 리브라가 공식 론칭되는 2020년까지 최소 100개 업체가 동참할 것으로 페이스북은 보고 있다. 이들은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각각 1000만달러(약 118억5000만원)를 출자한다.

둘 째로 리브라는 수수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은 우선 송금 수단으로 주요 쓰일 예정이며, 이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는 차차 개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4억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감안하면 리브라는 단순한 송금수단을 넘어, '국제 금융결제시스템'의 플랫폼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러한 파급력은 창립 멤버만 봐도 알 수 있다. 글로벌 카드회사인 비자 마스터카드는 물론, 온라인 결제업체 페이팔, 세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우버, 음악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를 비롯해 20여개 업체가 동참하기로 했다. 또한 텐센트의 최대주주인 내스퍼스, 트럼프 대통령의 친인척들도 포함됐다.

◆ 리브라 발행, 순탄할까?

리브라는 기존 암호화폐처럼 법적으로 규제할 수단이 없는 게 사실이다. 페이스북 사용자들끼리 코인을 주고 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국제금융 시스템에 미칠 파급력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항로가 순탄치 않을 게 거의 틀림없다.

리브라 출시를 지휘한 데이비드 마커스 페이스북 부사장은 “인터넷이 정보와 소통을 민주적으로 바꿨지만 돈만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브라를 통해 자본의 개념을 바꾸겠다는 얘기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물론 의회까지 신속히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브루노 르메어 프랑스 재무장관의 발언처럼 리브라는 기존의 법정화폐를 대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르메어 장관은 “리브라는 독립적인 통화가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는 사실에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유로화 붕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유럽연합 의회의 마커스 퍼버(독일) 의원도 규제 당국의 철저한 심사를 촉구하면서, 기업들이 “가상화폐를 도입하는 데 있어 적절한 규제를 받지 않고 마음껏 행동하게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옹호론자로 알려진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리브라는 탈중앙형 가치를 지닌 블록체인과는 다른 형태”라면서 “리브라의 경쟁 상대는 비트코인이 아닌 법정화폐를 유통하고 발행하는 시중은행과 중앙은행들”이라고 평가했다.

이성구 글로벌경제신문 전문위원 news@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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