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9.18(수)

미일 무역마찰, 중일 희토류분쟁 사례가 주는 시사점

[글로벌경제신문 이성구 전문위원]


한 일간 무역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취할 최선의 카드는 무엇일까?

일본 정부는 9일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문제를 협의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를 일단 거부했다.

그렇더라도 1980년대 미 일간 무역마찰, 2010년대 초 중 일간 영유권 분쟁을 통해 볼 때 지금으로선 협상을 통한 '봉합'이 최우선이라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메리츠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9일 "일본과의 무역 전쟁을 대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기적으로 부품업체의 다변화와 밸류체인의 변화는 협상과 무관하게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80년대 미 일간 무역마찰은 반도체산업의 변화를 야기했다. 2010년 동중국해 댜오위다오(일본명 센가쿠열도)의 영유권을 놓고 중 일이 벌인 마찰은 중국의 일본산 소재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가 됐다.

주변국들간의 무역분쟁은 산업측면에서 구조적 변화, 즉 밸류체인(value chain)의 결과를 가져 왔다. 두 사례를 통해 한국이 배워야 할 시사점을 알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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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yson(1992년)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 미 일 무역마찰=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변화 야기

1985년은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 1위 국가가 미국에서 일본으로 바뀐 중요한 해였다. 그러자 미국은 일본 반도체 업체의 부상을 ‘제 2의 진주만 공습’으로 규정하고 일본에 미국산 반도체 수입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3년간에 걸친 ‘반도체 협정’을 통해 일본은 자국내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산 반도체를 20% 이상 수입해야 하는 굴욕을 당했다.

미 일간 분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미국은 반도체 설계에 주력하게 되고, 일본은 미국의 압력에 살아남기 위해 기술력 향상에 집중하게 됐다. 현재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팹리스'(Fabless,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고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 형태를 띠게 된 것도 일본과의 반도체 마찰에서 비롯된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반도체 협정' 결과로 미국의 DRAM 점유율이 급락했고 그 빈자리를 한국과 대만이 꿰찼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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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무역협회


◆ 중 일 영유권 분쟁= 희토류 사태로 번져

2010년 9월 일본은 센가쿠열도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이 퇴거에 응하지 않자 나포했다. 그러자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결국 일본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해 18일 만에 사과와 함께 선장을 석방했다. 이 사건은 일시적 마찰이었을 뿐이다.

2012년 4월 당시 이시하라 도쿄지사가 "센가쿠열도를 매입하겠다"는 발언으로 분쟁이 본격화 됐다. 중국의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해 8월에는 80여개 도시에서 반일 시위, 일본편의점 공격, 공장 방화 등이 이어졌다.

일본은 희토류 분쟁이후 호주 인도 등을 통해 중국 의존도를 90%에서 50%까지 낮췄다. 중국도 일본산 부품소재 의존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2012년 일본산 비중이 15.9%에서 2013년 말에는 11.8%로 크게 하락했다.

중 일 분쟁이 주는 시사점은 양 국 다툼이 경제적 파국으로 치닫지 않은 이유가 2010년과 2012년 사이에 분쟁을 대비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점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이번 한 일 무역분쟁과 관련, 일본은 사전에 철저히 준비를 한 후 수출 규제에 나섰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반면 우리 측은 일본의 조치에 맞대응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단은 협상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는 게 최우선인 이유다.

이성구 글로벌경제신문 전문위원 news@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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