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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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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前 국민일보 주필
국회가 인사청문회법 상의 송부 시한을 지키지 않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다시 요청했다. 자유한국당은 청문회에서의 위증을 문제 삼아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서, 바른미래당과 함께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태세다. 이로써 열여섯 번째의 청문보고서 없는 임명 사례가 생기게 된다. 정말 대단한 청와대다.

정황으로 봐서 위증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확실히 위증이 아니려면 그가 주간동아 기자에게 완전한 거짓말을 한 게 돼야 한다. ‘대진이를 보호하려고’ 그랬다 해서 ‘의리남’의 면모를 과시한 셈이 됐지만 후배를 지키기 위해 대중을 속이기로 했다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다. 검찰총장에게 요구되는 도덕 및 윤리 수준에 어림없이 못 미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은 또 뭔가

여당에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검찰 내에 ‘윤석열 사단’이란 말이 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그의 검찰총장 기용은 위험할 수가 있다. 검찰조직이 아니라 개인에 대한 충성의 분위기가 형성될 위험성이 있어서다. “‘특수통 카르텔’ 논리의 작동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한 여당 의원은 말했다. “후배검사를 감싸주려 (언론에)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건 미담이 아니다.” 역시 여당 쪽에서 나오는 말이다.

개인에 대한 의리는 결국 개인들끼리의 연대를 형성케 한다. 그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아끼는 사람에게 집착하는 것도 위험하다. 일반인에게는 문제 될 것이 없다. 오히려 미덕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총장의 의리관이 그렇다면 이는 명백한 결격사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변이 없는 한 그는 검찰총장이 될 것이다. 영광스럽긴 하겠지만 이미지에 상처를 많이 입었다. 오직 법과 원칙밖에 모르는 사람처럼 보였던 그가 솔직성 정직성에서 그저 그런 사람으로 인상지어진 것은 그 자신에게나 임명권자에게나 큰 손실일 수밖에 없다.

대통령 임기가 머지않아 후반기에 들어서는 만큼 공직기강 확립, 적폐청산, 검찰개혁 등의 과제 수행은 훨씬 어렵게 된다.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도 힘겨운 과제가 되게 마련이다. 검찰조직과 국민에게서 도덕적으로 확고한 신뢰를 받지 못하면 그가 감당해야 할 그 과제들도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윤우진 재수사 이번엔 제대로

그가 이미지를 회복할 길이 있긴 하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서 ‘윤우진 사건’을 자세히 알게 됐을 것이다. 당시 윤 씨 사건을 맡았던 현직 경찰 간부들이 나와서 여당 소속 청문위원의 대단히 위압적인 질문에 굴하지 않고 분명한 어조로 증언하기도 했다. 자신은 그 사건에 전혀 개입한 바 없다고 했으니 윤 씨 사건의 재수사에 거리낌이 있을 리 없다.

윤 씨에 대해서는 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지난 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혐의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한 바 있다. 예전에 경찰이 일곱 번이나 압수수색을 신청했는데 검찰이 여섯 번을 기각했고, 피의자가 그 과정에서 해외 도피를 했다가 8개월 만에 체포돼 강제송환 됐던 사건이다. 검찰은 2015년 2월 금품수수 사실은 인정되지만 대가성이 없었다며 윤 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그는 그 두 달 후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파면처분 취소판결을 받아냈다.

합리적으로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그렇다고 윤 후보자가 수사를 지휘하라는 뜻은 아니다. 이 수사를 담당할 검사들이 어떠한 외압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도록 바람막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이다. 그게 픠고발자인 윤 전 용산세무서장의 동생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 그리고 윤 후보자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하는 길이기도 하다.

<사족> 윤 후보자는 문무일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5기 후배다. 그 바람에 그의 선배 혹은 동기 기수의 검찰 간부들이 속속 옷을 벗고 있다. 현재까지 5명이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이들 외의 그의 선배 및 동기 기수 25명 가운데서도 상당수 퇴진할 전망이다. 자신의 영광이 선배 동료들의 희생 위에 얻어진 것이라는 사실도 유념할 일이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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