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8.2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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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세종시 세종 국책연구단지 본원에서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 분석과 전망'을 주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현안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글로벌경제 이승원 기자]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12일 "한국 경제의 경쟁력은 이런(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해 구조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는) 일본 정부의 정치적인 결정에 의해 야기됐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정치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세종 국책연구단지에서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 분석과 전망'이라는 이름의 현안 토론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통해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로 원하는 게 자국의 경쟁력 강화인지, 주변국의 경제를 망가뜨리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수출 규제로 인해) 한국 경제는 결코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 원장은 일본이 이렇게 행동하는 배경에 '불안감'이 있다고 짚었다. 반도체 이외의 분야에서도 한국이 일본의 산업 경쟁력을 역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그는 "아시아에서 리더십을 중국에 뺏겼는데 그동안 주니어 파트너로 여겼던 한국에도 그런 일이 발생할 불안이 있다. 일본 지도부의 초조함을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이 한국 수출을 규제함으로써 세계의 복잡한 서플라이체인(Supply Chain·공급 사슬)을 망가뜨린 데 대한 국제 사회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그는 "공급 사슬 교란이 세계에 파급 효과를 가져올 텐데 국제 사회에서도 일본 처사에 대해 우려할 것"이라면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일본의 패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 분석과 전망' 주제 발표를 맡은 김규판 KIEP 선진경제실장은 "일본이 공급 독점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일본의) 해외 공장으로부터 우회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은 초기 우려보다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찬권 KIEP 무역통상실장도 비슷한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주제 발표가 모두 끝난 뒤 토론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반도체 생산 차질이 빚어졌을 때 일각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큰 폭의 성장 저하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일본 수출 규제와 같은) 단기적인 영향이 세계 반도체 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꾸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마이크론, 도시바 등 경쟁사들이 생산 라인을 증설하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그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시장으로 넘어간 미국, 일본 등이 한국의 먹거리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과거 산업 구조)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작다.

김규판 KIEP 선진경제실장 또한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나선 3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는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절대적인 경쟁력을 가진 메모리 반도체와 무관하다. 일본 수출 규제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현재의 한국 반도체 산업에 치명적이라는 얘기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국제통상법적으로도 '최혜국 대우 의무 위반'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천기 KIEP 무역협정팀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에 대한 국제통상법적 검토' 주제 발표에서 "한국과 유사한 상황에 있는 다른 국가는 '화이트 리스트'를 유지하면서 한국만 핀포인트(Pinpoint)해 제외하는 것에 대해서는 가트(GATT) 제1조 제1항에 의거해 '최혜국 대우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에 따르면 특정 국가에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부여하던) 특혜를 주다가 취소하더라도 여전히 가트 1조 1항에 따라 최혜국 대우 의무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 '한국에 마이너스(-) 조처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부여하던 특혜를 없애고) 일반 수준으로 복귀하는 것이라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반하지 않는다'는 일본의 주장이 틀린 셈이다.

다만 이들은 여전히 '한·일 양국이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 낫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큰 차원에서 보면 충돌하는 것보다는 이해를 통한 문제 해결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충돌이 격화되면 양국 관계를 넘어 세계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충돌보다는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내다봤다.

김 실장도 "한-일간 관계 악화가 전방위적이고 파급력을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국 정부 및 기업의 철저한 준비와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일본과 기존에 유지하고 있던 신뢰 관계를 깨뜨려가면서까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기초적인 관계는 유지하면서 사태를 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원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news@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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