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8.26(월)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애널리스트]
■ G2 무역 분쟁 완화 조짐 vs 일본 경제 제재 부상

올해 들어 국제금융시장의 특징으로는 주식과 채권시장의 동반 강세, 강 달러 압력 완화 등으로 요약된다. 무역 분쟁에 따른 경기 하강 압력 증대로 연준을 필두로 선진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조가 완화적으로 돌아선 영향이 주효했다. 여기에 지난 6월 말에 있었던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 아직 구체적 협상 진전은 없으나, 양국 모두 경제와 정치적으로 피해가 커지며 무역 협상을 재개한 점은 위험자산에 우호적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한국 금융시장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세계 주가지수는 연초 이후 15.8% 올랐으나, KOSPI는 1.2% 상승에 그쳤다. 심지어 KOSDAQ 지수는 1.6% 하락했다. 연준의 통화완화 기대 속에 금년 들어 강 달러 압력은 한풀 꺾였으나, 원/달러 환율은 연초 이후 5.7% 오르며 원화 약세가 전개됐다.

G2 무역 분쟁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가 한국경제에 집중된 영향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 속에 중국의 4차 산업 관련된 투자는 멈췄으며, 이는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급감으로 이어졌다. 수출과 설비투자 감소, 기업이익 급감, 상품수지 악화 등이 동반됐다.

여기에 7월부터 일본의 한국 소재 산업에 대한 경제 제재라는 악재까지 돌출했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 전범기업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반발 조치, 북한으로의 전략 물자 밀반출이라는 명분 하에 일본은 경제 제재 조치를 꺼내 들었다.

지난 4일부터 한국으로 수출하는 반도체와 OLED 관련 주요 소재 3개(리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드폴리이미드) 품목에 대한 신고 절차를 강화했다. 또한 지난 12일 한-일 실무급 회담 후 일본은 한국을 수출우대 목록인 화이트 리스트(일반 포괄 허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지 여부에 대한 의견 수렴을 오는 24일까지 진행해 확정 시 8월말부터 실시할 계획이다.

화이트 리스트는 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거나 첨단기술에 사용되는 전략물자를 수출할 때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국가 목록으로, 1,000여개의 품목이 여기에 해당된다.

소재 3개 품목뿐만 아니라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된다면, 일본으로부터 한국의 제품 수입은 상당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앞으로 해당 품목의 경우 계약 건 별로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며, 허가 신청과 심사까지는 90일까지 소요된다. 또한 포괄 허가의 유효 기간은 3년이나 개별 허가의 유효 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심지어 수출 불허 가능성도 상존한다. 일본발 경제 제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 한국과 일본 간 실물 및 금융거래 관계의 이해

일본의 경제 제재가 한국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살펴보기에 앞서 한국과 일본 간 실물과 금융거래 관계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과 일본, 중국, 즉 동북아 3개국은 지리적, 역사적으로 얽힌 복잡한 관계 속에 경제적으로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술력과 인건비, 자원 등 각국의 비교우위에 따라 동북아 3개국은 산업 밸류 체인(value chain)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은 IT를 비롯한 첨단산업, 해양과 항공, 원자력 등 분야의 제조용 장비와 소재, 부품 원천 기술에 있어 비교우위를 갖는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주로 소재와 부품, 제조용 장비 등을 수입해 반도체, OLED, 화학 등 중간재와 자본재를 공급하는데 비교우위가 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일본과 한국으로부터 중간재, 자본재를 수입해 조립과 가공해서 최종재를 수출하는 쪽에 좀 더 주력한다. 이러한 국제분업 시스템 하에서 G2 간 무역 분쟁과 함께 일본 경제 제제까지 겹칠 시 중간에 끼인 한국경제에는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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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3개국의 산업 밸류 체인(value chain). 자료: 신한금융투자
먼저 지역별 국제수지표를 활용해 한국과 일본 간 경상거래 현황부터 알아보자. 작년 기준 한국의 대일본 상품수지는 170억달러 적자를 시현했으며, 주력 수입품이 주로 소재와 부품에 해당 된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한국의 대일본 상품 수입의존도는 20%를 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10% 아래로 떨어졌다. 부품과 소재의 국산화를 비롯한 여타 지역으로 수입처 다변화가 이뤄진 영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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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일본 상품 수출입 의존도. 자료: 한국은행, 신한금융투자
상품수지뿐만 아니라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도 한국은 일본에 적자를 기록 중이다. 작년 한국의 서비스수지 적자는 297억달러를 시현했는데, 대일본 서비스수지 적자가 9%가 넘는다. 엔화 약세 영향에 2015년부터 한국의 일본 관광은 증가한 대신에 2014년을 정점으로 한국의 대일본 여행 수입은 정체됐다. 작년 한국의 본원소득수지는 28억달러 흑자를 달성했으나, 대일본 본원소득수지는 오히려 46억달러 적자를 시현했다. 배당금 지급이 43억달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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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일본 배당금수지 자료: 한국은행, 신한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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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일본 배당금수지 자료: 한국은행, 신한금융투자
다음으로 일본산 제품에 대한 한국의 수입의존도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HS코드 6단위 기준으로 지난해 기준 한국의 대일본 수입액이 1억달러를 초과하며 일본산 수입의존도 50%가 넘는 품목은 30여개를 초과한다. 일본산 수입의존도가 80%를 넘는 품목도 12개에 해당된다. IT 와 화학, 철강 등 관련 산업의 소재와 부품이 주를 이룬다. 이들 품목 중 일본의 대한국 수출의 존도가 높은 품목으로는, 크실올과 톨루엔, 환식알코올 등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경제 제재가 상품 분야에만 그치지 않고 금융거래로도 비화될 여지까지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지역별 국제대차대조표를 활용해 한국과 일본 간 금융거래를 토대로 한국의 대일본 금융부채 현황을 분석해보자. 작년 기준 한국의 대외금융부채 잔액은 1조 1천75억 달러이며, 일본계 부채 비중은 7.5%인 833억달러로 집계된다.

규모 면에서는 일본계 자금에 대한 한국경제의 의존도가 높지는 않다. 한국의 대외금융부채 중 직접투자는 2천314억달러이며, 이 중 일본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1.4%인 496억달러로 상당하다. 한국의 대외금융부채 중 증권투자(6천682억달러)와 기타투자(1천802억달러)에서 일본계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1%, 6.5%인 206억달러, 118억달러에 그친다

일본계 기업은 직접투자 형태로 한국에 대거 진출해있으며, 대일본 본원소득수지 적자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대신에 증권과 채권시장, 그리고 여신시장에서 일본계 자금에 대한 의존도는 제한적이다. 한국 상장주식과 상장채권시장에서 일본계 자금의 보유 비중은 각각 0.8%, 0.5% 정도에 불과하다. 2013년까지만 하더라도 기타투자(차입금 포함) 형태를 통해 유입된 일본계 자금이 200억달러가 넘었다. 한국도 빠른 속도로 금리가 떨어지면서 일본계 자금을 차입할 유인이 크게 줄었다. 여신시장에서 일본계 자금 의존도 역시 1%대 수준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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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시장에서 일본계 자금의 비중. 자료: 금융감독원, 신한금융투자
■ 힘 대 힘 양상보다는 양국 모두 경제적 관점에서 봉합 필요

지금까지 한국의 지역별 경상수지와 국제대차대조표를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단순히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일본 경제 제재가 자국의 국익에는 득이 되지 않는다. 일본은 경상거래를 통해 매년 한국으로부터 200억달러가 넘는 흑자를 수취한다. 일본계 기업들이 한국시장에 대거 진출한 점도 부담이다. 오히려 양국 간 경제적 대립이 심화되면서 한국에서도 여행 취소와 제품 불매 운동으로 번지는 중이며,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역시 상당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

일본 경제 제재는 한국의 미래산업, 즉 4차 산업 육성 전략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간 수출 경합도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후퇴했다. 화이트 리스트 제외 등 일본의 경제 제재가 강화된다면, 한국은 일본산 부품과 소재 수입처를 다변화하거나 국산화하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당장은 일본 경제 제재가 한국경제에 큰 위협을 안기겠지만, 중장기적으 로 일본산 부품과 소재의 세계 시장 지배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상당 기간 준비해 한국에 경제 제재를 꺼냈는데, 이는 일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경제적 배경보다 정치적 명분이 우선시된다. 대내적으로 지난 21일 참의원 선거에서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연립 내각의 의석수 2/3 이상 확보, 10월 소비세율 인상을 앞두고 아베 내각의 결집력 강화와 정책 여력 확충 등에 있다. 대외적으로는 전범기업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서 비롯된 한-일 역사적 관계 청산, 북한 비핵화 논의에 있어서 일본 패싱 우려 등을 복합적으로 감안한 조치로 보여진다.

정치적 명분을 경제적 압박으로 풀려는 일본의 카드에 한국 정부는 강경 대응 움직임을 보인다. 풀리지 않은 숙제인 한-일 간 역사적 관계를 고려 시 당장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한국 정부는 이념을 쫓는 선택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다만 일본의 경제 제재에 대응해 한국도 관세 부과, 수출 규제 등으로 맞불을 놓는 방식은 그다지 현명하지 않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응수하는 전략은 양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IT 산업 밸류 체인에도 중대한 위협 요인이 된다.

결론적으로 일본 경제 제재로 비화된 한-일 간 마찰은 정치적 명분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좀 더 합당하다. 경제적 득실에 초점을 둔 미-중 간 무역 전쟁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다만 정치,역사,외교적 문제를 경제, 안보로 확전하는 흐름이 전개되며 양국의 충돌이 빠르게 진정되기 어려워 보인다. 양국 모두 경제적 불확실성이 심화될수록 정치적 협상 필요성은 고조되나,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경제적 피해의 어느 임계치를 설정하기는 마땅치 않다. 다행 스러운 점은 한-일 간 문제 해결의 중재자로서 미국 의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역사적 배경과 제재 명분 등에 비춰본다면, 이 문제의 협상 테이블에는 미국까지 앉아야만 한다.

한편 G2 간 무역 분쟁에 이어 일본 경제 제재까지 가세하며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0.3%p 하향 조정 했다. 경제 제재 강화 여부에 따라 금년 경제성장률 2% 달성조차 위협받는다. 금통위에서 한국 은행 기준금리를 연 1.50%로 25bp 인하했다. 파월 연준 의장이 7월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의지를 피력한 점에 더해 G2 무역 분쟁과 일본 경제 제재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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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성장률과 기준금리. 자료: 한국은행, 신한금융투자
한국 경기와 금융시장 전망의 전제는 여전히 대외발 정책 변수에 있다. 구체적인 G2 무역 협상 재개와 일본 경제 제제 강화 여부 등이 관건이다. G2 간 추가 협상은 아직 진전 조짐이 없고 일본 경제 제재도 금새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3/4분기 말로 가면서 미국 채무 한도 협상과 예산안 합의, 브렉시트 이슈, 이탈리아 부채 등 관련된 불확실성까지 고조될 위험이 상존한다.

경기 회복세 지연으로 부양책 필요성은 강화됐다. 정치권의 대립으로 추경 확정은 늦어졌는데, 당초 예상보다 경기 여건이 악화된 만큼 기존의 추경만으로 한계가 있다. 상반기 재정 조기 집행으로 하반기 재정 여력까지 미흡해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까지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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