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9.19(목)
[삼성증권 허진욱, 정성태 이코노미스트]
현지시각 8월 5일, 미 재무부가 무역종합법(Omnibus Trade and Competitiveness Act of 1988)에 의거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1998년 무역종합법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국 과 상당한 수준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해 환율조작 여부를 조사해 조작혐의가 있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며, 미 재무장관은 해당국과 협상과 WTO 분쟁해결 제소를 즉시 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의 진짜 의도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에도 불구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경고와 협상 외에 미국이 당장 중국에 대해 시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효성 있는 제재조치는 사실상 없다. 따라서,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은 지난 1일 추가관세 예고와 마찬가지로 '장기전'으로 전환한 중국을 압박해 무역협상에서의 우위와 태도 변화를 유도하고 Fed에 대해서 보다 큰 폭의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두 가지 의도를 가진 것으로 판단한다.

트럼프는 지난 7월 말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FOMC 결과를 통해 '장기전'으로의 중국 협상전략 변화와 제한적 수준의 insurance cut(금리 인하)을 확인했고,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불만을 이미 여러 차례 표현한 바 있다. 이러한 의도는 트럼프가 환율조작국 지정 발표 직전 트윗을 통해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거의 사상최저치로 떨어뜨렸다. 이는 ‘환율조작’이라 부른다. Fed는 듣고 있는가?”라고 언급한 점에서 잘 드난다.

트럼프의 의도가 이번에도 달성될 수 있을까?

지난 1년 반 동안 트럼프는 무역분쟁 심화(추가 관세부과) → 금융시장 불안(금융여건 악화) → Dovish Fed/중국의 양보 → 금융시장 회복 → 무역분쟁 심화의 순환고리를 반복면서, 자신이 원하는 Fed의 금리인하와 중국에 대한 무역협상 우위를 점유 하는데 성공해왔다. 최근의 추가관세 예고+환율조작국 지정 조치도 이한 전략과 일치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트럼프의 위협에 대한 중국과 Fed의 반응함수가 지금 까지와는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중국 정부는 내년 말 대선을 1년 여 앞두고 점차 시간이 트럼프 편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주요 대선공약이던 대중 무역불균형 해소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와 선거 직전 1년간의 미국 경제와 증시호조 지속을 위해서, 트럼프 정부에겐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일정수준의 협상타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면, 중국은 상반기의 지표 부진 심화에서 벗어나 점차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지난 5월과 같은 '일방적 양보'보다는 '버티기' 전략이 협상에서 좀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했던 주요 이슈가 기술이전 강요 금지나 지적재산권 보호 등이었던 것과는 달리, 7월 이후 트럼프가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농산물 수입확대로 요구사항이 단순화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협상에서 이제 다급해진 것은 트럼프 쪽이라는 것을 시사해 준다.

둘째, Fed가 올 들어 미국의 금융여건이 악화될 때마다 dovish(비둘기파)기조를 강화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배경은 인플레이션의 둔화였다. 일부 품목의 일시적 가격 급락으로 핵심PCE인플레이션율이 지난해 말 2.0%에서 올 3월 1.5%까지 둔화됐다.

그러나 4월 이후 일시적 요인의 소멸로 핵심PCE물가가 지난 3개월 간 2.48%(연율) 상승면서, 올해 말 2.0%에 재차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예고대로 오는 9월부터 10% 관세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핵심인플레이션을 추가로 0.2%pts 상승시킬 가성이 높다. 이는 올해 말로 갈수록 FOMC의 금리인하에 대한 threshold(한계점)가 높아질 것임을 시사한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최근과 같이 잠재성장률(Fed 추정 1.9%) 내외에서 안정세를 유지할 경우, dual mandate(완전고용과 물가 안정)을 달성한 Fed가 추가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할 정당성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불안 심화가 양국의 태도변화의 명분을 제공할 것

추가 관세부과 예고에 이은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미국의 공세에 중국은 위안화 약세와 미국산 농산물 수입중단으로 맞서는 상황이다. 이러한 강대강 대치 속에서 협상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는 양국 모두 완화적인 태도로 전환할 냉각 기간과 함께 정치적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1년 반의 경험을 감안시, 양국 모두 주식시장이 10%이상 단기간에 급락고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될 경우, 협상 재개를 통한 타결 기대를 높임으로써 사태를 개선시켜왔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양국 간 위협과 보복대응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기 위해서는 금융시장, 특히 주식시장의 추가적인 하락이 선행돼야 할 전망이다.

이한 관점에서 당사 house view의 기본 시나리오인 연내 미-중 무역분쟁의 일정수준 합의 도출과 Fed의 2회 insurance cut(금리 인하) 이후 장기간 동결 유지 전망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된 것으로 평가한다. 첫째, 무역분쟁과 관련해 중국이 '장기전' 전략을 고수할 경우, 미국의 예고된 관세 부과(9월 1일, 3,000억 달에 대한 10%)와 추가 관세율 상향(10%를 25%로 상향)이 이어지며, 무역분쟁이 내년까지도 장기화될 가성이 기존 30%에서 40%로 높아진 것으로 판단한다. 둘째, 7월에 이어 Fed의 9월 금리인 확률을 기존 85%에서 90%로 상향하며, 10월 FOMC(29~30일)에 서의 금리인하 확률을 기존 30%에서 50%로 상향조정한다.

금융시장 시사점

중국에 대한 전격적인 환율조작국 지정은 위안화 환율보다는 중국 외에 관찰대상국에 포함된 독일, 일본, 한국, 이탈리아, 아일랜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의 환율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 이들 국가들 또한 통화약세가 지속될 경우, 중국처럼 무역종합법에 의거하여 언제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가 신흥국 통화에 약세 요인이지만, 동시에 추가적인 통화약세시,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따라서, 최근 약세가 심화됐던 원화의 경우도, 현 수준에서 일방향성의 약세 추세가 진정되고 당분간 1,200~1,250원 범위의 등락이 예상된다.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 향방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중국의 정책대응과 태도 변화 시점이다. 금융 시장의 불안과 재부각되는 경기의 방리스크를 완화시키기 위해 중국 정부가 오는 9월 1일 관세부과 시점 이전에 그 동안 미뤄오던 정책대응과 무역협상에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세로 전환될 수 있다. 반면, 정책대응이나 협상태도의 변화가 지연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추가적인 방리스크가 확대될 전망이다. 이제 공은 중국으로 넘어갔다.

삼성증권 허진욱, 정성태 이코노미스트
<저작권자 © 글로벌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