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5주년창간
2019.10.23(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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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어디서 어떻게 살 것인가?’
노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우리는 얼핏 노년의 여유로운 삶으로 전원생활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러나 노년의 일상을 전원에서 보내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하고 역할 없이 보내는 긴 자유시간도 문제다.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로 몰려들었던 베이비부머들은 은퇴를 하면서 다시 시골로 돌아가는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드물다. 오랫동안 살던 곳에서 여생을 보내기를 희망하고 그냥 도시에서 살고 있다. 잠깐의 전원생활을 경험한 사람들도 다시 도시의 자식들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고향은 ‘멀리 떨어져 추억하는 곳’으로 남겨 두고서…

고령자의 ‘건강, 참여, 안전’이 보장되는 도시

그런데 도시는 노년층이 살만한 곳인가? 여생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인가? WHO(세계보건기구)는 노인들이 존중받으며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지역 기반과 서비스를 갖춘 도시를 고령친화 도시라 했다. 늙어가는 과정에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건강, 참여, 안전’의 영역에서 최대한의 기회가 제공되는 도시다.

WHO는 이른바 ‘Active Aging’이라는 ‘활기찬 노년’을 통해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전략을 정책의제로 제시했고, 고령친화도시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이를 확산해 나가고 있다. WHO가 제시하는 고령친화 도시의 구성요소는 다음과 같은 8대 영역으로 되어 있다.

1) 노인의 독립적인 생활유지를 위한 지역사회 지원과 보건
2) 노인의 활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교통
3) 노인의 안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주택
4) 활기찬 노년을 보내기 위한 핵심 개념인 사회참여
5) 노인의 이동성, 독립성 및 삶의 질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외부공간과 건물
6) 노인에 대한 다른 연령대들의 존중과 사회적 통합
7) 은퇴 후에도 지속적으로 사회에 공헌하기 위한 시민참여와 고용
8) 사회적 통합을 위한 소통과 지속적 정보제공

노년층은 일하고 쇼핑하고 즐기고 배우는 등 여러 가지 일상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지역사회를 넘나든다. 고령자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안전한 보도가 설치되어 있고, 횡단보도를 건널 때 신호시간이 충분하고, 휠체어 등의 이동이 편리하도록 배려되어야 한다.

노인들이 생활하면서 불편하지 않으려면 동네에 고령자를 위한 공동주택이 제공되거나 거주 주택의 실내 이동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근린지역 안에 휴식 장소, 여가 공간, 대중적 모임장소, 의료기관, 생활편의시설, 문화 및 복지시설, 공원 및 산책로가 잘 갖춰져야 한다.

가사 및 간병 도움을 받기 위한 정보 제공, 질병예방 교육 및 정신건강 상담, 노인 학대 상담 서비스와 노인 돌봄 서비스 체계가 잘 갖추어져야 한다. 노인 일자리 정보 제공, 재취업 교육 및 훈련정보 제공, 사회복지관 및 노인대학 등 평생교육 프로그램 제공, 지역 내 문화행사 참여 지원 등도 필요하다.

여러 세대가 공존하는 고령친화 도시

그런데 이러한 고령친화 도시는 여러 세대가 공존할 수 있는 도시일까, 아니면 젊은이들에게는 불편한 도시일까?
고령친화 도시의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고령자 유토피아가 건설된다면 젊은이들은 배척당한다. 도시는 노인들로 가득차고 젊은이들은 노인들을 수발들기에 바쁘다. 도시는 점차 빛을 잃어가고 침침한 그늘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 노인들을 도시에서 몰아내자. 공기 좋고 산천 수려한 곳에 노인 복지마을을 만들어 그곳에서 여생을 보내게 하자.

하지만 산천 수려한 그곳은 노인 복지마을이 아니다. 노인들을 어떻게 도시 밖으로 몰아낸단 말인가? 노년층이 고령친화 도시에서 살게 된다면 우리들의 삶은 더욱 인간적이 될 수 있다. 직장생활로 바쁜 자식들의 일을 거들어 줄 수 있고, 손자 손녀의 양육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고령친화 도시는 노인들만을 위한 도시가 아니고 세대가 공존하는 이상적인 도시다. 모든 연령대를 위한 도시가 고령친화 도시의 핵심이다. 좋은 도시의 척도는 바로 이런 것이다. 노인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도시는 은빛 도시가 아니고 일곱 빛깔 무지개 색이다.

행정학 박사/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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