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9.1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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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의 본질은 투쟁인가, 상생인가. 투쟁을 통해 내몫을 챙기는 전투적 실리주의 노선을 걷는 민주노총은 노동운동의 본질을 투쟁으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상생과 협력을 통해 회사의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노조들은 투쟁보다 협력과 공생을 노동운동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무(Union Social Responsibility)란 무엇인가. 이 또한 노조들이 처해진 환경에 따라 그 의미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아마도 견제제받지 않은 노동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집단행동 자제보다 하청업체근로자나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에 나서는 것을 사회적 책무로 생각할 수 있다. 이들의 임금수준을 올리는데 기여하는 것은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정규직-비정규직,대기업-중소기업,노조 유-무별로 임금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대기업노조들이 노동조건이 열악한 저임금‧비정규직‧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권리를 개선하기 위해 임금 및 단체교섭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히 노조의 사회적 책무로 봐야한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하후상박 연대임금전략을 채택했다. 현대차 노조원들의 임금이 많다 보니 하청노동자 임금인상률을 더 높게 적용해 격차를 줄이자는 주장이다.

집단행동 자제,임금격차해소 노력이 중요 USR

이 전략에는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과 납품단가 정상화가 포함됐다. 그래야 실질적으로 하청노동자의 임금인상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기업노조의 사회적 책무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대기업노조가 자신들의 임금을 과다하게 요구한 것을 알게 되면 사회적 책무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된다.

현대차 노조가 제시한 올해 협상안을 보면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황당한 요구다. 기본급 12만3526원(5.8%‧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정년 64세로 연장, 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 등도 과도한 요구이긴 마찬가지다.

대기업노조가 겉으로는 저임금노동자를 생각하는 듯 하면서 속으로는 자신들의 실속을 차리고 있으니 ‘제 밥그릇만 챙긴다’는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공감할수 있는 USR은 대기업노조의 집단행동 자제다. 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을 많이 목격해왔기때문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최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거론한 노조의 사회적 책임도 결국 거대노조의 권력행사를 자제하라는 요구이다. 나 원내대표는 막강한 정치,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거대노조의 불법행위를 더 이상 관용해선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노조의 사회적 책임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USR은 CSR 벤치마킹해 논의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로 인해 기업들의 손실과 사회적 비용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니 법률을 통해 노조내부의 지배구조와 활동의 투명성‧공익성제고를 위한 제도적 틀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USR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벤치마킹해 논의돼 왔다. USR이나 CSR이나 이해관계자들과의 원활한 관계, 사회공헌활동 등이 강조된다. CSR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기업이 사회의 발전과 향상에 적극적으로 공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USR도 사회공헌활동에 적극 나서고 불필요한 파업이나 집단행동을 자제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노조가 자신들의 과도한 분배욕구를 자제하고 생산활동에 활발히 참여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과 고용창출에 앞장서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USR은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를 둘러싼 상황변화와 그에 따른 노동조합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다. 우리나라에서 USR을 가장 먼저 실행한 노조는 LG전자 노조다. 이 노조는 2010년 국내 기업 최초로 ‘USR 헌장’을 선포하며 노동조합 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조합원의 권익 신장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했다.

USR헌장에는 △노조는 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들(기업, 정부, 소비자, 하청업체 근로자, 비정규직근로자, 자영업자, 영세상인, 지역주민 등)의 이해와 요구를 노동운동의 전략과 활동내용에 포함해야 할 것과 △ 책임 있고 투명한 조직운영, 법률준수 및 윤리적 행동 등을 통해 사회에 배태된(embedded)된 사회적 존재로서의 역할을 할 것 등을 명시하고 있다.

집단이기주의에 포섭된 전통적 노동조합주의 노선에서 탈피해 사회 속의 노동조합으로서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고 이를 실천하자는 새로운 상생의 조합주의이다.

대기업노조들의 노동운동에 대한 대대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투쟁을 통해 내몫만 챙기기는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사회구성원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생산적인 노동운동을 펼쳐야 한다. 이것이 급격한 기술진보가 이뤄지는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는 노조의 사회책임이다. 경제학박사/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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