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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년창간
2019.10.1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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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前 국민일보 주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29일로 예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도 이날 함께 선고를 받게 된다. 집권자와 재벌 총수의 독대가 ‘묵시적 청탁’이란 죄목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은 ‘신 법리(新法理)’의 수립 또는 발견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이 스포츠 육성을 위해 기여해 온 것은 전통인데, 승마협회 회장사가 유능한 선수를 특별히 도운 게 총수의 죄가 된다고 판단한 것은 새로운 죄목의 창설이라고 할 만하다. 원래 위법이었다면 특정인에 대한 표적적용(標的適用)인 셈인가?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26일 청와대민정수석 자리에서 떠나며 기자들에게 ‘퇴임의 변’을 보냈다. 특히 “민정수석으로서 ‘촛불명예혁명’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하여” 운운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유혈사태 없이 박근혜 정권을 와해시키고 문재인 정권을 성립시켰다는 점에서 ‘명예혁명’이라는 말이겠다. 그런 자부심으로 뭉친 사람들이 ‘혁명적 징벌’을 쉽게 멈추겠는가. 삼성전자 이 부회장도 이 케이스다.

정권실세의 도 넘은 재벌 증오

“시장권력은 자신에 대한 비판도 교체도 용납하지 않는 성스러운 ‘마몬mammon’이 되었다. 이 재물신(財物神) 앞에서는 노무현도 이명박도 계약직 고용 사장일 뿐이다.” 그가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에 쓴 말이다. 기업 경영권과 지분소유권이 재물신이라고 하자. 56억 재산가 조 후보자도 서민들의 눈으로 보면 ‘마몬(물질적인 부유와 탐욕. 악마)’ 부류일 텐데, 언제 이 재산을 내려놓으려 했을까?

이런 정의한(正義漢)이 법무장관을 맡겠다니 온 국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 쉬어야 할까? 온갖 종류의 ‘마몬’으로부터 해방시켜줄 것이므로? ‘촛불명예혁명’의 리더들의 인식이 이렇다면 이 부회장의 앞날도 평탄하기는 글렀다.

대법원이 무죄로 판단하길 바라기는 애초에 기대할 일이 못된다. 2심 형량대로 확정판결하리라고 예상할 상황도 아니다. 이 부회장 항소심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에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은 반면 박 전 대통령 항소심은 이를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어느 쪽으로든 사법부의 판단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박근혜 무죄’보다는 ‘이재용 유죄’쪽으로 이 부분을 정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게다가 조 법무장관 후보자와 관련된 온갖 의혹들이 정국을 크게 뒤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조 후보자 자신과 청와대는 기어이 임명을 관철시킬 태세이지만 궁지에서 헤어나기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혹시라도 ‘박근혜‧이재용 대법원 판결’과 관련, 청와대가 가외의 효과, 즉 국면전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말하자면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치보복적 징벌 멈출 때 됐다

우리사회 반기업‧혐부자 정서의 연원은 유장하다. 물론 그럴만한 배경도 부족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이 이 시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런 충격이다. 그게 혁명의 추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서 정권 실세들이 이를 부추기는 것일까?

용서 못할 죄는 많지 않다. 특히 전 정권의 권력실세들, 그들의 혐의에 연루된 기업인들의 죄과 중에는 ‘촛불혁명’의 명분을 세우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부분이 없다고 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혁명의 제1파가 지나가고, 정권은 안정기에 들어섰다. 적절히 ‘혁명의 죄인들’을 풀어주는 것이 자신들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선택 아닐까? 영원히 징벌자의 위치에 있지는 못한다. 사정의 칼이든 혁명의 칼이든 그 손잡이의 주인은 바뀌게 마련이다.

경제적으로 경고음이 심하게 울리고 있는 때다. 삼성전자와 그 지휘자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는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다. 형벌이 가중되면 삼성은 세계시장에서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경쟁자들이 가만 두고 볼 리가 없지 않겠는가. 물론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정치보복적 징벌은 거둬들여야 한다.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정치보복’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최종심 위에는 대통령의 사면권이 있다. 정치적 정략적 징벌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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