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9.19(목)
[신한금융투자 김찬희 애널리스트]
■ 홍콩 시위 장기화 국면 진입

홍콩 시위가 석 달째 이어진다. ‘송환법(법죄인 인도 법안)’ 반대로 시작된 시위는 어느새 반(反)중국 색채를 띠며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170만명의 홍콩 시민이 집회에 참여해 송환법 철회와 홍콩 시민의 보편적 참정권 구현 등을 촉구했다. 규모가 컸음에도 비폭력 평화 시위 형태로 진행돼 중국 정부의 무력 투입으로 비화되지 않았다.

독립적인 사법제도를 넘어 민주화를 요구하는 홍콩 시민들과 중국 테두리 안에서 홍콩의 자치, 자유를 보장하려는 중국 정부의 입장 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시위가 ‘제2의 천안문’ 사태처럼 진압되지 않길 바란다고 언급하며 중국을 자극했다.

미국은 중재자를 자처하기보다는 무력 개입을 빌미로 무역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속내를 드러냈다.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정치적 갈등 상황 속에 한국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작년부터 이어진 G2 분쟁에 일본 경제 제재, 홍콩 시위 여파까지 더해진다면, 경제와 금융시장 충격은 상당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의 무력 개입이라는 시나리오를 주시하면서 이에 따른 한국경제의 피해 정도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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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관심도. 자료: Google, 신한금융투자(차트에서 가장 높은 지점 대비 검색 관심도)
■ 홍콩 시위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

홍콩 시위가 중국 정부의 무력 개입으로 이어진다면, 한국경제는 G2 분쟁과 일본 수출 규제에 이어 또 하나의 짐을 떠안으며 대외 악재 삼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이미 대외 교역 마찰에 따른 경기 하강 압력이 수출과 투자 부진을 중심으로 목도되고 있다. 홍콩 시위는 교역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측면에서도 일부 불확실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먼저 교역 측면을 보자. 한국의 대홍콩 수출은 460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7.6%를 차지한다. 이 중 홍콩을 통해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비중이 94%에 달하고, 그 중 중국향이 90%에 가까워 홍콩은 사실상 중국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관문으로 기능한다.

홍콩과 중국향 수출을 품목별로 비교해봐도 상당히 유사하다. 상위 20개 품목(MTI 3단위 기준) 중 14개가 겹치며 반도체와 석유제품, 석유화학제품 등 중간재가 대부가 대부분이다. 특히 홍콩 수출의 73%가 반도체로, 중국 ICT 산업의 중심지인 심천으로 재수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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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홍콩, 대중국 주요 수출 품목. 자료: 무역협회, 신한금융투자
중국이 무력 개입을 할 경우, 단기적으로 항만 및 공항 서비스 제공이 중단되면서 수출 차질이 예상된다. 한국 기업은 세제 혜택과 무역 금융, 중국과 직접거래 시 발생 가능한 법적·제도적 위험 완화 등을 이유로 홍콩으로의 우회 수출을 선택한다. 일부 수출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은홍콩 무역상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홍콩 우회 수출로가 봉쇄될 경우, 일시적인 수출 차질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시차를 두고 최종적으로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은 회복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세제 혜택을 포기하고, 중국과 직접 거래에 따른 법적·제도적 위험 등을 일부 감수하면 중국에 직접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본격적으로 개방을 시작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직접 수출(홍콩 우회 미포함) 비중은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2000년대 후반 90% 내외까지 높아졌다. 중국 내 자유무역시험지구인 심천과 광저우가 홍콩과의 인접성과 세계 4·5위 수준의 컨테이너 처리량, 관세와 금융 혜택 등의 이점으로 홍콩을 대체할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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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국 직접 수출 비중. 자료: Thomson Reuters, 신한금융투자
오히려 홍콩 시위 무역 진압을 빌미로 서방 국가의 경제 제재가 발동될 경우 교역 타격이 심화 될 수 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미국 중심의 서방 국가들은 중국에 외교 제재를 가한 바 있다.

G2 분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중국 경기 하강 압력은 확대될 수 밖에 없으며, 대중국 수출(홍콩 우회 포함) 의존도가 35%에 달하는 한국경제에 치명적이다. 작년 4/4분기부터 중국 수요 위축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대비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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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국, 대홍콩 수출. 자료: Thomson Reuters, 신한금융투자
다음은 금융 거래다. 홍콩에 투자된 한국의 금융자산을 점검해보자. IMF 서베이에 따르면, 한국의 홍콩 직접투자는 141억달러로 전체 직접투자 3,400억달러의 4% 수준이다. 절대적으로 낮은 비중은 아니지만 2010년 이후 감소 추세다. 업종별로는 금융과 보험업이 35%로 가장 크고, 뒤이어 제조업과 도매소매업이 각각 24%, 23%를 차지한다.

증권투자는 지분증권(주식) 62억달러와 부채성증권(채권) 42억달러로 구성된다. 주식 투자는 2010년 이후 60억달러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주식 투자 대비 비중은 2.3%로 5%p 넘게줄었다. 채권 투자 규모는 늘어났으나 전체 채권 투자 대비 비중은 2% 내외에 머문다.

BIS에서 발표된 2019년 1/4분기 한국 금융기관의 홍콩 익스포저는 88억달러다. 전체 대외 익스포저 1,900억달러의 4.7%로 무시할 수준은 아니지만 2018년 하반기 이후 익스포저가 줄어 들고 있어 금융기관들의 선제적인 리스크 조정을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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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홍콩 대외금융자산. 자료: IMF, 신한금융투자
다음으로 국내에 유입된 홍콩계 자금을 살펴보자. 홍콩의 직접투자는 67억달러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 2,210억달러의 3.2%로 비중은 2010년 대비 소폭 확대됐다. 증권투자로 185억달러가 유입됐는데 이중 주식은 23억달러, 채권은 162억달러다.

한국 증시가 홍콩 투자자 입장에서 상대적 매력도가 떨어져 전체 외국인 자금에서 홍콩계 주식 자금 비중은 2010년 이후 0.5% 내외에 머문다. 반면 홍콩계 자금의 채권 투자 비중은 10% 내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홍콩내 정치 불확실성이 확대 시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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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홍콩 대외금융부채. 자료: IMF, 신한금융투자
홍콩과 직접적인 금융거래 규모는 크지 않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홍콩달러 페그제 폐지 논란이 불거졌던 2016년에도 홍콩달러 약세를 우려한 한국의 홍콩 증권투자 자금 회수는 관찰되지 않았다. 오히려 2016년 홍콩 증권투자는 전년보다 12억달러 늘어났다.

다만 다른 국가로의 증권투자가 늘면서 홍콩 증권투자 비중은 축소됐다. 한국 금융시장에서의 홍콩 자금 이탈도 미미했다. 채권을 중심으로 2016년 홍콩계 자금의 한국 증권투자는 149억달러로 축소됐으나 직접투자가 증가해 이를 상쇄했다.

홍콩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한국 금융시장 동조화도 제한적이었다. 홍콩달러/달러 환율이 단기 고점을 기록하며 금융 불안이 확산되던 2016년 1월 20일 기준 항셍지수와 MSCI 신흥아시아지수는 전년말 대비 각 13.8%, 11.7% 급락했다.

KOSPI는 5.9% 하락에 그치며 낙폭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원/달러 환율은 홍콩 외환시장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원/달러 환율은2015년 말 1,170원대에서 1월 중순 1,210원대에 진입했으나 이후 상승 탄력이 둔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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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달러/달러 환율과 원/달러 환율. 자료: CEIC, 신한금융투자
2018년 이후 홍콩달러/달러 환율은 환율 변동 범위(7.75~7.85) 상단을 지속적으로 터치한다. 당국의 외환 개입에도 외환보유고는 2016년 초 3,590억달러 대비 1,000억달러 가까이 증가해 금융시장 건전성은 제고됐다. 국지적 금융시장 불안은 홍콩 당국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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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외환보유고. 자료: Thomson Reuters, 신한금융투자
관건은 과거 천안문 사태처럼 중국 무력 개입 이후 서방 국가 중심의 국제 사회 제재 자극이다. 이 경우 중국 경기 악화와 함께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한국은 금융보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중국 노출도가 높아 실물경제 하방 압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무역 협상과 연계한 미국의 중국 압박과 홍콩 시민들의 평화시위 기조 등이 중국 정부의 무력 개입을 망설이게 한다. 불안한 대외 정국 속에 10월 1일 건국 70주년 행사를 전후로 중국 정부의 대응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시위대의 요구대로 송환법을 완전히 백지화하는 등 양측이 한 걸음씩 물러나며 타협점을 찾으면 다행이겠으나,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예측에 기반한 선제적 대응보다는 변동성 확대를 염두에 두고 진행 상황에 따라 사후적 대응이 필요하다.

신한금융투자 김찬희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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