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9.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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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자선이나 장학사업 등 공익성을 갖는 비영리사업을 목적으로 한 법인을 공익법인이라 한다. 공익법인은 사유재산을 출연해 설립할 수 있지만 공적인 목적을 수행하기 때문에 세금감면 혜택을 받고 있다. 이에 많은 개인과 기업은 기부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큰 기업들도 대부분 공익법인을 운영하며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집단 소속인 공익법인은 165개로 이들의 자산은 약 20조원. 전체 공익법인의 약 8.4%를 차지한다.

사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들도 공익법인에 많은 기부금을 내고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공기업이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공익법인과 함께 다양한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 공익법인 활성화가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발전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성장에도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의 공익법인들이 기업(공기업)의 기부금을 ‘짬짜미 운영’을 하고 있는 사례가 종종 적발되어 기부를 하는 기업이나 지역 주민들의 실망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공기업은 국민의 혈세로 운용되는 법인이니만큼 투명성에 대한 요구는 더 큰데 실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의 한 공기업은 폐광지역 경제 활성화, 공익적 기업 이미지 제고, 주민생활 향상 사업 등을 위해 강원도 지역의 공익법인에 기부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 기업의 2018년 기부금 누적금액은 200억원을 웃돌았다. 하지만 최근 해당 기업이 지원한 지역의 공익법인 운영 불투명성으로 인해 기업 사회공헌 활동에 오점이 생겼다.

지방 공기업은 당연히 해당 지역의 공익법인에만 기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역 내 공익법인에만 기부를 해야 한다는 건 오해다. 물론 해당 지역의 발전을 위한 공익사업을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굳이 지역을 한정해 공익사업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투명한 다른 지방의 공익법인을 활용하여 현명하게 기부금을 써야 한다. 지역 공익법인은 지역사회의 니즈를 파악하여 신중하게 써야 한다. 이 단체는 2016년 이후 공시를 하지 않아 한국가이드스타의 평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전력공사는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지원기관을 선정하기 위해 객관적인 지표를 사용하여 선정한다. 사업수행 복지재단을 선정할 때 한국가이드스타의 투명성 및 재무안정성 지표를 활용해 기관을 선정했다. 전체 평가 항목 중 투명성 및 효율성 등 한국가이드스타의 평가 지표를 20% 할당해 지원 기관의 신뢰도 점수에 영향을 미쳤다. 공기업 기부금 지원 시 검증시스템을 도입한 좋은 사례다.

2016년 터진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에 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은 2017년 6월 지정기부금단체가 취소됐다. 그러나 미르재단이 잔여재산 462억원을 국고 환수 조치하며 올해 4월 청산 절차를 끝낸 반면, K스포츠재단은 문체부를 상대로 재단 허가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아직까지 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공익목적 사업 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채 3년간이나 단체를 유지하며 자산을 직원들의 인건비와 관리비로 지출하고 있다.

이 두 재단은 한국가이드스타가 실시한 평가에서 인건비 8000만원 이상인 이유 등으로 평가정보가 부족해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기부문화에 찬물을 끼얹은 새희망씨앗은 올해 초 지정기부금단체의 효력을 잃었다. 아동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기부자들로부터 128억원의 기부금을 받았지만 정작 공익목적사업으로는 2억원만 사용했으며, 대표와 임직원들은 요트 여행 등 호화 생활을 누린 것이 보도되어 기부자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이 단체의 회장은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새희망씨앗은 2016년 이후 공시를 하지 않아 평가정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공직자들의 공익법인 또한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의원은 공익법인을 설립하면서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하지만 의원은 박물관 설립을 위해 매입한 땅은 도시 재생과 전통문화 진흥을 위한 선의였기 때문에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재단은 지난 해 사업에 대한 결산자료를 올해 4월 공시하여 아직 평가정보가 없다.

전직 대통령들도 자신의 자산을 공익법인에 기부하여 좋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모범적이어야 할 이 법인들도 투명성 측면에서는 문제가 적지 않다.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외부회계감사를 하지 않거나, 기부금을 어디에 썼는지 공개하지 않은 경우가 그 단적인 사례다.

동물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공익법인들의 운영에 대한 논란도 가속중이다. 2002년 동물사랑실천협회로 출발한 한 동물보호단체는 구조한 동물들을 정당한 이유 없이 안락사 했으며, 기부금으로 산 보호소 땅을 대표 명의로 하는 등 깜깜이 운영을 하고 있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단체는 기부금 수입이 연간 10억원 이상이지만 현재까지 기부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공시자료가 없어 투명성과 효율성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다.

비일비재한 보조금 비리 문제 또한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사립유치원 보조금 횡령 사태로 인해 보조금 사용에 대한 투명성 논란도 수면위로 올라왔다. 이에 투명성 강화를 위한 학부모들의 열망에 따라 사립유치원들은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부금과 보조금 지원을 위한 검증시스템의 도입은 개인의 욕심이 개입될 여지를 없앨 수 있다. 지원 기관을 선정할 때 한국가이드스타와 같은 정보제공기관의 ‘투명성리포트’를 참조하여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하는 기관을 선정한다면, 투명성 논란의 대상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자선활동을 실천할 수 있다. 하다못해 한국가이드스타의 홈페이지에서 기부하고자 하는 단체를 검색만 해 보아도 내 기부금이 안전한지에 대해 1차적 검증을 해 볼 수 있다.

공익법인에 대한 신뢰성 문제해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검증 시스템 도입을 통해 개인의 욕심으로 더 이상 기부문화가 위축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기부자 자신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발전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글로벌경제신문 경영자문위원/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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