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19.09.21(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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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前 국민일보 주필
문재인 대통령만을 위한 대통령기록관을 설립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국가기록원에서 그런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5000㎡ 부지에 연면적 3000㎡ 규모라고 한다. 172억 원이 들 것으로 계산됐다. 양산에 있는 그의 사저 인근, 그러니까 양산이나 부산에 세우려 했던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이름은 대통령기록관이지만 실제로는 ‘문재인 박물관’이 된다.

문 대통령이 이 말을 듣고 ‘불같이’ 화를 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11일 전했다. 그런데 해명이 마뜩잖다. 국가기록원측은 지난 1~3월 청와대 국정기록비서관실과 협의했고 지난 5월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지금에야 알았다? 대통령도 모르는 새 구체적인 건축계획까지 세워져 내년 정부예산안에까지 반영됐다는 말인데 이걸 믿으라는 건가.

대통령은 불 같이 화냈다지만

이 문제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야당의 공격거리가 될 것 같으니까 대통령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라고 보는 게 더 자연스런 추측이다. 고 대변인의 말로 문 대통령은 “기록관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기자들이 “별도 기록관 건립 백지화를 지시한 것이냐”고 물었다. “기록원이 판단하지 않을까 싶다.” 그게 답이었다.

국가기록원이나 행정안전부나 새로 지으려 할 개연성이 높다. 야당의 반대로 기록관 예산을 확보 못할 경우 지지층 등 민간 모금으로 건립한 다음 국가에 기부채납하는 이른바 ‘B플랜’까지 세웠다고 들린다. 충성 경쟁에는 제어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질주본능만 발휘될 뿐이다.

취임한지 2년 4개월, 권력에 대한 인식과 그 행사가 의식 및 행동에 착착 감길 시점이다. 원래 자신의 것인 양 착각할 법도 하다. 세상이 한 손 안에 들 것처럼 여겨지고 부지불식간에 국민을 굽어보는 습관도 생겼을 수 있다. 지금은 조국 법무장관 임명강행으로 민심이 들썩이고 있으니까 논란거리를 감추는 게 급선무다. 나중 일이야 어떻게 알겠는가. 그런 생각 혹시 하지 않을까?

게다가 우리 국민은 ‘기왕지사’에 대해 아주 관대하다. 조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한 배경에도 이 같은 판단이 깔려 있었을 수 있다. ‘일단 장관 자리에 앉기만 하면 반대여론은 금방 식어버린다. 잠간 동안의 소란만 견디면 된다.’ 어쩌면 그렇게 서로가 위로 격려를 했을 것 같기도 하다.

권력의 위기 극성기에 닥친다

정말로 민심을 겁냈다면 조 장관이 취임하기 무섭게 “(조국 일가 관련 수사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수사팀을 만들어 맡기자”는 취지로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검찰에 제안하고 나섰겠는가. ‘통과의례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검찰 손보는 일만 남았다. 장관과 그 가족을 검찰이 수사하는 이런 작태를 어떻게 두고 볼 수 있겠느냐.’ 그렇게 비분강개하는 사람도 청와대나 법무부 안에 없지 않을 듯하다.

아예 윤 총장을 갈아치우자는 주장도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라는 사람이 “문 대통령과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인사권 행사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지 않는가. 조 장관이 취임했으니 그런 압박은 더 커질 게 뻔하다. 조 장관이 검찰 인사권 행사를 통해 윤 총장을 외돌토리로 만들려 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기밀누설죄를 범한 윤석열 총장을 처벌해 주십시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1일 오후 10시 45분 현재 453,435명이 추천한 사실 또한 정권 측의 검찰에 대한 압력의 핑계로 제격이다.

권력의 위기는 그 극성기에 닥친다. 교만이 꼭대기까지 오르고 주의력은 바닥까지 떨어지는 순간 추락의 가능성은 최고조에 이르는 것이다. 때 낙하산 역할을 해 줄 중재세력이 없는 만큼 겅착륙을 피하기 어렵다. 양극단만 있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나만은, 혹은 우리만은 괜찮다’는 오만은 독약이 된다. 정권의 핵심들은 이를 유념할 일이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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