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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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4(월)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애널리스트]
■사우디 사태, 엇갈리는 유가 전망

사우디 원유 시설 피격에 따른 국제적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 유가를 둘러싼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생산 차질로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장기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유가가 단기 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은 생산 차질이 제한적이라는 것에 근거한다. 이번 드론 공격에 따른 생산 차질 규모는 약 570만 배럴/일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8월 사우디 원유 생산량이 983만 배럴/일, OPEC 전체생산량이 2,999 만 배럴/일임을 감안할 때 사우디 생산량의 약 58%, OPEC 생산량의 19%의 해당하는 큰 규모의 생산 차질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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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8월 기준 OPEC 회원국 원유생산량. 자료: Bloomberg, CEIC,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그러나, 사우디 측은 생산 차질 설비(570만 배럴/일) 중 약 1/3, 즉 200만 배럴은 조기에, 즉 16일까지 복원시킬 수 있을 것이라 밝히고 있다. 따라서 생산 차질분은 370만 배럴/일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사우디의 원유 비축분과 미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등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어 공급 부족 현상이 심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참고로 사우디는 전 세계 여러 곳에 수백만 배럴의 원유를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도 약 6억 4천만 배럴 수준의전략 비축유를 보유 중이다.

반면에 유가 100달러를 주장하는 측은 생산 차질 장기화에 따른 수급불안 지속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우디 유전 지대 타격은 1990년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원유시설이 공급 차질을 빚은 이후 최대 규모의 생산 차질이라는 점에서 원유 시장을 상당히 긴장시키는, 즉 수급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사태이다.

그리고 조기 생산 복원이 가능한 설비를 제외한 생산 차질 규모가 약 370만 배럴/일인데 동 설비 복원에 수개월이 소요된다면 이를 보충할 수 있는 방안이 뚜렷지 않다. 실제로 OPEC 중 사우디와 이란만이 일부 유휴 생산능력(생산능력-생산)을 보유하고 있어 사우디 생산 차질 장기화 시 이를 대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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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8월 기준 OPEC 회원국 유휴 생산능력(=생산능력 – 생산량). 자료: Bloomberg, CEIC,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또한, 사우디와 미국의 비축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사우디의 비축재고가 수년 내 최저 수준인 것으로 추정되고 유조선을 재배치하는데 시간이 소요될 수 있음도 공급 차질 장기화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요약하면 단기적으로 사우디 생산 차질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유가 상승의 지속 여부인데 이는 현 시점에 판단하기 힘들며 2가지 변수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첫 번째는 사우디 생산시설 복원 시기이며 두 번째는 중동지역 내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여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우디 공격의배후로 이란으로 지목하고 군사적 행동으로 옮겨간다면 중동발 수급 불안 장기화로 유가 급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유가의 상승 폭을 예단하기 힘들며 추가적 상황을 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 사우디발 유가 리스크가 국내외 경제에 미칠 파장

사우디발 유가 불안의 경제적 파장을 논하기 이른 감이 있다. 다만, 유가 변동에 따라 가시화될 수 있는 몇 가지 영향을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

사우디발 유가 급등 현상이 단기간에 그친다면 이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공산이 높다. 유가 상승이 관련 업종을 중심으로 제조업 경기 반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글로벌 제조업 사이클이 IT 산업을 중심 축으로 유지되어 왔음을 감안할 때 유가 반등은 전반적은 소재 업종의 반등 모멘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석유제품 수출단가와 유가 상승률 추이를 보면 미국 ISM 제조업 지수와 유가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유가가 생산에 타격을 줄 정도의 고유가 현상이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유가 상승은 제조업 경기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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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제품 수출단가와 유가 상승률 추이. 자료: Bloomberg, CEIC,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국내외 교역 사이클에도 제한적 수준의 유가 반등은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수출단가 상승을 통해 교역규모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수출 감소세가 장기화되고 있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반도체와 석유제품의 수출단가 급락을 들 수 있다. 따라서 기저효과로 인해 석유제품의 수출단가 증가율이 반등할 시점이 다가오는 가운데 유가가 제한적 수준에서 반등한다면 4분기 수출단가 상승은 수출 증가율의 감소세 탈출에 큰 기여를 할 공산이 높다.

유가의 제한적 상승 시 또 다른 긍정적 효과는 시중 금리 반등이다. 최근 장기물을 중심으로 주요국 금리가 큰 폭으로 반등한 상황에서 유가 상승은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자금의 안전자산 쏠림 현상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사우디발 유가 불안은 미중 무역협상에 우호적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볼 때 경기 둔화 혹은 침체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미중 협상을 조기에 매듭지어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되고 유가 상승 폭이 확대될 경우 글로벌 경기의 침체, 특히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제 내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침체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불안이 장기화된다면 침체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대중 수입제품의 추가 관세와 함께 고유가 현상은 미국 소비 사이클의 급격한 둔화를 촉발하면서 경기 침체 압력을 높일 것이다.

여기에 물가 리스크 확산 가능성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당사의 금리 발작의 의미와 사우디 돌발 변수에서도 지적한 바 있듯이 미국 물가 상승 압력이 일부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미국 코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유가 상승률의 기저효과로 4분기부터 미국 내 물가 압력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가 불안이 현실화되고 있음이다. 만약 유가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 내 예상치 못한 물가 압력이 가시화될 수 있음은 소위 경기 침체와 물가 압력이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고조시킬 것이다. 그리고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고개를 든다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행보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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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소비자물가를 중심으로 미국 내 물가 불안이 일부 가시화되고 있음. 자료:Bloomberg, CEIC,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국내 경제의 경우 유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우선 유가 불안 장기화는 국내 제조업 경기 부진을 심화시킬 수 있다. 고유가 장기화 시 글로벌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국내 수출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역수지 흑자 폭 감소도 우려되는 부문이다. 이미 국내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무역수지 흑자 규모의 추가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리고 국내 무역수지 흑자 폭의 추가 감소는 원화 가치에도 부정적 영향, 즉 원화 가치의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국내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다.

서두에 밝힌 바 있듯이 현 시점은 사우디발 유가 불안의 경제적 영향을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다만, 유가 불안이 단기간에 그친다면 국내 및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면에 사우디발 리스크로 고유가 현상이 장기화된다면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압력 확대 등으로 국내 경제가 추가 하방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 전망보다는 유가 추이를 주시해야 할 시점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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