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5주년창간
2019.10.1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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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前 국민일보 주필
“서초동이든 광화문이든 집회를 청와대가 어떻게 할 수는 없지 않나. 국회는 국회의 할 일을, 청와대는 청와대의 할 일을 하면 된다.”
청와대 관계자가 9일 광화문 ‘조국사퇴, 문재인 탄핵’ 집회와 관련해 했다는 말이다. 중앙일보 인터넷판이 전하기로는 그렇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할 일’이란 게 무엇인가. 대중집회는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야 할 일, 고민을 하고 답변을 마련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대통령이 하는 일은 어떤 것인가. 외교와 남북관계의 일만 담당하고 있다는 걸까? ‘조국 사퇴’는 당사자가 답변하고 ‘문재인 탄핵’은 국회가 다루라는 말인 셈인가?

촛불군중만 인정한다는 건가

현 정부는 스스로도 표방했듯 촛불혁명정부다. 촛불집회로 박근혜 정부가 붕괴되고 문재인 정부가 성립됐다는 것이 자랑스러운 듯, 나라 안팎에 대고 이를 선전해 왔다. 그런데 이제 ‘집회’는 대통령과 관계가 없는 일이다? 군중의 힘으로 대통령이 됐으면서 군중의 힘을 무시하겠다고 한다.

상식이지만 민주국가의 권력의 원천은 국민이다. 대통령이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그런데 국민의 목소리를 아예 깔아뭉개고 말겠다고 한다. 정말 그래도 된다고 여긴다면 이런 사고방식은 정말 위험하다. 촛불군중만 힘이 있는 게 아니다. 햇빛군중도 힘이 세다(밤에 불을 들고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촛불군중과는 달리 밝은 낮에 모인 사람들이니 햇빛군중이라고 할 수밖에). 그리고 끈질기다.

도덕성 청렴성 정직성 등에서 조국은 국민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친다는 게 국민적 평가다. 판단의 근거는 차고 넘친다. 검찰 수사로 드러나겠지만 사법적으로도 책임질 일이 없지 않을 전망이다. 이 지경에 이르렀으면 그를 사퇴시키는 게 임명권자로서의 도리다. 그런데 같이 버티고 있다.

조 법무부장관은 재판까지 가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그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겸허하게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이 최종판결을 한다. 기소가 되더라도 그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말로 들린다.

조국 3심 판결 때까지 버틸 태세

그는 사퇴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 “제가 여기(법무장관)에 있는 것은 제 개인적 선택만으로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임명권자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대통령의 확고한 신임이 있기 때문에 못 물러나겠다는 것인가? 유무죄만이 거취결정의 근거가 된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인성이나 인격의 부적절함, 부적격성은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은 국민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대대적인 검찰개혁방안을 발표한 조국 장관을 보면 ‘관객모독’ 연극이 따로 없다. 주연배우는 조국, 연출은 문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조연도 많다. 대통령이 당부한대로 지위고하 구분이나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지만 청와대 정부 여당과 그 지지자들로부터 압박과 조롱을 받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및 수사팀이 그들이다. 조 장관 동생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명재권 부장판사도 빠질 수 없다.

청와대가 반응하지 않으면 눈앞에서 맹렬히 전개되는 대규모 군중집회도 없는 것이 되는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조국 장관의 그 심한 얼룩도 대통령이 안 보인다고 하면 싹 지워지는 정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하나만 덧붙이자. 조 장관의 동생은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갑자기 넘어져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심문기일 변경신청서를 냈었다. 검찰이 부산의 병원에 가서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서울로 데려왔더니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 구속을 각오한다는 뜻인가 했는데 웬걸,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버렸다. 지난 3년간 32명이 실질심사를 포기했는데, 기각된 경우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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