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5주년창간
2019.11.2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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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죄와 벌'로 유명한 세계적인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꿈을 밀고 나가는 힘은 이성이 아니라 희망이며, 두뇌가 아니라 심장이다. 우리에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라고 했다.

은퇴로서 끝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여전히 희망이 있고 뜨거운 심장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이런저런 눈치 보지 않고 남은 인생을 하고 싶은 대로 즐기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데 그 새로운 가능성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마음이 이끌리는 한 분야의 높은 경지, 그것이 곧 새로운 가능성이 아닐까. 1차 직업으로서 현역을 끝낸 후에 정말 하고 싶은 분야를 정해 매진한다면 행복할 것이다. 남들이 일선에서 물러나 할 일이 없어 허탈해할 때 새롭게 열정의 불을 지필 수 있는 관심 영역이 생긴다면 인생 2막이 얼마나 풍요롭겠는가.

내가 정말 추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흔히 어떤 분야의 높은 경지에 올라 신비스럽게 보이는 사람을 ‘도인’이라고 부른다. 도를 닦는다는 것, 매우 매력적이지 않는가. 그것이 어떤 분야이든 내가 정말 추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면 그것이 나의 길이 아니겠는가.

‘도는 길이요, 진리요,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고들 한다. ‘도란 구하는 것이고, 얻는 것이고, 닦는 것’이라고도 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삶, 인생에 있어서 무엇인가 구하려고 한다. 진정 무엇을 구해야 하나? 어떤 도를 닦으면 잘 사는 인생이 될까?

“어느 날 꿈에서 깬 장자는 자신이 나비가 되는 꿈을 꾼 것인지, 지금의 모습이 나비가 꾸는 꿈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

장자의 ‘호접몽’은 내가 바로 자연 그 자체라는 물아일체(物我一體)를 이야기하고 있다. 나와 사물은 결국 하나라는 뜻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편협한 사고의 틀을 벗어나 우주만물의 자연 상태인 도(道)를 따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동양문화는 사람의 힘을 더하지 않고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삶을 존경하고 그런 이상적인 경지를 추구하는 것을 값진 일이라 여긴다.

민요 '도라지타령'은 ‘한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가 다 넘친다’고 노래한다. 얼마나 굵은 도라지를 캤기에 한두 뿌리로 대바구니가 다 차겠는가. 그 정도만 캐도 마음을 채울 수 있다는, 더 욕심 부릴 필요가 없다는 조상들의 혜안이 담긴 노래인 것 같다. 이와 같이 자연 속에 살면서 자연의 이치에 빠져 욕심 없이 사는 사람이 진정한 도인이 아닐까 싶다.

채근담에서는 “명리(名利)를 싫어한다고 해서 명리의 달콤함을 잊은 건 아니다”고 말한다. 그만큼 명예와 이익에 달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구나 요즘 세상에서 이렇게 마음 비우는 일이 어찌 쉽겠는가.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정진해보면 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예수도 “구하라 그러면 구해질 것이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불교에서는 진리 그 자체를 ‘도’라고 칭한다. 참선과 수행을 통해 세상의 참된 이치를 깨닫고자 정진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여생이 달라지는 평생의 공부거리

인간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봄날의 햇살이 자리 잡고 있다. 햇살 같은 마음이 있는데 나이 들었다고 못할 것이 무엇이겠는가. 여유로운 노년에 깨달음에 다가가려는 노력은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이다.

평생의 공부거리를 찾으면 여생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 공부거리가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도(道)일 수 있고, 인생 2막의 훌륭한 비전이 될 수 있다. 어릴 때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공부와 취직시험 공부를 해야만 했고, 현역 시절에는 직무능력 계발 위주의 공부를 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은퇴 후에는 순수하게 지적인 호기심에서 탐구할 여유가 생긴다. 공부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역사, 정치, 경제, 과학, 인문학, 미술, 음악 등 각 분야에서 진정으로 마음 가는 과제를 발굴하여 평생의 공부거리로 삼는 것이다. 연구나 탐색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책을 출간해보거나 논문을 작성하여 세상에 알릴 수도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죽을 때까지 실컷 해보고 그 분야를 즐기는 수준이 되면 이미 은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행정학 박사/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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