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2020.07.09(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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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前 국민일보 주필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라는 것을 가졌다.
“국민과 수시로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습니다.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을 최대한 나누겠습니다.”

취임사의 한 대목이다. 유감스럽게도 어느 한 가지 지켜진 바가 없다. 립서비스성 약속이었을 뿐이다. 애초에 지킬 의지가 있었을 것 같지도 않다. 어쨌든 그는 자신의 이미지에 잔뜩 화장을 했을 뿐 다짐은 금방 잊어버린 양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저녁, 선심 쓰듯 ‘국민이 묻는다, 2019년 국민과의 대화’에 나섰다. 그런데 이런 대화는 행사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이른바 국민패널이 300명이었다. 이들과 100분이라는 정해진 시간 안에 무슨 대화를 얼마나 진지하게 나눌 수 있겠는가.

애초에 무리한 인사 했으면서

문 대통령은 이날 대화에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명에 대해 사과를 했다. “결과적으로 많은 국민에게 갈등을 주고 국민 분열하게 만들고 한 점에 대해서는 정말 송구스럽다는 말씀드리고 다시 한 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문제가 생긴 게 아니다. 온갖 의혹이 제기되고 검찰이 그 가족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는데도 대통령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기어이 임명장을 주었다.

9월 28일 서초동에서 ‘검찰개혁 조국수호’를 내건 촛불집회가 열렸다. 그리고 지난달 3일 광화문에서는 자유우파 시민들의 압도적인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조국 사퇴, 조국 구속’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렇지만 대통령은 그게 국론분열이 아니라고 했다. ‘직접 민주주의 행위’라는 말도 했다.

이제 겨우 조국 문제가 국민 사이의 갈등과 국론 분열을 초래했다고 시인하는 데 까지는 이르렀다. 그러나 그건 자신의 잘못된 인사와 필요이상의 고집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다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일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정말 뭘 몰라서 그러는지 아니면 자신의 무오류성을 주장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길이 없다.

그는 조 전 장관 문제에 대해 사과한다면서도 그걸 검찰개혁‧공수처 설치 문제와 연결 지어 그 필요성을 역설했다. 무슨 질문이 나오든 이 말을 꼭 해야 하겠다고 준비한 내용이었을 터이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있다고?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는 말도 했다. “(집권 후)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자랑했는데, 문제는 서울의 부동산 가격 아니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문 대통령이 서울의 집값을 치솟게 해서 부자들을 위한 정부임을 입증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아냥거림을 정말 못 듣는 것일까?

‘한‧일 지소미아 종료’ 문제와 관련, 그는 ‘일본의 책임’을 강조하는 이외의 어떤 해법도 내놓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지소미아 종료를 피할 수 있다면 일본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게 전부다. 종료가 불가피할 경우 우리에게 어떤 대안이 있는지는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닐까?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동문서답 식이었다. 김정은이 상대를 해주지 않으니까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복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제3차 미‧북정상회담에 모든 희망을 걸고 있는 듯한 말만 한 것이다.

어느 면으로 보든 그야말로 문재인 팬 미팅일 뿐이었다. “저는 대통령께서 들어오실 때 눈물이 터졌다. 많이 늙으셨다. 굉장히 힘드신 것 같다.” 어떤 남자 참석자가 그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이 대답했다. “머리도 많이 빠졌다.”

정치 경제 안보 어느 부문 하나 만만치 않는 시기다. 사실은 아주 절박한 상황에 우리는 처해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국민이 절실히 듣고자 하는 답은 하지 않은 채 자신의 팬들과 즐거운 저녁한 때를 보냈다. “이런 분위기만 계속 이어갈 수 있다면 내년 총선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청와대와 여당은 그런 꿈을 꾸고 있을까?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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